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컷더케이크(Cut the Cake)는 고경호 개인전 ‘긴 정물 (Such a) Long Still Life’를 오는 11월 4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정물화라는 오래된 회화의 장르를 다시 호출하며 농담과 진지함, 가벼움과 무게 사이의 긴장을 탐구하는 작가의 신작들을 선보인다.
전시명과 작품 제목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긴(long)’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형상의 길이나 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래 머무는 감각, 모호하게 지속되는 관계, 혹은 언어로는 완전히 포착할 수 없는 사랑의 잔상을 암시한다.
‘긴 정물’은 웃음과 장중함이 교차하는 역설적인 화면 속에서, 회화가 여전히 ‘사소한 것’을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증명한다.
고경호는 정물화와 초상을 매개로 ‘사물을 그리는 일’이 곧 ‘자신을 그리는 일’이 되는 지점을 탐색한다. 그의 화면 속 사물들은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내밀한 감정의 표면이자 관계의 흔적이다. 작가는 일상의 사소한 사물들을 통해, 농담과 고백, 그리고 숨겨진 사랑의 언어를 교차시키며 회화가 품을 수 있는 정서의 깊이를 확장한다.
대표작 ‘허튼 초상(플라스틱)’은 이러한 작가의 회화적 태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화면 중앙 인물의 코에 남은 붉은 흔적은 성형의 흔적 같기도 하고, 은밀한 신체의 상징처럼도 보인다. 이 초상은 단단히 고정된 자아가 아니라 사회적 시선 속에서 연기되고 변형되는 불안정한 존재로 묘사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감정이 얼마나 유동적인지, 그리고 회화가 그것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고경호의 정물들은 더 이상 고요히 멈춰 있는 사물이 아니다. 그것들은 작가의 시선과 마음이 스쳐 지나간 자리, 다시 말해 감정이 잠시 머물다 간 흔적으로 남는다. 작가는 “사물을 바라보는 일은 결국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라며, 정물화 속에 자신의 내면을 투사한다.
‘긴 정물’은 관람객에게 천천히 머물러 바라보는 시간을 권한다. 오래된 회화의 언어를 빌려 여전히 사람의 시선과 시간의 지속을 다루는 가장 인간적인 예술의 형식을 되묻는 자리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정물화 속 사물이 더 이상 고요히 멈춰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내밀한 감정이 깃든 풍경으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말한다. 관람객들은 그 화면 앞에 머무르며, 사물과 감정이 교차하는 그 미묘한 시간의 밀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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