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부동산 규제 조치에 대해 수원 지역 부동산 업계와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영통구는 광교신도시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는 지역이라 규제 지정이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팔달구와 장안구까지 함께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실거주 목적의 시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안구·팔달구는 실거주 중심 지역"…실수요자 혼란 가중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영통구 아파트 평단가는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하며 경기도 평균(2308만원)보다 26.7%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팔달구는 같은 기간 4% 상승했지만 경기도 평균보다 16.9% 높은 수준에 불과하고, 장안구는 3.5% 상승했으나 여전히 경기도 평균보다 3.4% 낮은 수준이다.
추석 연휴 이후 정부 규제 발표 소문이 돌자, 일부 지역에서는 서둘러 매매를 진행한 사례도 있었다. 광교신도시 대장 아파트 '자연앤자이2차' 전용 38평형 매물은 지난 12일 16억원에 거래돼, 지난해 9월 동일 평형 매물(15억원)보다 6.7% 올랐다.
하지만 영통구 내에서도 투자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지역은 이의동, 원천동, 하동 등 일부에 불과하며 매탄동·망포동·신동 등 나머지 지역은 실거주 수요가 중심이다. 신동 '래미안영통마크원2단지' 38평형 매물은 지난 7월 7억9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거래가 거의 멈췄고, 9월 거래도 5월 이후 4개월 만에 이뤄진 첫 거래였다.
팔달구 '수원센트럴아이파크자이' 39평형 매물은 지난 15일 10억300만원에 거래돼 5월 10억2500만원 대비 2200만원 하락했다. 장안구 '화서역블루밍푸른숲' 동일 평형 매물은 지난 1월 5억8500만원 거래 이후 신규 거래가 없다.
영통구와 달리 팔달구와 장안구는 실거주 수요 비중이 높아 투자 목적 거래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들 지역까지 규제 대상으로 포함된 것은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안구와 팔달구 공인중개사들도 두 지역은 투자 목적보다 실거주 위주의 거래가 대부분인데 투자 수요가 많은 영통구만 규제하면 수요가 팔달구나 장안구로 몰릴 것을 우려해 함께 지정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 안팎에선 해당 지역의 시장 여건을 고려해본다면 이번 조치는 과도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장안구와 팔달구의 규제 지정이 '풍선효과 방지'라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거주 위주 지역까지 동일한 강도의 규제를 적용한 것은 무리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공인중개사 김은지 씨(43)는 "장안구는 지난 2020~2021년 부동산 규제 당시 이미 집값 급등을 경험해 주민들이 이번 발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규제 발표 이후 신축 아파트 매매를 위한 대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상급지 이사를 준비하던 전세 세입자들 사이에 '지금 사야 할지, 생애 최초 대출을 받아야 할지' 등을 묻는 상담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규제 이후 전세 만기 시점에 전셋값이 오르면서 거주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며 "장안구는 신축 공급이 적고 집값 상승폭도 크지 않았는데 이번 규제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부담만 더 커진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수원 지역 실거주자들도 규제로 인한 부담을 호소했다. 고성환 씨(58·남)는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매매를 고려하고 있었는데, 부동산 규제가 나오면서 생각했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해야 할 것 같아 매매 시기를 미루려 한다"며 "당장 이사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므로, 현 상황을 조금 더 관망하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집을 매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 씨는 "영통구에서도 투자 가치가 좋은 지역이 있고, 아닌 지역이 있는데, 일부 지역만을 보고 전체를 묶는 것은 조금 과한 처사였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에 이어 경기까지 묶였다…"실거주도 투기 취급" 분분
정부는 이번 조치가 일부 수도권 지역의 과열된 주택 시장을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서울의 경우 기존 4개 자치구(강남·서초·송파·용산)에 이어 나머지 21개 자치구가 추가로 포함됐다. 경기도 12개 지역(과천, 광명, 성남(분당·수정·중원), 수원(영통·장안·팔달), 안양, 용인(수지), 의왕, 하남)이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및 토지거래허가규제 등 3중 규제지역으로 지정된다.
조정재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이(LTV) 40%로 제한된다. 기존에 70%였던 서울 강북권 지역이나 경기권의 경우 약 30% 축소됐다. 또한 유주택자들은 LTV가 0%로 주택담보대출이 불가하다. 다주택자의 경우 취득세 및 양도세의 부담이 높아지며 장기보유 특별공제에서 배제되는 등 세제상 불이익이 생긴다.
또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아파트를 살 경우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하며, 아파트를 매수한 이후에는 취득일로부터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다. 이를 어길 경우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지자체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전세대출을 보유한 경우 규제지역 내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새로 구입할 수 없고, 반대로 3억 원 초과 아파트를 매수한 사람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다. 1억원 이상의 신용대출을 보유한 사람은 대출 시행일로부터 1년 동안 규제지역 내 주택을 구입할 수 없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갭투자 억제와 전세대출 규모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영통구만 규제지역으로 지정할 경우 다른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면서도 투자 위주의 거래보다 실거래가 주로 이어지는 지역까지 묶을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가 내놓고 있는 규제들은 '대출을 받아서까지 아파트 매매를 섣불리 하지 말라'는 강력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며 "또한 이번 조치로 인해서 매매 가격이 안정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다만 주거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생애 최초로 아파트를 매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규제를 조금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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