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개나리미술관은 박유빈 개인전 ‘속이 울렁거리면서 집으로 온다’를 오는 11월 2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언어로 설명되기 어려운 감정의 흐름과 내면의 파동을 회화적 언어로 풀어낸 시각예술 작업을 선보인다.
박유빈은 ‘울렁거림’이라는 감각적 상태에서 출발, 막연하고 불안정한 감정이 점차 윤곽과 형태를 찾아가는 과정을 회화, 드로잉, 판화 등의 매체로 탐구한다. 유화, 리놀륨 판, 나무 패널 등 다양한 재료 위에 쌓고, 긁고, 파내는 물리적 행위를 반복하며 감정의 흔적을 화면에 물질적으로 새긴다. 이는 감정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자체가 스스로 드러나는 과정에 가까운 작업 방식이다.
대표작 ‘윤곽’은 불확실한 감정이 순간적으로 형태를 얻는 지점을 포착한다. 특히 박유빈의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남색은 불안과 평온, 긴장과 수용이 교차하는 내면의 결을 상징하며, 감정이 단순히 밝거나 어둡지 않은 복합적 깊이를 지닌 존재임을 드러낸다.
전시는 회화와 판화 외에도 단행본 ‘흘러날아흘러’를 함께 소개한다. 이 책은 회화로 다 담기지 않는 감정의 파편들을 짧은 문장과 드로잉으로 엮은 것으로, 감정이 언어로 완전히 붙잡히기 이전의 세계를 또 하나의 흐름으로 제시한다.
서문을 쓴 이승준은 “감정은 한 번의 분출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시야에서 멀어져 잠기지만, 망각할 수 없어 다시 자기 안으로 돌아온다. 감정은 끝내 해소되지 않음으로써 자기를 다시 구성하는 힘이 된다”고 밝혔다.
박유빈은 감정을 명확히 규정하거나 해석하기보다 감정이 스스로 형태를 찾아가는 순간을 관객과 함께 머무르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감정이 언어화되기 이전의 미묘한 세계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경험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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