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아몬드> 공연 모습 / 라이브 제공 |
전 세계 30개국에서 번역 출간돼 총 250만 부가 팔린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아몬드>가 3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아몬드처럼 생긴 뇌 속 편도체가 작아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달 19일부터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 중이다.
아픔 등 고통은 느끼지만, 상대방이 지금 고통스러울 것 같다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는 사람들로부터 ‘괴물’ 취급받으며 학교폭력에 시달린다.
그러나 그때마다 오히려 윤재가 가해자 취급을 받기 일쑤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로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고, 할머니는 세상을 떠난다. 그런 상황에서도 윤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낸다.
얼마 후, 죽음을 앞둔 아내를 위해 잃어버린 아들 이수를 찾은 윤 교수가 개차반인 아들 대신 윤재한테 아내 앞에서 아들인 척 해달라고 부탁한다.
뒤늦게 이를 안 곤이(부모를 잃은 이수는 그동안 곤이로 살아왔다)가 윤재한테 거칠게 행동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눈 하나 끔뻑 안 하는 윤재 때문에 곤이는 더 화가 난다.
나중에 윤재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걸 안 곤이는 윤재가 감정을 표출할 수 있게 유도한다.
한편, 엄마가 운영하던 책방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윤재가 책 몇 권을 학교 도서관에 기증하러 갔다가 ‘나 홀로 유도부원’인 도라를 만난다.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유형의 도라에게 윤재가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윤재나 자기나 사랑을 느껴본 적 없다는 공통점 때문에 윤재한테 마음을 열었던 곤이가 이를 알고 다시 엇나간다.
그는 과거 소년원에서 만난 형님을 따라 조직에 들어가고, 윤재가 곤이를 조직에서 빼내기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다 이루어질 지니> 속 수지도 윤재처럼 타인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다.
윤재 역시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이코패스라고 불리지만, 엄마와 할머니는 그렇게 불리는 게 싫어 윤재한테 타인의 감정을 ‘학습’ 시킨다.
여러 얼굴을 보여주며 이건 어떤 감정이고, 그럴 땐 이렇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공부시킨다.
사실 이런 건 배우지 않아도 원래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편도체가 작아 알렉시티미아라는 신경학적 장애를 가진 윤재한텐 따로 배워야 하는 영역이다.
그런 가운데 할머니와 엄마의 부재(不在)는 윤재를 더 힘들게 한다. 이젠 가르쳐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 모두 그를 괴물이라고 부르며 괴롭히지만, 평소 이름(도라 LEE)처럼 특이한 도라가 윤재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감정을 느껴본 적 없는 윤재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실제 의학적으로 어떤지를 떠나 바로 이 부분이 이 뮤지컬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사이코패스인 윤재가 살인을 일삼는 내용이었다면, 아마도 이 작품이나 원작 소설이 큰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이다.
공연장인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 1관은 600여 석의 중극장 규모의 극장으로, 무대의 폭이 좁은 편이다. 그래서 1층 앞에서 보면 마치 소극장 공연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좁은 무대 탓에 무대 세팅이 고정되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책장 여러 부분을 LED로 꾸며 다양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뮤지컬 <아몬드>는 12월 14일까지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관객과 만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ceo@
Copyright ⓒ 디컬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