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경방 타임스퀘어가 최근 K-팝 팬덤의 새로운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아이돌 그룹들이 잇달아 팝업스토어나 팬사인회를 열며 수천명의 팬이 모이고 그 여파로 인근 카페·음식점·굿즈숍 등 상권이 활기를 띠고 있다. 타임스퀘어 중심의 팬문화가 지역 상권을 이끄는 '문화경제'로 확산되면서 영등포는 여의도·홍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신흥 문화 거점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고 건물 구조상 집객 효과가 높다는 점이 아이돌 행사 유치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팬덤의 주력층인 20대 여성들의 발길이 주말마다 이어지며 영등포 일대는 단순한 쇼핑몰이 아닌 '팬덤 커뮤니티의 오프라인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아이돌 생일카페, 포토존, 굿즈 교환 모임이 상시 열리며, 젊은 소비자들의 문화 활동이 상권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아이돌 팬덤 성지로 변신한 영등포"…타임스퀘어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 상권 형성
올해 들어 타임스퀘어는 아이돌들의 공식 컴백 행사의 중심 무대로 자리 잡았다. 2월 걸그룹 아이브의 팝업스토어를 시작으로 3월에는 인피니트, 4월에는 에이티즈, 5월에는 보이넥스트도어, 6월에는 프로미스나인 등 인기 그룹의 팬 이벤트가 줄줄이 이어졌다. 여름철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팬사인회와 넷플릭스 웬즈데이2 홍보행사가 9월에는 가수 경서예지의 뮤직스퀘어 공연이 열리며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타임스퀘어가 아이돌 팝업 장소로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입지적 이점이 크다. 타임스퀘어는 KTX와 지하철이 지나가는 1호선 영등포역과 바로 연결돼 있다. 또 5호선 영등포시장역에서도 도보로 10분 이내에 방문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수도권에 살고 있는 팬들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살고 있는 팬들의 접근성이 높다. 또 영등포역 주변으로는 2호선 신도림역, 문래역, 5·9호선 여의도역 등 다양한 노선이 지나 서울 내에서도 접근이 용이한 지역이다.
타임스퀘어의 독특한 건축 구조도 아이돌 행사 유치에 유리한 요소다. 중앙 천장이 높고 뚫려 있는 구조로 인해, 1층에서 열리는 팝업스토어나 팬사인회를 모든 층에서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덕분에 참여하지 못한 팬들도 현장의 분위기를 함께 즐길 수 있으며, 쇼핑을 위해 방문한 일반 고객들의 시선까지 끌어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를 낸다.
아이돌 팝업스토어는 주로 주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이에 따라 영등포동 일대의 주말 유동인구가 크게 늘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유동인구가 가장 많았던 요일은 토요일(14.86%)로 집계됐다.
또한 아이돌 팬덤의 주요 방문층은 여성 팬들로, 영등포동의 유동인구 중 여성 비율이 50.7%, 이 중에서도 20대 여성이 12.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아이돌 팝업과 팬사인회가 여성 중심의 젊은 소비 문화를 이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타임스퀘어 주변 상권에도 팬덤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아이돌의 생일을 기념하는 '생일카페'가 잇따라 열리고, 팬들이 직접 준비한 생일 전광판 광고가 영등포역사 내에 걸리는 등 팬덤이 하나의 지역 문화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카페들은 특정 아이돌 콘셉트로 꾸며져 포토존, 굿즈 판매, 이벤트를 진행하며 팬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일부 팬들은 타임스퀘어 행사에 맞춰 팬메이드 포토카드 교환 모임, 굿즈 거래 행사, 응원 슬로건 나눔 이벤트 등을 자발적으로 진행하며, 영등포 일대를 '팬 활동의 중심지'로 만들고 있다.
영등포역 내부에는 아이돌 팬이라면 꼭 들러야 할 '성지'로 불리는 테마 카페가 있다. 이곳은 특정 기간 동안 한 아이돌을 주제로 꾸며지며, 오는 30일까지는 최근 컴백한 비투비의 이창섭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음료나 디저트를 구매하면 그간 공개되지 않은 사진을 활용해 만든 조각 스티커나 포토카드를 선물로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또 여성들의 방문이 늘어나자 이들이 선호하는 가게들도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타임스퀘어 정문 앞 횡단보도만 건너면 방문할 수 있는 수제 피자집은 힙한 느낌의 내부 인테리어는 물론이며 돌담으로 둘러싸인 테라스가 있어 여성들이 사진 찍기 좋아하는 무드로 꾸며져 있다.
"무권리 매물도 경쟁 치열"…창업자들, 팬덤 상권 주목
타임스퀘어를 중심으로 한 팬문화 확산은 상가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팬덤 유입으로 주말 유동인구가 급증하면서, 무권리 매물임에도 높은 월세를 감수하고 입점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타임스퀘어 인근 공실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으며, '핫플 상권'으로서의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로 180 2층에 위치한 매물은 타임스퀘어 바로 옆에 있는 매물이다. 해당 매물은 오피스텔 상가 내에 있으며 전용면적만 30평 정도 된다. 하지만 현재 공실인 상태로 권리금 없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00만원이다.
해당 매물을 소유하고 있는 공인중개사는 오피스텔 내에 위치했기 때문에 주차나 화장실 등 다양한 문제들이 함께 해결된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손꼽았다. 다만 월 500만원이라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 21에 위치한 7평짜리 매물 역시 타임스퀘어 인근에 있는 오피스텔에 있는 매물이다. 첫 입주다 보니 권리금은 따로 없으며 보증금 2500만원, 월세 250만원이었다. 이곳 역시 건물 내부에 있는 화장실이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는 유동인구가 많은 신세계 백화점과 타임스퀘어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보니 브랜딩 효과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타임스퀘어에서 길만 건너면 곳에 있는 같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로 185 매물은 10평 규모로로 권리금은 따로 없으며 보증금 1000만원, 월세 80만원 수준이다. 현재 공실이며 내부 공사가 필수적이다. 또한 주변에 있는 다른 매물들에 비해 낮은 월세로 인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으며, 처음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이나 자본이 부족한 사람이 창업하기에 적당한 매물이다.
서울 영등포구 영신로30길 6-2에 위치한 3층짜리 작은 건물 역시 무권리에 보증금 4000만원, 월세 310만원에 나와 있다. 타임스퀘어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이 건물은 3개 층 전체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한 층의 면적은 약 9평 정도다.
해당 매물을 보유하고 있는 공인중개사는 월세 수준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업종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3층을 모두 사용하는 만큼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업종의 입점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3길 11에 위치한 30평짜리 매물은 신세계 백화점 야외 주차장 인근에 있는 곳이다. 보증금 3000만원, 월세는 200만원인 곳이며 권리금은 따로 없다. 현재 철거 공사가 완료된 상태로, 추가적인 전기 공사와 수전, 내부 인테리어 등은 필요한 상태다. 1층이 아닌 3층에 위치한 만큼 SNS등을 통해 고객을 효과적으로 모객할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해당 매물을 소유하고 있는 공인중개사는 말했다.
공인중개사 김왕경 씨(70·남)는 "영등포역 일대는 오래전부터 교통이 편리하고 유동인구가 많아, 자연스럽게 임대료가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며 "처음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다소 높은 지역으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는 "하지만 나름의 경쟁력을 갖춘 아이템이나 차별화된 콘셉트를 갖춘다면, 영등포역 상권은 여전히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젊은 창업자들이 감각적인 소형 매장을 중심으로 입점을 늘리는 추세여서, 소규모 상가라도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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