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삶을 짓는 건축, 마음을 짓는 교육
우리에게 집은 ‘살(Buy) 것’ 혹은 ‘살(Live) 것’의 두 가지 의미로 주로 다가온다. 입지와 규모가 그 사람의 지위의 기준처럼 제시되는 개념이 있거나, 자신을 표현하거나 보금자리가 되는 공간으로서의 집이 있다. 하지만 꿈을짓는학교 사회적협동조합에게 ‘집’이란 지역사회와 사람들을 연결하는 매개가 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기회의 장이 된다. 단순한 건물이 아닌 교육과 치유, 그리고 공동체의 가치를 담아내는 ‘집’을 통해 우리 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 구관혁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생 3분의 1의 의미를 찾다
구관혁 대표의 삶은 굴곡진 변화 속에서도 일관된 지향점을 보여준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개발 부서에서 25년 동안 근무하며 대한민국 순수 독자 개발 군용 항공기인 ‘KT-1 웅비’ 개발에 참여했던 구 대표는 은퇴를 앞두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인생의 3분의 1은 배움에 썼고, 3분의 1은 돈을 버는 데 썼다. 그리고 남은 나머지 3분의 1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저를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사회적 가치 실현’이었다.
대학원을 거쳐 사회적기업가 육성 과정을 수료하면서 2022년 ‘꿈을짓는학교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해 ‘인생 3분의 1’의 새로운 의미를 본격적으로 찾아 나선 구 대표는 ‘체험 교육’을 기획하게 된다. 은퇴 후 경상남도 산청에서 동료들과 공동체 주택을 지으며 ‘집짓기’ 과정이 선사한 성취감과 자존감 회복 효과가 출발점이었다. 이것이 ‘꿈을짓는학교’의 핵심 프로그램인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한 평 집짓기’로 이어졌다.
그들이 진행하는 집짓기 프로그램은 단순한 노작 수업이 아니다. 품성 교육과 이론 및 실기가 복합된 것으로 핵가족·개인주의 심화 시대에 건강한 사회인과 자아의식을 가진 청소년을 키우는 데 목적을 둔다. 그는 이를 통해 “성적 중심, 우열 중심으로 평가받는 교육체계 속에서 집단성취감을 통해 청소년에게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을 회복시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은 구 대표가 기자에게 보여준 사진에서도 잘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못을 박기 위해 주변에 수십 번 내리친 망치 자국이 담긴 이미지였는데, 그는 “누군가는 서툴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것이 실패의 흔적이 아닌 마침내 이뤄낸 의지의 자국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꿈을짓는학교는 아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힘주어 전했다. 예쁘게 짓는 것보다, 결국 해내는 과정에서 얻는 긍지와 자부심, 자기효능감이 성장에 더 중요하다고 믿는 것이다.
실질적인 성과도 많았다. 신입생이 한 명밖에 없어 폐교 위기에 처했던 경남 고성군의 율촌초등학교에서 ‘한 평 집짓기’ 프로젝트를 마친 뒤, ‘아름다운 학교’ 대상 수상을 하며 지역민에게 알려져 신입생이 17명으로 늘어나 학교가 활성화되는 기적을 경험한 것이다. 현재는 경기도 의왕 청계 숲나학교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했는데, 이처럼 꿈을짓는학교의 집짓기 프로젝트는 이제 전국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꿈의 문턱’을 낮추는 사회적 가치 실현
‘꿈을짓는학교’의 활동은 청소년 교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농촌 지역의 인구 공동화 현상 속에서 주민 활성화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농촌 주민들이 창고라도 하나 직접 지어보고 싶어도 방법을 잘 모른다. 저희는 그 기술을 가르쳐 주려 한다”고 알렸는데, 지금까지 전라남도 광양과 경남 합천, 창원, 함안, 의령 등에서 주거 역량 강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광양에서는 마을 부지에 주민들과 2평짜리 집 두 채를 지었는데, 한 곳은 작은 카페로 운영되고 다른 하나는 이른바 ‘농산물 무인 판매소’가 되었다. 어르신들이 밭에서 추가 수확한 잉여 호박이나 오이를 가져다 놓으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면서 ‘물물 교환의 장’이 된 것이다.
협동조합 설립 이후 청소년들의 집 짓기 프로젝트와 농촌의 주거 역량 강화 사업을 수행하며 쉴 틈 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힘들 때도 많지만 그는 현장에서 얻는 기쁨이 그 모든 걸 잊게 해준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체험 과정에서 웃음 짓고, 어르신들이 자신의 역량을 키워 뿌듯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의 성과를 바탕으로 구관혁 대표는 대한민국의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집짓기 프로그램을 통해 인성과 자긍심을 회복하는 세상을 꿈꾼다고 전했다. 실제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건축 프로그램이 어린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정규과정으로 편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그는 ‘교육 SOS’ 제도에 대한 운영 계획도 피력했다. 소외되거나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곳의 아이들이 꿈을 이뤄가도록, 지원을 요청하면 마치 ‘기동타격대’처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구 대표는 “누구나 꿈을 꾸지만, 꿈의 문턱을 뛰어넘는 건 쉽지 않다. 그럴 때 교육 SOS를 운영하여 아이들에게 꿈의 문턱을 넘어갈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며 “어린 시절 꿈이 있었는데 도전할 기회조차 얻지 못해 후회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관혁 대표는 꿈을짓는학교의 성장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했다. 아울러 김영철, 이진무, 박학주, 구자경, 송정숙, 조미애, 노정란, 고정숙, 최영휴 등 모든 조합원과 봉사자 및 강사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아산나눔재단, 다음세대재단, 초록우산, 모두의연구소 등 다양한 기관·기업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말을 맺었다. 건강한 공동체 형성을 위한 숭고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꿈을짓는학교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대한민국 교육과 지역사회에 희망의 빛을 비추게 되길 기대해 본다.
Copyright ⓒ 이슈메이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