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79) 미 대통령이 최근 중국의 강력한 희토류 수출 통제 움직임을 비판하며,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한국 경제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예정됐던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재고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유 SNS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은 매우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전 세계 국가에 서신을 보내 강력한 희토류 수출통제를 하겠다고 통보하고 있다.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 시진핑과 전화통화도 하지 않았으며 APEC에서 그를 만날 필요도 없어 보인다"고 분노했다.
중국 상무부는 바로 전날 희토류 뿐 아니라 희토류 생산기술까지 수출허가증을 받도록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이는 희토류를 민간용으로 수출해서 군용으로 전환 못하게 막는 조치다. 동시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곤경에 처한 미국이 희토류 자체 개발에 나서자 생산기술 유출까지 철벽같이 막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첨단무기 생산에 필수 원료인
중희토류(HREE)를 틀어막아
트럼프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이유로 관세폭탄을 때리고 있지만, 중국의 독점적인 희토류 위협에는 속수무책인 채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시진핑이 희토류 수출 공급망을 의도적으로 통제하고 무기화하려는 전략적 행동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위층에게 항상 극도의 불안과 분노를 야기하고 있다.
희토류는 17개 원소(란타넘족 15개와 스칸듐, 이트륨)를 총칭하며, 독특한 화학적, 전기적, 광학적 특성 덕분에 첨단 산업과 기후변화 대응 기술에 필수적인 광물로 주목받는다.
희토류는 경희토류(Light REE, LREE)와 중희토류(Heavy REE, HREE)로 분류되는데, 그 전략적 가치에 큰 차이가 있다. 란타넘(La)과 세륨(Ce) 같은 LREE는 비교적 풍부하고 수요량의 70%를 차지하지만, 금액으로는 8%에 불과할 정도다.
그러나 디스프로슘(Dy), 테르븀(Tb), 네오디뮴(Nd) 같은 중희토류(HREE)는 그 희소성이 높고 고온에서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첨단 무기 시스템의 고성능 영구자석 제조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따라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보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중국의 HREE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결정자들은 F-35 전투기나 핵잠수함과 같은 핵심 군사 자산의 성능 유지를 위해 대체 불가능한 중국 HREE의 안정적인 조달이 필수적임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HREE 수출 통제 강화 움직임은 직접적인 국가 안보 공포를 유발하는 방아쇠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분노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이제 희토류는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부가적인 소재가 아니라, 21세기 경제 패권 경쟁을 좌우하는 핵심 동력이다. 특히 전기차(EV)와 풍력 발전 터빈 등 친환경 산업에 필수적인 고성능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로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HREE는 영구자석의 성능을 극대화하여 친환경 기술의 효율성을 결정한다.
따라서 희토류 공급의 안정성은 미국의 에너지 전환 전략 및 기후변화 대응 산업의 성공을 좌우하며, 이는 곧 미국의 미래 경제적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 외에도 희토류는 반도체용 연마제, 석유화학 촉매, LED 광원, 레이저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 폭넓게 사용되어 미국의 기술 생태계 전반을 지탱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희토류 생산의 최대 90%까지 중국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F-35스텔스 전투기 뿐아니라
토마호크 미사일에도 필수품
다음 표는 미국 국방 핵심 플랫폼에 필요한 희토류의 양과 기능을 보여주며, 중국의 수출 통제가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을 명확히 드러낸다.
