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K뷰티에 대한 해외 투자사와 글로벌 뷰티 기업들의 러브콜이 빗발치면서 시장이 요동치는 중이다.
자본력과 유통망을 등에 업은 ‘글로벌화’가 새로운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브랜드 정체성 약화, 재매각 리스크 및 생산기지화 등 각종 위험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맞부딪히면서 성장과 종속이라는 갈림길에 선 K뷰티 기업들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4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약 55억1000만달러(한화 약 7조7409억)로 집계되며 지난해 동일 분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 구조 변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작년 화장품 기업의 인수합병(M&A) 거래 수는 18건이었으며, 거래액만 2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흐름은 K뷰티가 전략적 방향성과 경쟁 구도를 재설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기업이 해외 자본에 매각되는 것은 부정적인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사모펀드나 뷰티 기업에 인수되면 자금 조달이 쉬워지고 북미·유럽·동남아 등 현지 유통망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세계적인 뷰티 체인·리테일러 등 유통 네트워크 진입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풀이다.
이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매출 확대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며 뷰티 산업 내 활력을 가져다줄 수 있다. 또 R&D 투자 확대로 연구 개발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도 존재한다.
문제점 역시 구조적이다. 해외 대기업이나 사모펀드(PEF) 인수 전략은 대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경향이 있어 글로벌 전략에 부합하는 핵심 브랜드에만 자원을 쏟고 그렇지 않은 라인이나 브랜드는 정리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로레알 그룹이 지난해 고운세상코스메틱을 인수하면서 사명을 지우고 ‘닥터지(DR.G)’만 편입하는 쪽으로 무게를 실은 상황이 대표적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수익률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다양성 및 혁신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PEF 주도의 거래는 짧은 투자 회수 기간으로 인한 재매각 리스크도 존재한다. 단기간 내 잦은 경영진 교체로 경영의 연속성이 흔들리면서 장기적인 브랜드 육성이 어렵게 된다는 풀이다. 더불어 경영권 이동은 핵심 기술 및 인력의 해외 유출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중소 인디 브랜드들의 특징인 ‘제품 콘셉트’나 ‘감성’과 같은 무형 자산이 소유 구조 변화로 인해 획일화될 위험성도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해외 자본의 유입으로 국내 대기업과의 경쟁 구도도 재편된다.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과 채널 장악력은 기업 내 경쟁의 강도를 높이고 자본력이 약한 국내 중소·인디 브랜드는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산업 내 양극화가 심화되고 대기업 간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풀이다.
해외 자본 공세와 더불어 국내 투자사들의 움직임도 뚜렷하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 스킨1004 등 해외 매출을 바탕으로 성장한 유망 브랜드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라운드랩을 운영하는 서린컴퍼니와 스킨푸드 인수에 나섰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 역시 뷰티 스타트업 비나우에 투자를 단행하며 지분율을 높였다.
이 같은 국내 투자사의 브랜드 인수는 고유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확장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산업 전반을 견인하기에는 자본 규모와 영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지난 7월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화장품 용기·디스펜서 제조사인 삼화를 733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 달 3일에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 국내 미용실 프랜차이즈인 준오헤어를 수천억원대에 사들였다. 이 같은 흐름은 브랜드를 넘어 제조·서비스 전반의 밸류체인까지 해외 자본 영향권에 들어가고 있다고 분석된다. 국내 산업 기반이 글로벌 기업의 생산·유통 체계 속으로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자금력과 유통망을 활용해 산업 전체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만큼 K뷰티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도 있다”며 “다만 진정한 K뷰티 기업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경쟁력·노하우·기술력이 해외로 유출될 위험성도 존재한다”며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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