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퀘스트’ 1편과 2편은 각각 1986년과 1987년 발매 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40여년 전에 나온 작품들이다. 당시 개발 비화를 살펴 보면 해외에서 유명한 ‘울티마’시리즤와 같은 PC RPG들을 표방해 콘솔 버전에서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RPG를 개발하고자 시도된 프로젝트다. 이후 이 시리즈는 일본의 국민 RPG시리즈로 40여년이 넘게 사랑을 받았다. 이후 이 게임을 다시 리메이크해 HD-2D그래픽을 얹고 시스템을 개편하며, 일부 시나리오와 퀘스트 등을 추가한 ‘드래곤 퀘스트 Ⅰ&Ⅱ HD-2D 리메이크’가 10월 30일 공식 발매 됐다.
▲드래곤 퀘스트 1편과 2편을 동시에 리메이크해 발매한 합본팩이다
‘드래곤 퀘스트 Ⅰ&Ⅱ HD-2D 리메이크’를 처음 설치한 뒤 실행하면서 멍하게 화면을 쳐다 봤다. 익숙한 BGM이 울려 퍼지는데 풀 오케스트라로 어레인지된 BGM이다. 멍하니 오프닝곡을 모두 다 들으면서 잠깐 동안 주마등이 스쳐 지나간다. 어릴적 게임을 시작했던 시절 감성이 떠오르면서 묘한 감동이 있다. BGM을 듣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웠는데 시작 직후 성우들의 음성이 들린다. 이후 캐릭터 이름을 입력하는 창이 뜬다. 일본어를 몰랐던 기자는 항상 아아아아로 이름을 지었는데, 이번엔 한글 이름을 쓸 수 있다. 이번엔 그냥 영어로 aaaa라 지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BGM과 함께, 왕이 육성으로 대화를 한다.
게임은 잘 아는 그 맛이다. 벌써 이 게임을 몇 번이나 클리어 했는지 모르겠다. 어릴때 패미컴으로, 스마트폰으로, PC로 온갖 플랫폼을 거쳐가며 생각이 나면 이 게임을 다운로드 받아 클리어 했다. 세월이 지나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 게임에 익숙한 맵구조와 시나리오. 그런데 감각이 다르다. 마치 패미컴으로 처음 게임을 하다가 SFC를 처음 딱 봤을 때 웅장한 BGM과 함께 눈이 확 틔는 그래픽을 본 듯한 그 감정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완성도 높은 HD-2D그래픽을 선사한다
냉정하게 최첨단 빛 효과에 디지털 휴먼들이 활보하고, 장인들이 깎아낸 모델링과 배경들이 게임으로 나오는 시대에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그래픽 스타일일 수 있다. 그러나 구세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감회가 남다르다.
▲건물 안에서도 이동마법 루라를 쓸 수 있다
게임 플레이면에서도 감회가 다르다. 전작을 플레이 해 본 유저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다. 일례로 ‘드래곤 퀘스트’시리즈의 유명한 법칙은 맵 이동 마법을 쓸 때 천장이 있는 곳에서는 쓸 수 없다. 하늘로 솟구치면서 벽에 부딪혀 그자리에 떨어지는 것이 기본 클리셰다. 그러나 ‘드래곤 퀘스트 Ⅰ&Ⅱ HD-2D 리메이크’는 다른 맵으로 즉시 이동한다.
애써 던전을 탈출할 필요도 없고, 미로 같은 성을 빠져나올 필요도 없다. 간단한 패치지만 게임의 편의성은 크게 늘어 난다. 예를들어 체력이 10 남았고, MP가 0이라면 다음 몬스터를 만나면 반드시 죽는다. 이 때 키메라의 날개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그걸로 족하다.
▲이동할 장소가 맵에 고스란히 표기 된다. 더 이상 헤멜 필요가 없다
또 맵 상에 온갖 숨겨진 요소들이 존재하는데, 옵션에서 지도에 표시 메뉴만 선택하면 대다수 비밀 장소들이 맵에 그저 표기 된다. 맵을 이동하면서 번쩍이는 구간에 들어가면 그것으로 족하다. ‘드래곤 퀘스트’ 초기 시리즈는 NPC들의 대사를 들어가면서 목적지와 클리어방법을 추리하고 여러 실험을 거쳐야 하는 프로젝트인데 이 과정을 생략해 편의성을 높인다.
