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고향을 향해 달리다 보면 드넓은 강과 바다 위에 놓인 교량들이 귀성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교량은 단순히 길을 이어주는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별 기술과 미적 감각을 담은 건축물이자 국가 인프라 발전의 상징이다. 특히 구 교량과 신설 교량이 나란히 놓인 장면은 우리 사회의 도로 역사와 건설 기술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970~1980년대에 건설된 교량들은 대체로 기능성과 경제성에 집중한 형태였다. 직선적 콘크리트 보 교량이나 강재 트러스 구조가 일반적이었고, 미적인 요소는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교통량 증가와 구조적 노후화 문제가 발생했고, 보수·보강 공사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최근 건설된 교량들은 안전성·내구성·경관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케이블교·사장교·아치교 방식이 도입돼 곡선미와 세련된 외관을 갖추고, 야간에는 LED 경관조명이 더해져 도시와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까지 수행한다. 서울의 월드컵대교가 대표적 사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신 교량은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다. 2010년 개통된 거가대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해저 복합 교량으로, 총 길이가 8.2km에 달한다. 세계 최초로 침매터널 공법을 적용해 바다 밑을 통과하는 3.7km 구간을 구현했으며, 해상에는 초대형 사장교가 설치됐다. 이 교량의 개통으로 부산~거제 간 이동시간은 약 2시간 10분에서 50분으로 단축돼, 명절 귀향길 풍경을 크게 바꿔놓았다.
거가대교는 단순한 교통시설을 넘어선 건축·토목 기술의 집약체다. 바닷속 침매터널과 해상 사장교를 결합한 복합 구조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기술 성과이며, 바람과 파도, 조류 등 극한 해양 환경을 고려한 설계는 한국 교량 기술의 위상을 높였다. 동시에 다리 자체가 부산·경남권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으며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교량의 발전에는 첨단 재료와 설계 기술이 큰 역할을 한다. 고성능 콘크리트(HPC)와 복합재료,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반 3D 설계가 도입되면서 교량은 더 오래 안전하게 쓰이도록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자전거·보행자 전용 도로, 친환경 설계가 적용되며 단순한 도로 인프라를 넘어 지역민의 생활 공간으로 확장된다.
추석 귀향길에서 만나는 다리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시간의 건축물’이다. 부모 세대가 건너던 직선형 구 교량과, 자녀 세대가 달리는 거가대교 같은 초현대식 교량이 나란히 놓인 풍경은 마치 세대를 이어주는 다리와 같다.
올해도 수많은 차량이 고향을 향해 달린다. 그리고 그 길 위에 놓인 다리들은 묵묵히 우리 사회의 발전을 증명한다. 교량은 단순한 길이 아니라, 귀향길의 추억과 세대를 잇는 진정한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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