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는 야마가 있다.”
너드커넥션 보컬 서영주의 말이다. 단순한 코드와 멜로디 위에 태도와 에너지를 실어 곡마다 관통하는 ‘날 것’이 느껴진다는 의미다.
지난 3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1996년 넵워스의 함성이 스크린을 다시 채웠다. 영국의 전설적 록밴드 오아시스의 처음부터 전성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슈퍼소닉>에서다. 상영 직후 이어진 GV에는 음악평론가 정민재와 밴드 너드커넥션(서영주·최승원·박재현·신연태)이 함께했다.
보컬 서영주는 리암 갤러거의 무대를 “한 곡을 불러도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부르는 사람”이라고 요약했다. 퍼포먼스보다 노래와 메시지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태도. 그가 즉석에서 붙인 이름은 “인생 포기 창법”이다. 최근 투어 영상에서 확인한 리암의 컨디션에 대해서는 “놀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성실한 가수”라고 못 박았다. 웃음과 탄식이 섞인 내한 공연 티켓팅 일화도 빠지지 않았다. 결제창에서 카드 변경으로 두 장을 놓친 사연, “집 근처라서 공연은 귀동냥해야겠다”는 체념 섞인 농담까지.
기타리스트 최승원은 노엘 갤러거를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로서의 기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 말했다. 화려한 주법보다 멜로디를 떠받치는 감지(感知)에 충실한 연주, 그래서 위대한 기타리스트 순위에는 높지 않더라도 “가장 멋있는 기타리스트를 꼽으라면 노엘이 떠오른다”는 평이다. 드러머 신연태는 오아시스의 미덕을 “남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 기준으로 판정하는 솔직함”에서 찾았다. 박재현의 답은 더 단순했다. “결국 곡이 좋아서”다.
오아시스는 1991년 맨체스터에서 결성된 뒤, 2009년 여름 노엘 갤러거의 탈퇴로 해체했고, 지난해 8월 15년 만에 극적으로 재결합을 선언했다. 2025년 7월 영국 카디프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 멕시코, 일본, 호주,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등지에서 월드 투어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10월 2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16년 만에 한국 팬들을 만난다.
이번 내한 공연을 앞두고 다산책방에서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공식 인터뷰집 『슈퍼소닉』(오아시스 지음, 사이먼 핼폰 엮음, 김하림 옮김)은 영화가 미처 담지 못한 30시간, 약 25만 자에 달하는 무삭제 인터뷰를 기록한 책이다. 특히 데뷔부터 1996년 25만 명의 관객을 운집한 넵워스 공연까지, 아일랜드계 노동자 계층 형제가 시작한 신생 무명 밴드가 어떻게 ‘시대의 아이콘’이자 ‘록 계의 거인’으로 우뚝 섰는지를 구술사 형식으로 보여준다.
노엘이 제안하고 리암이 응답하며 성사된 이 프로젝트는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빌런이냐”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영화에는 단 두 시간만 담겼던 인터뷰의 전모가 책으로 옮겨지며, 오아시스의 초기 5년을 입체적으로 복원한다. “난 항상 120%로 불렀을 뿐”이라는 리암과 “2년 전부터 이미 대단했다”는 노엘의 회고에서 느껴지듯 오아시스만의 솔직함과 유머를 살린 생생한 구술 기록이다. 책과 스크린, 무대의 교차점에서 오아시스는 여전히 현재형이다.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악동이자, 세대를 통합하는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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