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음반에 얽힌 에세이…다음달 출간 앞두고 예약판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DSM(데이비드 스톤 마틴·1913∼1992)이 디자인한 레코드 재킷을 손에 들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왠지 인생에서 조금 득을 본 듯한 기분이 든다."('시작하는 말'에서)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76)가 재즈 애호가라는 사실은 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소설가로 성공하기 전까지 도쿄 고쿠분지에 '피터 캣'(Peter Cat)이라는 이름의 재즈바를 운영했고, 소설에 반복적으로 재즈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며, 재즈와 관련한 에세이를 펴낸 바 있다.
다음 달 출간을 앞두고 최근 예약 판매를 시작한 에세이 '데이비드 스톤 마틴의 멋진 세계'(문학동네)는 하루키가 소장한 재즈 레코드 중 DSM이 디자인한 것들에 관한 감상을 담았다.
음악 자체가 아닌 재킷 디자인을 소재로 하는 만큼 대다수 독자에게 생소하게 여겨지지만, 작가에 따르면 DSM은 포장지로 취급받던 재즈 레코드 재킷을 음반의 일부로 격상시킨 전설적 디자이너다.
DSM은 시카고 미술학교에서 공부한 뒤 2차 세계대전에서 종군 화가로 전쟁터에 나가 현장에서 직업 화가로서의 기량을 착실하게 갈고닦는다.
1944년 '애시'라는 작은 레코드 회사와 인연을 맺고 레코드 재킷 디자인을 시작한 DSM은 이후 전설적인 재즈 음반 프로듀서 노먼 그랜츠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재킷 디자인을 작업한다.
DSM은 특히 여러 음악가와 친교를 맺고 녹음 스튜디오에 드나들면서 연주자의 성격과 습관, 표정 변화를 이해하고 그것을 토대로 재킷을 디자인했다. 작가는 그런 DSM을 이렇게 설명한다.
"재즈라는 음악을 좋아했고, 재즈 맨이라는 인종을 좋아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재킷에서는 따스한 인간미와 재즈의 리얼한 실황감이 생생히 느껴진다."(본문에서)
예를 들어 비밥 음악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알토 색소폰 주자 찰리 파커는 '버드'(새)라는 별명이 있었고, DSM은 파커의 레코드 재킷에 많은 새를 그려 넣었다. 새의 모습을 한 파커가 색소폰을 연주하고 주변에 새들이 날아다닌다.
스윙 재즈 클라리넷의 명인으로 꼽히는 아티 쇼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에 입대해 수많은 위문 공연 무대에 섰다. 이를 고려해 DSM은 훈장처럼 보이는 물건이 악기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그림을 아티 쇼의 레코드 재킷에 그려 넣었다.
DSM은 재즈 역사상 최고의 여성 보컬을 논할 때 이름이 빠지지 않는 빌리 홀리데이의 재킷도 여럿 디자인했다. 이 가운데는 몹시 침울한 듯 고개를 떨군 여인의 모습을 그린 것도, 침대에서 울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담은 것도 있다. 작가는 이 같은 디자인을 두고 "DSM이 홀리데이의 노래에서 깊은 슬픔을 감지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처럼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재킷 디자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DSM이 음악가들과 호흡하며 그들의 개성과 사연을 디자인에 담아낸 만큼 필연적으로 음악과 음악가 이야기로 이어진다.
작가는 "DSM이 디자인한 재킷은 재즈 팬 사이에 인기가 높고, 세계적인 수집가도 많으며, 나보다 훨씬 대량의 DSM 레코드를 소유한 분도 물론 계실 것"이라며 "나 같은 사람이 이렇듯 넉살 좋게 나서는 것도 주제넘지만, 개인적인 'DSM 애호'이거니 여기고 이해해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홍은주 옮김.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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