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탐험하는 뮤지컬 '극장의 도로시'·관객이 선원 되는 연극 '모비딕-두 눈의 기억'
'슬립노모어', 인기에 공연 지속…"공연의 매력인 현장감 극대화"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현 시간부로 롯데시네마 신도림이 폐쇄됐습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극장의 영화 상영이 멈추고 사이렌이 울리며 관객을 향한 경고 방송이 나온다. 영화관이 폐쇄된 이유는 다름 아닌 좀비 때문이다. 관객은 영화관을 배회하는 좀비들을 피해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 던져진다. 영화관을 배경으로 한 체험형 스릴러 공연 '샤롯데 더 플레이: 서바이벌'의 한 장면이다.
좀비가 가득한 영화관 속 생존자부터 극장에 얽힌 수수께끼를 푸는 탐험가,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까지, 관객이 단순한 구경꾼 위치에서 벗어나 참가자로서 역할을 하는 이머시브 공연들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공연의 매력인 현장감을 극대화한 매력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동문화재단은 오는 6∼9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 일대에서 이머시브 뮤지컬 '극장의 도로시'를 상연한다.
'극장의 도로시'는 도로시와 함께 극장 곳곳을 탐험하는 공연이다.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차용해 관객이 도로시를 따라가며 극장 체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공연은 도로시의 여정이라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일반적인 해설형 무대 투어와 차별화를 꾀했다. 관객은 극장 전체를 무대로 한 공연에서 수수께끼를 풀고 마녀의 지령을 따르는 식으로 공연에 참여한다. 각종 무대 기술과 장비도 체험할 수 있다. 조명감독, 음향감독, 연출가 등이 극 중 캐릭터로 등장해 장비 등을 소개한다.
광진문화재단은 11월 7∼9일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이머시브 연극 '모비딕 - 두 눈의 기억'을 공연한다.
이 공연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을 원작으로 한 관객 체험형 연극으로 인간과 자연의 대립 및 교감을 그린다. 광진문화재단 공연장 상주단체 '올리브와 찐콩' 극단의 신작이다.
관객은 극 중 파쿼드호의 선원으로서 공연에 참여한다. 무대에 올라 배우와 함께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이 되는 것이다. 배의 망루와 같은 설치물과 바다 풍광을 보여주는 스크린 등이 관객의 몰입을 도울 예정이다.
광진문화재단 관계자는 "바다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기 위해 스크린으로 계속 바다를 보여준다"며 "리모델링한 나루아트센터의 음향과 기술이 이를 실감 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컬처웍스가 지난달 23일부터 롯데시네마 신도림에서 열고 있는 '샤롯데 더 플레이: 서바이벌'은 변이 바이러스로 좀비가 출현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 체험형 공연이다.
영상과 무대로 이야기가 전달되고, 관객은 그 안에서 배우와 함께 상황을 헤쳐 나가는 식으로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눈앞에서 좀비를 마주하며 생생한 공포와 오싹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공연의 묘미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이머시브 공연에 대해 관객도 호응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바탕으로 만든 '슬립노모어'(Sleep No More)가 대표적이다. '슬립노모어'는 건물 전체를 무대로 관객이 가이드라인 없이 곳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보고 체험하는 몰입형 공연이다. 미국 뉴욕, 중국 상하이에 이어 서울의 옛 대한극장 건물을 개조해 만든 매키탄호텔에서 지난 7월 프리뷰를 시작으로 열리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2025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슬립노모어'는 뮤지컬 중 티켓판매액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슬립노모어'는 인기에 힘입어 다음 달 공연 예매도 개시할 계획이다. 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운영되는 '슬립노모어'는 티켓 판매 수치에 따라 공연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
'샤롯데 더 플레이: 서바이벌'은 11월 3주 차까지 회차가 대부분 매진된 상태다.
통상적인 공연보다 생생하게 다가오는 이머시브 공연이 관객의 욕구와 맞아떨어지며 관심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동문화재단 관계자는 "요즘 관객들은 단순히 '보는 공연'보다 '직접 체험하고 참여하는 공연'을 원한다"며 "디지털 환경 속에서 하루 종일 콘텐츠를 소비하다 보니, 실제 공간에서 몸으로 느끼고 움직이는 경험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머시브 공연은 그런 시대적 감각에 맞는 새로운 공연 형식"이라고 덧붙였다.
박병성 공연 칼럼니스트는 "이머시브 공연은 현장감을 더욱 적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어서 공연의 매력을 잘 전달할 수 있다"며 "'슬립노모어' 같은 성공 사례와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하면서 많이 만들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머시브 공연은 경제성이라는 제약 조건이 있다.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특성상 통상적인 공연보다 관객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많은 공간을 꾸민다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박 칼럼니스트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공연이라면 더 많은 공간과 관리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경제성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이머시브 공연의 매력은 확실한 만큼, 비용 문제를 해결하면 이런 방식이 계속 시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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