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해인 기자] 쌀살해진 가을날,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영화 한 편이 도착했다.
도시 괴담에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힘이 있다. 정체불명의 존재와 기이한 현상들, 그리고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요소들이 사실적인 사건과 섞여 그럴듯한 이야기로 전해진다.
인적 드문 폐가에 얽힌 사연, 증발하듯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 비 오는 날이면 나타나는 의문의 존재 등에 관한 이야기는 믿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외면하기도 힘들어 꾸준히 재생산된다. ‘웨폰’은 이런 이야기를 독특하고 충격적인 방식으로 전하며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웨폰’은 한 마을에서 일어난 기이한 실종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날 17명의 아이들이 새벽 2시 17분에 집 밖으로 달려 나가는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이들은 같은 반 학생들이었고, 단 한 명의 아이 알렉스(캐리 크리스토퍼)만이 보통의 날처럼 등교한다. 학부모들은 충격에 빠지고, 실종된 교실의 담임이었던 저스틴(줄리아 가너)이 사건의 배후로 의심을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실종된 아이의 아버지 아처(조슈 브롤린 분)가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는 실종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시선을 하나씩 따라가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인물의 시선이 하나의 챕터가 되고, 관객은 이들을 통해 기이한 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실종된 아이들의 담임교사, 실종된 아이의 아버지, 사건이 일어난 학교의 교장 선생님, 지역 경찰 등 인물들이 특정한 위치에서 목격한 것이 하나로 모이면서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이야기만큼이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매력적인 ‘웨폰’은 같은 사건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에도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오히려 반복을 통해 사건에 숨겨진 의미가 드러나면서 흥미가 배가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챕터별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들에게는 저마다 사연이 있어 챕터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각 인물들과 사건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실종 사건의 전말이 하나씩 밝혀지는 과정도 흥미로워 몰입감이 높다.
‘웨폰’은 아이들의 실종을 밝히는 스릴러로 출발해 중반부 이후 영화의 성격이 급변한다. 각 인물들의 시선이 모여 퍼즐처럼 완성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의 제목이 가진 진짜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조금씩 증폭되던 긴장감은 의문의 존재가 등장하는 순간 폭발하고, 그 순간을 기점으로 ‘웨폰’은 호러 영화의 무드로 방향을 튼다.
이번 영화에는 ‘그것’, ‘컨저링’ 시리즈 제작진이 참여했다. 이 공포장르의 대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을 놀라게 한다. 우선, 영화 전체에 깔린 기묘한 분위기가 러닝 타임 내내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여기에 일차원적인 점프 스퀘어부터 자극적인 요소 없이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세련된 방식까지 활용해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 둔다.
‘웨폰’은 도시괴담류 이야기를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낸 영리한 영화다. 치밀하게 설계된 이야기 속에 서서히 퍼져나가는 스릴을 만끽하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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