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하얀 차를 탄 여자' 리뷰: 이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폭설이 내린 새벽녘 병원 앞. 차에서 내린 여자 '도경'(정려원)은 피범벅 된 얼굴로 "도와달라"며 울부짖는다. 그가 '언니'라 부르는 다른 여자는 칼에 찔린 채 의식을 잃은 상태.
현장에 출동한 경찰 현주(이정은)는 넋을 잃은 채 중환자실 앞에 있는 '도경'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붙인다. 초점 없이 흔들리는 눈빛, 두 귀를 막고 얼굴, 목 등을 벅벅 긁는 '도경'의 진술은 불안정하고 모호하다. 그리고 후배 경찰로부터 그녀가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고 전해 듣는다.
'도경'의 증언을 토대로 현주는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후 '도경'부터 후배 경찰, 그리고 또 다른 인물들의 모순된 증언이 얽히면서 사건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진다.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하얀 차를 탄 여자'는 애초 2부작 단막극으로 제작, 14일 만에 촬영을 마무리한 작품이다. 정려원, 이정은 등 주요 배우들이 드라마 조연출로 인연을 맺은 고혜진 감독의 입봉을 돕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참여했다.
드라마 '검사내전' '로스쿨',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등에서 섬세한 심리 묘사와 인물 중심 연출력을 습득한 고 감독은 최대 장점인 '편집'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 영화 관계자들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극장 개봉을 확정 짓게 됐다.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의 증언이 엇갈리면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관객들은 자연스레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증언이 거듭될수록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듯한 독창적인 구조가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단순하게 사건을 재현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 내면의 균열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의심, 두려움, 트라우마 등에 초점을 맞춘 섬세한 심리극을 완성해 냈다.
특히 정려원, 이정은을 비롯해 그동안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 조연으로 활약한 4인 김정민, 장진희, 강정우, 이휘종 등이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캐릭터에 빙의 돼 열연을 펼쳐 몰입도를 끌어 올린다.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게 된 정려원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이른바 '날 것'의 연기로 감탄을 자아낸다. 외형만 망가트린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숙련된 연기력으로 끝까지 '진실'을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영화의 초반부는 정려원의 연기를 보는 것도 '재미'다.
감독의 신선하고 열정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가 합을 이루면서, 영화는 저예산 영화임을 막론하고 힘 있고 쫄깃하게 전개된다. 그러나 후반부는 2% 부족하다. 미궁에 빠진 사건의 실마리를 다소 정직하고 느슨하게 풀어헤친다. 생각 하지 못한 '허무함'에 힘이 빠질 수도 있다.
29일 개봉.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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