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간의 상관성에 대한 이해는 분산투자의 기본이다. 가격의 움직임이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 즉 상관성이 높은 자산을 함께 매수하면 분산투자 효과가 떨어진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 주식을 함께 포트폴리오에 넣으면 분산투자 효과가 거의 없다. 이 두 종목은 오를 때나 떨어질 때나 주가의 움직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상관성이 낮은 자산군을 찾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되면 기대수익률과 위험으로 측정되는 투자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 상관성이 낮은 자산을 적절히 조합해 성과를 개선하는 것이 금융의 연금술이다.
복잡한 모델이 아니더라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60%를 주식, 40%를 채권으로 구성하는 매우 직관적인 '6:4 포트폴리오'의 장기 성과가 단일 자산에 투자한 것보다 낫다는 문헌 연구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분산투자에 대한 일반론인데, 요즘 시장에서는 이런 논리가 관철되지 않는 것 같다. 자산들이 전통적으로 가졌던 상관성이 깨지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이 안전자산을 상징하는 채권과 위험자산을 대표하는 주식의 동조화다.
과거에는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 추세일 때 주가가 상승했고, 금리가 하락 추세(채권 가격 상승)일 때 주가가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식과 채권 가격의 동조화가 뚜렷해졌다.
금과 주식 가격의 상관성도 깨졌다.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전 기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같은 위기 국면에서 금값은 상승했고 주가는 조정받았다. 안전자산의 상징인 금이 그야말로 금값을 한 것이다.
최근에는 금과 주식의 동조화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 안전자산인 금값이 급등하는 과정에서 주식도 함께 상승했다. 주식이라는 에셋(자산) 클래스 내에서도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큰 스타일이 더 많이 올랐다.
가치주보다는 성장주가 더 올랐고, 선진국보다는 신흥국 주식이 더 올랐다. 금값의 상승세를 안전자산 선호의 결과로 해석할 수 없는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 가격이 10월 초 역사적 고점을 기록한 후 조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역시 긴 시계열로 보면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금융자산처럼 거래가 활발하진 않지만 주요국 부동산 가격도 강세다. 그야말로 모든 자산 가격이 상승한다.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에브리씽 랠리는 경제에 풀린 유동성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동성이 풍부하니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함께 올라간다.
경제에 풀린 과잉유동성을 측정하는 잣대로 'GDP 대비 중앙은행 자산' 비율을 사용해 볼 수 있다. GDP(국내총생산)는 경제 활동을 통해 창출된 실물경제의 규모를 보여주고, 중앙은행 자산은 경제에 중앙은행이 최초로 공급한 유동성을 의미하는 본원통화와 비슷한 개념이다.
미국의 경우 이 비율이 오래 동안 6% 선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변했다. 한국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원·달러 환율이 1천600원대까지 급등하는 등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때가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는 아니었다. 당연히 IMF 사태가 더 큰 위기였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2008년 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기 후퇴를 불러왔다. 심각한 위기가 벌어지다 보니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만기가 긴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라는 파격적인 방법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했고, 경제에 주입한 유동성의 규모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2025년 9월 말 현재 미국의 GDP 대비 연방준비제도(연준) 자산 규모는 21.6%를 기록했다. 최근 출구전략을 통해 이 비율을 꽤 낮췄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대비 3.6배의 유동성(6%→21.6%)이 풀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앙은행이 풀어놓은 유동성이 실물경제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매우 약해졌다. 실물경제의 기반이 약하니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장기적으로 완화 지향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 이런 힘이 또다시 자산 시장을 부양한다.
에브리씽 랠리의 끝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때가 될 것이다. 물가가 불안하면 중앙은행이 돈을 풀기 어렵다. 2022년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물가가 불안하게 움직이면서 연준이 금리를 올리자 모든 자산 시장이 무너졌다.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S&P500지수는 25.4% 급락했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투자자도 치명적인 손실을 보았다. 당시 금값도 20.8% 급락했다.
에브리씽 랠리 이후에는 분산투자를 통해 피해 가기 힘든 동반 하락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계기는 물가 불안이 될 것이다. 물가를 늘 체크리스트에 올려놓고 있어야 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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