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윤 어게인" 동아리 만들려다 실패한 이유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재학생이 ‘윤석열 지지’ 등을 표방하는 극우 성향 동아리를 설립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어 동아리 등록의 최소 요건인 ‘회원 10명’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내 극우 성향 동아리 '자유대전 카이스트' 홍보 현수막. (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카이스트 입틀막 재학생·졸업생 공동대책위원회’의 신민기 위원장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다행스러운 소식을 하나 전한다. 최근 카이스트 내에 극우 동아리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이 동아리의 등록은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축사 도중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발언을 하다가 경호원들로부터 입을 틀어막힌 채 끌려 나간, 이른바 ‘입틀막 사건’의 당사자다.

문제의 동아리 이름은 ‘자유대학 카이스트(자유대학)’ 였다. 교내에 걸린 회원 모집 현수막에선 스스로를 ‘대전 최초 애국 보수 동아리’로 소개했다.

현수막에 소개된 활동 목록을 보면 ▲계몽 운동(반국가세력과 부정선거의 진실 알리기) ▲반중 멸공 ▲윤 어게인(Yoon Again·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다시 복귀시키자는 구호) 등 모두 극단적 우파 성향을 띠고 있다.

자유대학은 동아리 등록 마감일까지 참여 인원이 한 명에 그쳤다. 카이스트 동아리는 학내 동아리연합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정동아리’와 가등록된 ‘가동아리’로 나뉘는데, ‘학부·대학원 재학생 10명 이상을 회원으로 둬야 한다’는 가동아리 자격 요건에도 미달한 결과였다. 자유대학 설립 추진자 외에는 아무도 가입 의사를 밝히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신민기 부위원장은 “상식적인 학생들이 음모론과 극우를 향한 거부를 표명해줬기 때문에 동아리 등록에 실패한 것”이라며 “공동체를 어지럽히는 극우 난입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자유대학 회원 모집 현수막이 교내에 게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학내 구성원을 중심으로 해당 동아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카이스트 분회는 지난달 22일 학내 대자보를 통해 “카이스트 공동체 내에 외국인 혐오·배척과 폭력적 행위를 조장·선동하는 극단주의 우파 단체가 있을 자리는 없다”며 학교 본부 차원의 조처를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