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주택공급의 최대 목표는 항상 ‘얼마나 많이 공급하느냐’였다. 그러나 공공주택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 역시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주거 복지 개선의 필수조건이다. 공공주택이 품질 측면에서도 대중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독일에 흔한 택시 차종인 벤츠가 대중교통 수요를 끌어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정부가 공급량에 주목할 때 공공주택을 ‘벤츠’ 반열에 올려놓으려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건축사라고 부른다. <편집자주>편집자주>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강남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강남건축)는 네모난 공공주택을 엮어 상생의 곡선을 빚어낸다. 올해 LH 현상설계 당선 지구인 남양주왕숙에 공동체가 강조된 단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스스로를 ‘골리앗을 무너뜨린 다윗,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소개하는 이 건축사사무소는 ‘안주하지 않는 독창성’을 설계 시장에 명중시키며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2일 강남건축에 따르면 남양주왕숙 A-32 지구와 PM-2·PM-4 지구엔 강남건축의 특화 설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정방종합건축사사무소, 아이원건축사사무소 등과 컨소시엄을 이룬 강남건축이 평가점수 96.84점을 얻어 해마종합건축사사무소(92.76점)을 제치고 당선작에 올랐다.
남양주왕숙 A-32 지구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일원에 위치한다. 사업 면적 2만8788㎡, 964호, 지상 21층 규모의 통합 공공 임대 주택으로 조성된다. 오는 2032년 토지 조성공사 준공을 앞두고 있다.
남양주왕숙 PM-2·PM-4 지구는 각각 2만1784㎡(657가구), 1만481㎡(316가구) 규모의 통합 공공 임대 주택으로 지어진다. 양 지구는 최고층 30층의 통합 공공 임대 주택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두 지구는 각각 2027년, 2026년 착공해 2030년, 2029년에 입주민을 맞을 계획이다.
3기 신도시에서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되는 남양주왕숙 지구는 올해 전체 LH 현상설계 공모 지구 66곳 중 5곳을 차지한다. 강남건축은 그중 세 지구를 차지하게 됐다. 강남건축은 지난 2014년부터 12년 연속으로 LH 현상설계 당선작을 배출했다. 이제는 어엿한 현상설계 강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지난해엔 ▲광명하안 A-2·A-3 ▲하남교산 A-18·A-19 지구에서 당선됐다. 강남건축은 광명하안엔 ‘온전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단지’를 주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길과 자연을 품은 마당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이웃과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했다. 하남교산에선 ‘공동(公同)의 숨결’을 주제로 이웃이 자연과 호흡하며 입주민 간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두 제안은 모두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공동체를 강조한 공모안 주제엔 강남건축 최병찬 회장의 경영철학이 스며들었다. 최 회장은 회사와 직원의 ‘공동 성장’을 직원들에게 강조해왔다. 건축사 개개인이 각자의 설계 비전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곧 회사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최 회장은 “개인의 다양하고 전문적인 능력을 유동성 있게 관리해 구성원 모두가 즐겁고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강남건축의 미래는 인재에 있다는 전략을 가지고 직원들의 해외연수 및 교육 등에 재투자한다”고 경영철학을 밝혔다.
올해로 창립 38주년을 맞이한 강남건축은 공동주택뿐만 아니라 학교, 청사 등 다양한 분야로 포트폴리오 확장을 이루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 인근엔 으레 학생 수가 늘어 학교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남건축은 간파했다. 이에 강남건축은 창사 이래 ▲고천2초 신축 교사 설계공모 ▲여주초 신설 대체 이전 설계공모 ▲목감1중 교사 신축 설계공모 ▲남양2초 교사 신축 설계공모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BTL) 동구로 초등학교 ▲BTL 청량중학교 ▲김포대학교 글로벌캠퍼스 건립공사 설계공모를 비롯한 약 40여 개 학교 설계에서 입상했다.
뿐만 아니라 ▲인천광역시 서구 불로복합체육관 건립공사 설계공모 ▲경기도 성남시 수내도서관 건립공사 설계공모 ▲하남시 청소년수련관 신축공사 설계공모 ▲안양시 공공도서관 건립공사 설계공모 ▲중구보건소·노인복지관 신축공사 등 10건의 공공건축물 공모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방식이 다음번에도 똑같은 성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끊임없는 개발을 통해 강남건축의 독창성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건축이 항상 ‘꽃길’만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공공주택 설계를 주력하고 있는 사업 특성상 주택시장의 파고에 따라 위기를 넘나들었다.
관계자는 “특히 LH에 사업적인 위기가 오면 그 여파가 강남건축에도 전달됐다”며 “공공주택 공급 관련 정책이 바뀔 때도 매번 이를 극복해나가는데 전사적인 역량을 집결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민간주택 설계와 감리 업무로의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건축업계에 대한 정부의 미진한 투자도 경영 어려움을 더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건물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인 설계가 그 중요도에 걸맞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는 실정을 꼬집었다. 좋은 건축물이 모여야 좋은 도시를 이룰 수 있다는 단순한 원리가 재조명받을 시기라는 지적이다.
관계자는 “최근 건물 붕괴 등 일련의 사건들을 추적해보면 그 끝엔 건축설계가 있다”며 “건물의 기초인 지반이 튼튼해야 하듯 건설 사업의 기초인 설계 산업이 견실해야 더 나은 건축 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설계 기간 단축이나 금액을 가볍게 단축하는 일들이 차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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