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곤충을 녹여 먹는 '육식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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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곤충을 녹여 먹는 '육식 식물'

위키푸디 2025-10-22 08:5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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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이 주걱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습한 땅 위에 바짝 엎드려 있는 작은 풀잎 하나. 멀리서 보면 반짝이는 물방울이 맺힌 듯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 안에서 벌레가 몸부림치고 있다. 반짝이는 것은 이슬이 아니라 점액이고, 그 점액은 달콤한 냄새를 내뿜는다. 끈끈한 점액에 이끌려 다가온 초파리와 날벌레는 그 순간부터 빠져나올 수 없다. 작은 잎이 천천히 오므라들며 곤충을 삼킨다. 이 식물의 이름은 ‘끈끈이주걱’이다.

겉모습만 보면 연약한 들꽃 같다. 햇살을 받으면 잎끝의 붉은 돌기가 유리 조각처럼 빛난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함정이다. 이 식물은 스스로 움직이며 살아있는 곤충을 사냥한다. 인간이 만든 덫처럼, 자연 속에서도 ‘덫을 놓는 식물’이 존재한다.

끈적한 점액으로 사냥하는 식물

끈끈이 주걱 자료 사진. / 위키푸디
끈끈이 주걱 자료 사진. / 위키푸디

끈끈이주걱은 주로 습한 늪지대나 산지의 고지대 습원에서 자란다. 영양분이 거의 없는 땅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진화한 육식식물이다. 잎 표면에는 붉은색의 가는 털이 빽빽하게 나 있고, 그 끝에는 끈적한 점액이 맺혀 있다. 이 점액은 햇빛을 받으면 투명하게 빛나며 곤충을 유혹한다.

작은 파리나 모기가 이 점액에 닿는 순간 탈출은 불가능하다. 끈끈이주걱의 잎은 천천히 안쪽으로 말리며 먹잇감을 감싼다. 마치 팔을 뻗어 포획하듯 움직인다. 이후 점액 속의 단백질 분해 효소가 작동해 곤충의 몸을 녹인다. 수분이 증발하면 남은 영양분만 식물의 몸으로 흡수된다.

사냥이 끝난 잎은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간다. 이렇게 한 잎이 한 번 사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5일. 그 사이 식물은 필요한 질소를 흡수하고, 다음 먹잇감을 기다린다. 사람의 눈에는 단순한 풀잎처럼 보이지만, 끈끈이주걱은 생태계 속에서 완벽히 계산된 생존 방식을 지녔다.

 

전 세계에 200여 종, 한국엔 단 3종

끈끈이 주걱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끈끈이 주걱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끈끈이주걱 속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200여 종이 알려져 있다. 남극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륙에서 발견되며, 특히 호주와 남아프리카에 종이 많다. 우리나라에는 ‘긴잎끈끈이주걱’, ‘납작끈끈이주걱’, ‘두잎끈끈이주걱’ 3종이 자생한다.

이 식물들은 주로 강원도와 경북 북부의 습지대에서 자란다. 오대산과 태백, 정선의 고지 습원에서 관찰되며, 일부는 제주도의 습한 산지에서도 발견된다. 환경부는 이들을 멸종위기야생식물 Ⅱ급으로 지정했다. 개발과 기후 변화로 습지가 사라지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40여 곳에서 서식이 확인됐지만, 현재는 10곳 남짓에 불과하다. 서식지는 대부분 고산 습원으로 접근이 어렵고,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지면 쉽게 훼손된다. 습지가 말라붙으면 끈끈이주걱은 가장 먼저 사라진다.

다윈이 주목한 움직이는 식물

끈끈이 주걱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끈끈이 주걱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끈끈이주걱은 과학계에서도 주목받았다. 찰스 다윈은 1875년에 펴낸 저서 『식충식물에 대하여』에서 이 식물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다윈은 “끈끈이주걱은 동물처럼 움직이고, 식물처럼 자란다”고 기록했다. 그는 잎이 자극받으면 수분 이동으로 휘어지는 현상을 세밀하게 관찰했고, 식물의 자극 반응 연구의 기초를 마련했다.

이후 현대 생물학에서는 끈끈이주걱의 점액 성분이 천연 점착제나 상처 치료용 소재로 사용될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점액에 포함된 당단백질은 항균성과 점착성이 뛰어나, 의료용 하이드로겔이나 기능성 화장품의 소재로 검토되고 있다. 일부 실험에서는 이 식물이 생산하는 점액이 피부 상처의 회복 속도를 높인다는 결과도 나왔다.

끈끈이주걱은 또한 습지 생태계의 건강성을 판단하는 지표식물이다. 산성도와 수분 상태에 민감해, 환경이 조금만 변해도 바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관심이 부른 위기

끈끈이 주걱 자료 사진. / 위키푸디
끈끈이 주걱 자료 사진. / 위키푸디

끈끈이주걱은 희귀함 때문에 오히려 위협받고 있다. 화분용, 관상용으로 채집되는 일이 많고, 인터넷 거래에서도 불법 유통이 적발되고 있다. 문제는 뿌리가 약해 옮겨 심어도 대부분 죽는다는 점이다. 이 식물은 스스로 자라나는 토양의 산도와 수분, 곤충 개체수 등 정밀한 환경 조건이 맞아야 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인공 증식과 복원 연구를 병행 중이다. 씨앗을 확보해 습지를 복원할 때 다시 도입하는 방식을 시험하고 있다. 하지만 습지 자체가 줄어들면 이 식물의 생존 가능성도 함께 줄어든다.

끈끈이주걱은 작지만 생태계의 균형을 보여주는 식물이다. 곤충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은 섬뜩하게 들릴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환경의 빈틈을 메우는 생명이다. 인간에게는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 생존 방식은 자연의 질서 안에서 완벽하게 조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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