[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모델 때는 주인공이었는데, '연기를 괜히 했나?'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시간이 있었습니다."
'톱모델 장윤주'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배우 장윤주'가 생소 하다고 느끼는 이가 여전히 많을 것이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좋아한, 웃긴 연예인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다수다.
그러나 장윤주는 지난 10년 동안 차근차근 '배우'로서 스텝을 밟았다. '업적'도 남다르다. 연기 데뷔작인 영화 '베테랑'은 1341만 명 관객을 동원했고, 첫 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최고 시청률 24.9%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그리고 데뷔 이후 첫 악역으로 열연한 두 번째 드라마 '착한여자 부세미'는 ENA 올해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착한여자 부세미' 종영 인터뷰에 나선 장윤주를 만났다. 작품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착한 여자 부세미'는 인생 리셋, 한 방을 꿈꾸며 시한부 재벌 회장과 계약 결혼을 감행한 흙수저 여자 경호원이 막대한 유산을 노리는 이들을 피해 3개월간 신분을 바꾸고 살아남아야 하는 범죄 로맨스 드라마다. 지난 4일, 7.1%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며 종영했다. 극 중 장윤주는 가성호 회장(문성근 분)의 의붓딸이자 연극영화과 교수 '가선영'으로 분했다. 가선영은 가 회장에 대한 증오심으로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다.
장윤주는 "아직 안 끝난 것 같다. 종영이 실감이 안난다"라며 "마지막 방송을 감독님, 배우들과 다 같이 시청해서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다음날 집에서 다시 봤는데 많이 울었다. 가 회장이 영란(전여빈)에게 영상 메시지를 남긴 것을 보면서 오열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가선영'의 감정신이 잘 보인 것 같아서 마음이 편했다. 특히 문성근 선배와 함께 했던 장면이 멋있게 잘 전달 된 것 같아서 좋았다"며 웃었다.
'착한여자 부세미'가 진입 장벽이 있는 유료 채널 작품인데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과 관련해 장윤주는 "모든 사람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촬영했다. 애정이 남달랐다. 배우든, 감독이든 작가든 '스타'를 등에 업고 가는 작품이 있는 반면, 우리 드라마는 아니었다. 다 같이 힘을 모아 한마음 한 뜻으로 가보자는 마음이 시청자에게 전달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가 전한 '착한여자 부세미' 캐스팅 배경이 눈길을 끌었다. 장윤주는 "박유영 감독이 20대 시절에 영상 촬영 알바를 했단다. 나 또한 20대 초반일 때 어떤 패션쇼에 섰는데, 그때 박 감독이 제 영상을 찍어다고 했다"고 둘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이어 장윤주는 "나를 '카리스마 있는 모델'로 기억하던 박 감독이 지난해 독립영화 '최소한의 선의'를 봤다고 했다. 정극에서의 무표정한 것도 새롭다고 느꼈단다. 모델 때 봤던 카리스마와 잘 버무리면 자신이 생각했던 '가선영'이 나올 수 있겠다고 여겼던 것이다. 처음엔 제작사에서 '장윤주가 가선영을 해?'라며 의아해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특히 장윤주는 '착한여자 부세미'에서 첫 악역을 소화해 합격점을 받았다. 그는 "박 감독이 편안하게 악역을 연기 할 수 있게 판을 깔아 줬다"라며 "처음엔 '악역'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촬영이 시작 됐을 때, 내 연기에 대한 의심이 다 사라질 만큼 장면마다 너무 잘 담아주더라. 이런 판이라면 뭐든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부터 '악역' 섭외가 여러 차례 왔었다. 내가 누울 자리인가 아닌가 워낙 까다롭게 보는 사람이라 고사 했다. 솔직히 말해서 연기에 있어서는 기술적인 면도 부족하고, 어떻게든 인물을 잘 담아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장윤주는 "박 감독님이 적극적으로 제안을 주셨다. 감독님 전작 '유괴의 날'을 보면서 준비가 정말 잘 된 분이라고 느꼈고, 믿고 가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라며 "당연히 고민과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완벽주의 성향이라, 하면 정말 열심히 한다. 사전에 진짜 많이 준비 했다. 3개월 전부터 5부까지 대사를 전부 다 외워 놨다"고 했다.
