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스타워즈5] 한국 발사체 '코닥 필름 교훈'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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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스타워즈5] 한국 발사체 '코닥 필름 교훈' 삼아야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0-07 04:39: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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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현실, 차세대 발사체 논의

  한국은 나로호에서 러시아 엔진을 빌려 썼다. 이를 기반으로 누리호에서는 독자 설계한 KRE-075KRE-007 엔진으로 우주 발사체 자립이라는 성취를 이뤘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지금 추진되고 있는 2조원대 규모의 차세대 발사체 사업도 케로신 기반이다.

 예타 단계에서 확정된 계획은 케로신 대형 발사체였지만, 세계는 이미 메탄과 재사용으로 옮겨가고 있다. ‘차세대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이지만, 사실상은 이미 오래된 유물적 기술이다. 성공한다고 해도 차세대라기보다는 개량형에 가깝다. 차세대라 부르기 어렵다.

메탄 엔진에 대한 반론과 그 한계

  일부 전문가들은 메탄 엔진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기술 난이도가 높고, 실패 위험이 크다고 한다. 지금 메탄엔진을 개발해서 2032년에 달에 갈 수 없다고도 한다. 특히 당장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케로신 발사체 관련 기업과 인력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다. 수많은 엔지니어와 기업이 케로신 발사체 공급망에 얽혀 있다. 하루아침에 설 자리를 잃는다는 불안은 현실적이다. 그러나 이는 1980~90년대 전산화 초기의 걱정과 유사하다. 컴퓨터가 도입돼 전산화가 이뤄지면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는 걱정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새로운 산업이 탄생했고, 더 많은 고용이 이뤄졌다. 한국의 경제는 성장했다. 이에 비해 전산화를 늦게 받아들인 일본 제조업과 병원은 뒤처졌다. 다시 새겨볼 교훈이다.

코닥 필름의 교훈

   케로신 집착은 결국 코닥필름식 사고이기도 하다. 코닥은 필름 사진의 제왕이었다. 한때 전 세계 사진의 70% 이상이 코닥 필름으로 찍혔다. 그러나 코달필름은 디지털 혁신이 몰려올 때, 기존 수익 구조를 포기하지 못하고 필름 사업에 집착했다. 사실 코닥은 1975년 디지털 카메라를 가장 먼저 발명했지만, 스스로 외면하다 결국엔 몰락했다. 케로신 엔진도 마찬가지다. 안정적이고 익숙하지만, 이미 세계 흐름은 메탄으로 바뀌었다. 코닥이 놓친 기회를 반복할 수는 없다.

스페이스X의 화성 계획과 메탄 디포

  스페이스X2026년부터 무인 스타쉽 다섯 기를 화성에 보낼 계획이다. 2028년부터는 12명의 유인 탐사단을 보낼 계획도 있다. 이 시나리오가 가능하려면 지구 궤도에는 메탄·산소 디포(depot)가 있어야 하고, 화성 표면에서는 ISRU 시스템이 연료인 메탄과 산소를 생산해야 한다.

 따라서 메탄 기반 연료망이 완성되어야 화성 왕복 탐사가 가능하다. ‘지구 저궤도 캐시 ·화성 궤도 디포 화성 ISRU 생산 체계가 연결돼야 인류는 화성에서 장기 체류와 지구로 귀환할 수 있다.

  이런 메탄 연료 네트워크는 2035년 부근이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 시기가 되면 케로신 발사체는 국제 협력과 상업 시장에서 모두 경쟁력을 잃는다. 한국이 차세대 발사체를 2032년까지 개발한다고 해도 달에 간다고 해도 결국은 버려야 할 기술이다. 더욱이 화성에 가기 위해서는 다시 메탄 엔진의 발사체를 개발해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결국 중복 투자에 늑장 개발이 반복되는 꼴이다.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스타십이 지구 저궤도에서 스타십 메탄 저장고(캐시)에 [스페이스X]메탄과 산소를 공급하는 상상도.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스타십이 지구 저궤도에서 스타십 메탄 저장고(캐시)에 [스페이스X]메탄과 산소를 공급하는 상상도.

한국의 대응 전략

  케로신 발사체 생태계 입장에선 케로신을 당장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케로신 엔진 기술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메탄 엔진으로 전환하는 밑거름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브릿지식 운용 방안이다. 케로신과 메탄 엔진을 일정 기간 병행해 산업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사실 누리호는 12년만에 개발해 지금까지 3번 발사했을 뿐이다. 따라서 메탄형 차세대 발사체가 개발되기 전까지 발사체 공백을 메우기 위한 보완조치로 누리호 기반의 케로신 발사체와 개량과 상업화 전략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는 재교육과 훈련이다. 케로신 엔지니어들이 극저온 연료, 재사용 기술, ISRU를 배우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산업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기존 케로신 엔진 공급망을 메탄 엔진 체계로 흡수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이 성공하면 케로신의 경험이 메탄 엔진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짜  차세대를 향해

  차세대 발사체는 이름만 번듯한 후속 발사체가 아니다. 세계가 이미 합의한 메탄+재사용이라는 패러다임을 담아야 한다. 케로신은 자립의 상징이었지만, 미래를 열 수는 없다. 행정 절차와 예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술과 미래에 대한 철학이다. 대한민국의 꿈과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를 따라야 한다.

한국이 새로운 표준에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2류에 머물 것인가도 고민을 해보라. 코닥 필름식 집착에서 벗어나 디지털 카메라처럼 새로운 질서를 열어야 한다. 메탄과 재사용이야말로 발사 단가를 수십 분의 일로 낮추고, ‘지구--화성시대를 여는 열쇠다. 그것이 진정한 차세대 발사체. 달에 가는 목표 일정도 필요하면 조정하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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