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향의 문화산책102] 조르주 페렉 『보통 이하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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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향의 문화산책102] 조르주 페렉 『보통 이하의 것들』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0-12 06:45:19 신고

'강백향의 책읽어주는선생님' 

 

  두번째 읽은 책은 조르주 페렉(1936~1982)의 『보통 이하의 것들』이다. 안그래도 읽고 싶던 책인데, 반가웠다. 그의 책은 어렵지 않다. 행위를 기록하는 글이라고 느껴진다.

 그는 시간의 횡포에 맞서는 방법이 기록하기라고 주장한다. 주목하지 않는 장소를 기록하고, 목록을 작성하는 것은 독창성을 잃지 않는 방법이다. 글쓰기는 사회학적, 소설적, 유희적, 자전적 글쓰기로 나눌 수 있다는 말도 백번 공감한다. 아니 에르노는 자전적 글쓰기만 하고 있고, 조르주 페렉은 이 네가지를 모두 하고 있는 것. 네가지 스타일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사이사이 해석으로 길을 안내해주는 김호영 번역자의 친절함이 몹시 고마웠다.

​놀라운 것은 <런던 산책> 이 실려있었다. 조르주 페렉이 파리에 관한 글을 쓰지만, 런던이라니. 지난 여름 다녀온 런던은 내게 수많은 창을 열어주고 있다. 요즘 찾아보는 영화나 드라마들도 런던 배경이 많다. 경험하고 읽는 글은 보지 못하던 것을 더 보게 해주고, 공감의 폭도 커지게 한다. 거리 산책과 기록자인 조르주 페렉의 조언은 이것이다. 런던의 명소를 갈 것이 아니라 거리를 걸어 보아야 한다는 것. 구불구불한 여정. 집들과 상점, 공원, 사람들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게 산책하고 글쓰기를 하는 것이라 한다.

​기억하고 싶은 것, 예를 들면 어릴 때 살던 집 같은. 그렇게 의미있는 것들을 나열하고, 또는 책상 위의 정물들을 나열하는 방식, 규칙을 만들어 문장을 구성하는 방식들까지. 다양한 방식의 글쓰기로 구성되어 매우 흥미진진하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시간의 흐름에 저항하는 ‘일상의 글쓰기’로 귀결된다. 바로 오늘의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아닐까. 내가 살고 있는 오늘에 거리두기, 연명하기, 성찰하기까지 모두 해당될 것이다. 아님 그야말로 일상 글쓰기로 더 도전해 보아야하는 걸까. 글쓰기 욕구를 마구 자극하는 책이다.

 "어떤 나라를 여행하는 즐거움을 주는 것만을 택해야 한다. 런던에서 우리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한가로이 거리를 산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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