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라앉고 우울함과 두려움으로 가득 찰 때, 나는 다양한 암환우 대상 프로그램을 들으며 환우들과 소통하고 힐링했다. 공실이의 치유일상에서 앞서 적었던 글처럼 막항(마지막 항암치료) 후 무료한 일상에서 원예치료, 미술치료 등의 암환우 대상 프로그램을 접하고 더 건강하고 알찬 치유의 나날을 보냈다.
나의 투병 시기가 코로나 팬데믹과 겹쳤기에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던 것도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항암으로 인해 컨디션이 안 좋거나 빡빡머리라 가발을 써야 했고, 발 골절로 이동이 자유롭지 않을 때에도 한두 시간의 수업을 위해 먼 거리를 가지 않고 다양한 온라인 수업을 집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찾아보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곳에서 암환우 대상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항암, 영양 등의 기본 정보 교육뿐만 아니라 미술, 원예, 뜨개질, 싱잉볼, 명상, 아로마, 춤, 근력운동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유방암, 난소암 등 같은 암을 겪고 있는 환우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암선배와의 대화 시간도 있다.
나는 흔히 말하는 암밍아웃(암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일)을 하지 않아 주변 사람들과 암투병에 관련해 얘기를 나누지 않았고 코로나 시기였기에 집에서 칩거하며 치료시기를 보냈다.
그 와중에 참여하게 된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나의 일상에 활력을 주고 새로운 취미생활로 이어졌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터놓으며 큰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암 진단을 받고 치료 예정이거나 치료 중이시라면 다니는 병원의 암교육센터가 있는지 확인하시고 적극 참여하시길 바란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연세암병원, 서울성모병원, 국립암센터나 암요양병원, 각 지역의 보건소에서도 암환우 대상 프로그램들을 찾을 수 있다.
병원의 표준 치료가 끝났다면 지역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수업에 차여하시기를 추천 드린다. 전국의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지정병원에서 암 치료 이후의 건강관리와 심리, 정서적 안정, 사회복귀를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치료받은 병원과 상관없이 지역의 센터에서 상담과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암환우 단체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캔드림협동조합의 스토리텔러 프로그램 덕분이다. 나는 ’아미북스 사협‘의 프로그램에 종종 참여하는데 전문가 환우분들이 강사로 진행하시기에 좀 더 편안히 마음을 열고 소통하게 된다. 최근에는 ‘담심포‘에서 진행하는 ’암경험자 회복지원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아미다해’, ‘리버스-2030암경험자커뮤니티‘ 등 환우모임에서 독서, 필사, 운동 등의 자조모임을 함께하며 서로 소통하는 것도 좋다. 나의 경우 난소암 환우 커뮤니티에서 컬러테라피, 독서모임, 운동인증, 식이인증 등의 소모임에 참여하고 근처에 사는 환우분들과 종종 만남을 가지기도 한다.
모임 참여가 부담스럽다면 오픈채팅방에서 또래 암환우와 수다를 떠는 것도 좋다. 특히 2030 젊은 환우들의 경우, SNS 속 또래들의 삶을 보며 우울해지거나 위축되기가 쉬운데 또래 환우들과 소통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건강히 직장에 복귀하거나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며 암경험자의 새로운 삶을 다독이게 된다.
암투병을 하며 느낀 우울과 불안, 걱정과 궁금한 것들을 환우들과의 소통으로 해소할 수 있다. 이런 혼돈의 시간을 나만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먼저 겪은 환우들이 괜찮다고 말해주니 정말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마음의 위안을 얻고 두려움을 덜 수 있었다. 나 혼자가 아니다.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환우분들이 계시다면 용기 내어 마음을 열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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