▲작전을 설정해 두면 싸우기 버튼을 클릭하는 것으로 온갖 기술과 회복을 자동으로 쓴다
여기에 자동 전투 시스템을 설정해 굳이 어러번 버튼을 눌러야 할 필요가 없게 됐고, 초반부터 다양한 스킬과 마법들이 주어지면서 게임 플레이의 난도도 크게 줄었다. 무엇보다도 자동저장 시스템이 들어서면서 죽어도 저장된 상태에서 재도전이 가능한 시스템 등이 업데이트 됐다.
이와 함께 신규 시나리오와 퀘스트 등이 추가됐는데 원작에 원래 있었던 것 처럼 자연스럽게 동작하면서도 완성도가 높은 퀘스트들이 포진 된다.
▲숨겨진 요소들도 여전하다. 그림자와 배경 그래픽 배치를 확인해 보자
엄밀히말하면 시리즈 1편과 2편은 상대적으로 플레이타임이 짧은 작품인데,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 요소들이 늘어나면서 플레이타임이 오히려 늘었다. 맵에서 온갖 장소들을 다 표시함에도 불구하고 전체 플레이타임이 늘어난 점은 만족도가 높은 요소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오래된 시리즈 팬들이나, 고전RPG를 즐기는 유저들의 관점에서 차이점일 뿐, 최근 RPG를 즐기는 유저들의 시각에서는 큰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에를들어 올해 JRPG 최고 아웃풋으로 평가되는 ‘클레어 옵스큐르:33원정대’와 ‘드래곤 퀘스트 Ⅰ&Ⅱ HD-2D 리메이크’를 객관적으로 비교해 보면 그래픽퀄리티나 시스템, 게임성 등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단지 ‘드래곤 퀘스트’가 있었기에 ‘클레어 옵스큐르’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이 게임으 예우해야 할지가 의문이다.
▲이것은 용사가 공주를 구하고, 함께 용왕과 싸우는 이야기
결정적으로 이 게임의 밸런스는 고전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을 타깃으로 맞춰져 있다. 고전게임에서나 통할만한 공격, 방어 설계와 최근 게이머들은 불합리하다고 느낄만한 게임 플레이가 다소 포함돼 있다. 그 시절 게임들은 역경과 고난을 뚫고 잃어서 뭔가를 이뤄 재는 게임들이 주된 감성인데, 최근 감성은 역경과 고난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유저들이 대다수다. 이에 요즘 게이머들이 이 게임을 플레이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일례로 1편의 경우 주인공은 혼자인데 적들은 10마리씩 등장한다. 편의성 업데이트를 통해 광역 마법이 초반부터 나온다고 치더라도 캐릭터 빌딩이 잘 못 되면 스킬 한 방을 쓰고 10방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 나오는 식이다. 이를 파해할 방법을 유저가 찾아서 연구해야 하는데 최근 감성에서는 대체로 게임이 답을 제시해주는 형태기에 전반적으로 게임 밸런스에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로토가 당신을 부른다
정리하면 게임은 오래된 ‘드래곤 퀘스트’ 팬들이라면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르지마자 눈믈이 나기 시작해 아침 해와 함께 엔딩을 본 뒤에 눈물을 흘리는 경험을 다시 한번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구매해야 할 작품으로 이번 주말에 게임에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기존 시리즈의 명성을 들었거나, ‘드래곤 퀘스트 11’과 같은 명작을 플레이하면서 시리즈 1편과 2편에 호기심이 생긴 유저들이라면 진지하게 구매를 고려해 봐야 한다. 냉정하게 이 게임은 트리플A급 게임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게임 가격 약 7만원에는 추억과 시리즈를 향한 예우 등과 같은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가까워 보이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할인 판매되는 시점에서 구매한다면 만족도는 좀 더 높을 것이다.
시리즈를 전혀 모르지만 RPG의 감성을 느끼고 싶은 유저들이라면 다른 한쪽에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이나 인터넷방송을 켜놓고, 바닥에 드러누어 패드로 딸깍딸깍하면서 즐기는 게임을 사고 싶을 때 이 게임을 구매해야 한다.
이 외에 역경과 고난, 성장, 용사가 공주를 구하는 게임 등이 식상하고 도저히 하고 싶지 않은 유저들이나, 연출이 뛰어난 게임을 찾는 유저들이라면 이 게임은 접근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끝으로 ‘드래곤 퀘스트’시리즈를 사랑하는 기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드래곤 퀘스트 Ⅰ&Ⅱ HD-2D 리메이크’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게임이다. 이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와 주기를 희망하며, 곧 다가올 시리즈 7편역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을 만한 퀄리티의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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