미국 국방 핵심 플랫폼별 희토류 요구량 및 기능 분석
| 국방 플랫폼 | 주요 희토류 기능 | 희토류 요구량 | |
| F-35 스텔스 전투기 | 레이더, 센서, 엔진 자석 (Nd, Dy, Tb) | 400 k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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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 레이더 시스템, 추진 시스템 영구자석 | 2,200 k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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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 핵반응로 제어봉, 음파탐지기 자석 | 4,200 k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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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호크 미사일 | 정밀 유도 장치, 전자기 센서 | N/A (필수 사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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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주력 전투기인 F-35 스텔스 전투기 한 대에 약 400kg의 희토류가 필요하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에는 4,200kg,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에는 2,200kg이 들어간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협상을 주도할 때, 중국이 바로 이러한 핵심 군사 자산 제조에 필수적인 광물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사실은 대중 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협으로 작용했다. 희토류의 군사적 응용은 무역 협상에서의 패배가 곧 국방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공포를 심화시켰다
트럼프를 더 좌절시키는
희토류의 정제 가공 기술
중국이 계시장 99% 장악
더 심각하고 치명적인 취약점은 단순한 채굴 점유율이 아니라 정제 및 가공 단계에 있다. 희토류 광석을 첨단 제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정제하고 자석이나 합금 형태로 가공하는 분야에서 중국은 전 세계 시장의 99%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중국의 지배력이 양적 독점(채굴)을 넘어 질적 독점(가공/정제)에 기인함을 의미한다.
희토류 정제 과정은 환경 오염 유발이 크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과거 서방 국가들은 이 과정을 중국으로 이전했다. 중국은 느슨한 환경 규제를 활용하여 산업을 독점적으로 발전시켰다. 미국이 자국 내 광산을 운영하더라도, 이 환경적 부담을 감수하며 정제 및 가공 설비를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현실은 트럼프 행정부의 해결 노력을 어렵게 만들었고, 좌절감을 심화시켰다.
미국은 희토류 자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 최근 한 곳의 광산 덕분에 과거 100%에 달하던 수입 비율을 최근 80% 정도로 줄였으나, 여전히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생산 및 수출 제한, 기업 통폐합 등을 통해 세계 희토류 공급량을 임의로 좌우하며 가격 불안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데 , 이는 중국이 시장 논리가 아닌 국가 전략적 목표에 따라 희토류 공급을 관리하고 있음을 명확히 시사한다. 이 같은 자원과 관련 기술 통제의 전략적 성격은 트럼프 행정부에게 중국이 단순한 경쟁자가 아닌 잠재적 적대자로서 행동하고 있음을 확신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희토류 리스크
곳곳에서 이미 발생해
중국의 수출 통제 위협이 실제 산업 피해로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실제로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통제 조치로 인해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드(Ford) 사가 희토류 수급 부족으로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중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미국 시카고 공장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익스플로러 생산을 일주일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이 터졌다.
더군다나 군수 산업계에서도 즉각적인 경고가 터져 나왔다. 미국의 군수 기업들은 중국으로부터의 희토류 수입이 2~3개월만 지연되어도 재고가 고갈되고, 반년(6개월) 정도 공급이 중단되면 F-35 전투기, 이지스함, 핵잠수함 등 핵심 무기 제조 공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했다.
희토류 수급 문제로 미국 내 생산 차질 우려가 확대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미중 정상 통화(2025년 6월 5일)를 진행해야만 했다. 이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 압박이 미국의 최고 지도자를 움직이게 만든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통화 후 트럼프 대통령은 복잡한 희토류 문제가 모두 해소(straightened out)되었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 통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공개적으로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관세와 무역 협상을 주도했지만, 중국이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의 분노는 단순한 무역 손실을 넘어 국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희토류 독립위한
행정명령까지 동원하기도
중국의 자원 무기화 위협에 대응하여, 트럼프 행정부는 핵심 광물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적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광물 공급망을 조사하고 자국 내 생산을 확대하도록 상무부에 지시하는 행정명령(E.O. 13953)을 발표했다. 이 행정명령의 핵심은 단순히 광석 채굴을 늘리는 것을 넘어,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가공(Refining) 단계와 배터리 양극재, 풍력 터빈 등 반제품 생산 역량까지 국내에서 확보하도록 검토하는 것이었다. 이는 중국 독점의 취약점이 채굴이 아닌 고부가가치 가공 단계에 있음을 정확히 인지한 대응이었으나, 단기간 내에 고도로 전문화된 정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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