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김민영 기자] "99년생 쿠드롱이요? 너무 과분한 별명이죠."
올 시즌 무명의 언더독들이 '영건 와일드카드'로 1부 투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띠는 한 사람을 꼽자면, 바로 '99년생 쿠드롱'이라 불리는 전재형(26)이다.
2023-24시즌 챌린지투어(3부) 로 프로당구에 입성한 전재형은 8년차 당구선수다. 고 3때 당구를 시작한 전재형은 대한당구연맹(KBF)에서 당구 선수로 데뷔해 3년 동안 활약했지만 큰 두각을 보이지는 못했다. 이후 군 제대 후 PBA로 둥지를 옮긴 전재형은 1년 만에 2부 드림투어로 승격돼 한 시즌을 뛰었지만, 역시 큰 활약 없이 올해 두 시즌째를 맞았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전재형은 이번 시즌 드림투어 개막전에서 마치 '당구 황제' 프레데리크 쿠드롱(벨기에)처럼 평균득점 2점대 경기력으로 연속 승리를 거두면서 주목을 받았다. 드림투어 개막전에서 512강부터 128강까지 애버리지 2.5 이상을 기록하며 64강에 오른 전재형은 정석근을 상대로 애버리지 3.500을 올리며 개막전 시작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PBA 3차 투어 'NH농협카드 PBA 채리티 챔피언십' 128강에서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후 4차 투어 'SY 베리테옴므 PBA 챔피언십' 128강에서 '3쿠션 레전드'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웰컴저축은행)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0-2에서 2-2로 따라붙은 전재형은 승부치기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전재형의 다음 도전 상대는 '프로당구 최연소 챔피언' 김영원(18·하림)이다. 전재형은 23일 오후 5시에 시작하는 6차 투어 '휴온스 PBA 챔피언십' 128강에서 김영원을 상대한다.
불과 프로당구 입성 2년 만에 유망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사실 대한당구연맹에서 선수를 할 때는 또래 중에서 조금 잘 치는 정도였지 잘 치는 선수도 아니고, 기대주도 아니었다. 제대 후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 큰 고민 없이 PBA를 선택했다. 집이 일산이라 집에서 가까운 것도 좋았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당구 선수로서의 진로를 결정했다. 부모님 반대도 심했다고 하던데.
처음에는 별로 안 좋아하셨다. 20살이 될 때, 대학을 갈 건지, 당구를 계속 칠지 딱 결정하라고 하시더라. 수시에 합격해서 갈 대학도 있었는데, 대학을 갈 거면 부모님이 지원해 주시겠지만, 당구를 치면 스스로 알아서 살라고 하셨다. 당구를 치겠다고 하니까 한 1년 정도는 좀 마음에 안 들어 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21살 때 경기도체육대회에서 메달을 딴 후로는 마음이 많이 바뀌셨고, 요새는 방송에도 나오니까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 거의 매 경기 보시고 '수고했다, 고생했다' 응원해 주신다.
올 시즌 처음으로 와일드카드를 받아 1부 투어에 출전해 봤는데, 어땠나?
챌린지투어나 드림투어는 8강 전까지는 심판도 없고, 초 제한도 없다. 그리고 하루에 3경기씩 3일 동안 하다 보니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은데, 1부 투어는 결승 날 아니면 하루에 1경기씩만 하니까 아무래도 컨디션 관리도 쉽고 하루의 에너지를 한 경기에 쏟아부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드림투어에서 이대웅 선수를 지난 시즌 드림투어 파이널에서 한 번 만났고, 올해 개막전 8강에서 다시 만났다. 파이널 때는 35:22로 지고, 개막전 때는 세트스코어 0-2에서 2-2를 만들고, 2-3으로 졌다. 대웅이 형이랑은 워낙 가깝기도 하고 그래서 다음에 다시 만나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조금씩 발전하고 있으니까.
또 1부 투어 첫 경기가 강동궁 선수와의 경기였는데, 주변에서 방송 경기라서 엄청 긴장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카메라보다 강동궁 선수가 더 위협감을 줘서 카메라는 사실 하나도 안 보였다. 강동궁 선수가 주는 그 압박감 자체가 좀 되게 인상 깊었다.
그런 압박감에도 불구하고 강동궁 선수를 3-0으로 꺾었다. 어떻게 극복했나?
1세트는 진짜 엄청 떨렸는데, 1세트를 어쩌다 이기고 나서 득점이 돼가면서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2세트도 이기고 나니까 3세트는 완전히 풀려서 경기력도 좀 잘 나온 것 같다.
와일드 카드로 1부 투어에 출전한다는 건, 첫판에서 PBA 톱랭커를 만난다는 의미다.
부담감보다 오히려 재밌었다. 세미 사이그너 선수랑 칠 때는 1세트를 0:7로 출발했다. 몇 점 따라가니까 사이그너가 경기 운영을 하기 시작하는데, 뭘 쳐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그런 순간이 짜증 나기보다 재밌고, 그걸 역전해서 1세트를 이겼을 때는 이제껏 느끼지 못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원래도 강동궁 선수의 경기를 많이 보는 편인데, 보고 있으면 진짜 잘 쳐서 넋 놓고 보게 된다. 그런 선수를 상대 선수로 만나니까 너무 신기하고 재밌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PBA로 온 게 조건휘 선수의 영향이 컸다고?
군대 갔다 와서 혼자 연습하는 저를 보고 "아침에 9시까지 나와라, 형이 당구 알려 줄 테니까"라고 해서 같이 지낸 지 한 3년 정도 됐다. 잠만 따로 자고 거의 매일 같이 훈련하고 있다. 1부에서 꼭 한 번 조건휘 선수랑 만나보고 싶다. 진짜 재밌을 것 같다.
조건휘 선수가 먼저 손 내민 이유가 있나?
사실 잘 모르겠다.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서. 좀 궁금하긴 하다.
전재형의 당구는 어떤 스타일인가?
좀 차분한 것 같다. 조건휘 선수에게 배우다 보니 좀 비슷해지는 것 같다. 지난 시즌까지는 수비에 좀 많이 치중했는데, 이번 시즌은 공격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개막전부터 애버리지가 너무 잘 나와서 계속 공격 위주의 공을 구사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시즌 시작할 때 작은 목표부터 큰 목표까지 적어 놓는데, 올해 목표는 사실 1부 투어를 뛸 수 있을 거란 생각을 아예 못 해서 드림투어 목표밖에 세우지 못했다. 시즌 애버리지 1.4랑 큐스쿨 없이 1부에 직행하는 것. 시즌 애버리지는 목표를 달성한 것 같은데, 1부 직행은 아직 조금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무명의 신인 선수에서 이제 이름을 조금씩 알리고 있는데,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아직까지는 좀 괜찮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좋은데, 앞으로도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감사를 전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 처음 당구를 가르쳐주시면서 제 기본기를 잘 다져주신 임윤수 선생님, 연맹 때 어린 저를 잘 케어해 주신 전세일 부회장님, 양순희 이사님, 그리고 이제 뭐 친형이나 다름없는 조건휘 선수와 아버지처럼 챙겨주시는 이충복 선수께도 감사드린다. 또 항상 옆에서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해 주는 김세연, 김예은, 이우경, 정다혜, 이하린 선수에게도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Copyright ⓒ 빌리어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