장윤주는 마지막 회 초반부 가 회장을 살해하는 장면에서 압도적인 연기로 '소름'을 유발했다. 그는 "문성근 선배와의 그 마지막 신을 위해 달려온 것과 다름없었다. 그 장면만 10시간을 찍었다. 촬영 이후에 문성근 선배에게 '감사하다'는 의미로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라며 "연기지만 '살인'이라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야 해서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이 많았다. 무엇보다 나는 '초록물고기'를 보고 자란 세대 아닌가. 상대배우가 문성근 선배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광이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연기 하면서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기 보다 선배와 함께 한 시간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윤주는 "2015년에 '베테랑'을 처음 찍었지만 사실 6년 후에 '세자매'를 찍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배우 필모그래피를 쌓은 것 같다"라며 "연기에 대해 모르는 건 당연 했다. 다만 모델 하면서 생긴 에너지를 연기할 때 잘 사용하면 좋은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 답답한 마음에 작년에 '아이참'이라는 무대에 서봤다. 내가 무대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다시금 느꼈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된 문성근 선배께서 '장윤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존재감이 장점이다'라고 말해주셨다. 처음엔 '제가요?'라고 했지만 '힘'이 되는 이야기 였다. 감사했다"고 말했다.
장윤주는 지난 10년 동안 배우로 걸어온 날을 돌이켜 봤다. 그는 "'지금까지 결혼을 안 하고 아이도 없었다면 과연 연기를 했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라며 "아이를 가진 이후 공백기가 있었다. 만삭일 때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봤는데 김혜자, 나문희 선생님 등 선배들이 나이가 드셨는데도 좋은 글을 읽고,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기'라는 것이 참 좋은 것이라고 느꼈다"고 떠올렸다.
이어 "어떻게 하다 '베테랑'을 찍었지만 그때만 해도 '연기'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마음이 컸다"라며 "남편과 자주 하는 얘기가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이거 해야 한다' '저거 해야 한다' 말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 마음이 원동력이 되서 영화 '세자매'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안 했다면 지금까지 유재석 오빠를 따라다니면서 예능만 했을 수도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사실 '연기를 괜히 했나?'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시간이 있었다. 모델할 때는 주인공이었는데, 이렇게 무시당하면서 가는 게 맞나 싶었다. 스스로 주눅 들어 있었던 것이다"라며 "초등학생 딸에게 '엄마 연기 계속 해도 될까'라고 물었는데 '당연하지' 라고 말 하더라. '진짜? 알았어'라고 대답하고 다시 힘을 낸 것"이라고 전했다.
장윤주는 지난해 첫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이어 '착한여자 부세미'까지 잇따라 '흥행작'을 남겼다. 그는 "사실 영화만 하다가 '눈물의 여왕'이 들어왔을 때, 처음에는 겁이 나서 거절했다. 하지만 대본이 너무 재미있더라. 이전에 '베테랑'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비슷해서 이질감이 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눈물의 여왕'은 믿고 가도 될 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8살 때부터 꾸준하게 '영화'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모델에 미쳐 있어서 연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라며 "그러다 다소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 이제는 가정도 있고, 체력도 20대 때보다 떨어진 상태다. '다작'은 자신 있게 말 못하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꾸준하게 필모를 쌓고 싶다"고 바랐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보고 싶다'고 이야기 하자 장윤주는 "그런데 왜 안 들어올까. 시나리오 좀 달라고 이야기 해 달라 제발"이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장윤주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그는 "'은중과 상연'처럼 잔잔하고 현실적인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감성적인 대사들이 너무 좋았다"라며 "그런 것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래 봐도 서민적인 모습이 있다"고 유쾌하게 마무리 했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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