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추석은 곡식과 과일이 무르익는 시기에 조상에게 감사드리고 가족이 함께 모여 나누는 날로 여겨졌다. 달이 가장 밝게 빛나는 시기라 ‘한가위’라는 이름도 붙었다. 오랜 세월 동안 추석은 먹고 즐기는 날이 아니라, 집안의 뿌리를 돌아보고 공동체의 연대를 확인하는 의미가 있었다.
오늘날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추석은 귀향과 명절 음식으로만 남기 쉽다. 하지만 전통이 깃든 공간을 직접 찾아가면 조상들이 이어온 의례와 생활 문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와 민속문화를 집대성한 국립민속박물관, 도심 속에서 옛집을 재현한 남산골한옥마을은 추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다.
1. 조선의 근간이 된 신성한 공간 '종묘'
종묘는 ‘종묘사직’으로 불리며 유교 국가 조선의 근간을 이룬 공간이다. 역대 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올리던 장소로, 지금도 신성함과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관람 규칙이 엄격하다. 평일에는 국가유산해설이 포함된 시간제 관람으로만 운영돼 자유롭게 둘러보기 어렵다. 자유 관람을 원한다면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또는 ‘문화가 있는 날’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종묘는 창경궁과 연결되는 율곡로가 개방돼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매주 월요일은 휴궁이므로 월요일과 화요일을 제외하고 둘러보면 좋다. 주변에는 청계천, 광장시장, 세운상가, 보신각 등 볼거리가 풍부해 미리 동선을 짜두면 관람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종묘 외대문으로 향하기 전 만날 수 있는 종묘광장공원은 나무가 널찍하게 펼쳐져 산책하기 좋고, 곳곳에 벤치가 마련돼 있어 쉬어가기에도 적합하다.
경내에는 흥미로운 유적도 남아 있다. 조선의 역대 왕들이 종묘를 드나들며 물을 마셨다고 전해지는 ‘종묘 어정’이다. 현재는 우물로서의 기능은 잃었지만, 이 우물로 인해 일대가 ‘훈정동’으로 불리게 됐다는 전승이 전해진다. 제례 공간에 머물지 않고, 조선 왕조의 생활과 연결되는 흔적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산이다.
2. 민속문화를 집대성한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의 삶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것은 물론, 오늘날 우리의 생활과 연결해 그 맥락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박물관은 크게 3개의 상설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전시관인 ‘한민족생활사’에서는 농경과 어업, 주거와 의식주 전반을 통해 우리 삶의 터전을 일군 사람들과 그들이 남긴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전시관 ‘한국인의 일상’은 조선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중심으로, 시장과 거리 풍경, 주거 구조와 살림살이 같은 구체적 모습들을 담아냈다. 세 번째 전시관 ‘한국인의 일생’에서는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겪는 생애의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돌잔치, 혼례, 장례와 제례 같은 관혼상제 의식이 실제 유물과 함께 전시돼 있어, 한국인의 삶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특징은 전시를 넘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매듭이나 공예를 배우는 짧은 체험 강좌부터 박물관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장기 교육 과정까지 폭넓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박물관 교실’이나 ‘박물관 나들이’를 진행하며,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계절마다 열리는 기획 전시와 체험 행사는 추석이나 설날 같은 세시 풍속과 맞물려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송편 빚기, 놀이 체험, 민속 공연 등이 함께 진행된다.
3. 도심 속의 옛집, '남산골한옥마을'
남산골한옥마을은 번화한 도심 한가운데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한옥 5동과 공예관, 천우각, 정원, 서울남산국악당, 그리고 서울천년타임캡슐 광장까지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남산 자락을 따라 조성된 정원은 계곡과 정자, 화초가 어우러져 도심 속에서도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연못 청학지와 천우각이 맞이한다. 천우각 광장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서울 곳곳에서 옮겨온 다섯 채의 한옥이 나타난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 다양한 계층의 주거 형태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남산골한옥마을은 복원된 건축물을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옥 공간을 사용한 문화 체험이 풍부하게 마련돼 있다. 방문객들은 한복 입기, 한지 접기, 한글 쓰기, 차 마시기 같은 체험을 즐길 수 있으며, 예절 학교와 한방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주말에는 실제 혼례가 열리고, 혼례 체험에도 참여할 수 있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천우각 앞 원두막에서는 짚공예 시연이 이어지고, 무대에서는 태권도 시범 공연과 참여 행사가 진행된다. 피금정 마당에서는 제기차기, 윷놀이, 비석치기 등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인기가 높다.
또한 마을 곳곳에는 문화유산해설사가 상주해 있어 한옥과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서울의 중심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남산골한옥마을은 도심 속에서 전통을 체험하고, 세대와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살아 있는 역사 현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통 여행지 정보 총정리
1. 종묘
- 운영시간: 2~5, 9~10월 AM 09:00~PM 06:00, 6~8월 AM 09:00~PM 06:30, 11~1월 AM 09:00~PM 05:30
- 입장료: 대인: 1,000원, 외국인: 1,000원, 청소년, 어르신, 장애인, 유공자, 한복을 입은 자: 무료
2. 국립민속박물관
- 운영시간: 월, 화, 수, 목, 금, 일요일 AM 09:00~PM 06:00, 토요일 AM 09:00~PM 08:00, 추석 당일 10/6 휴무
- 입장료: 성인: 무료
3. 남산골한옥마을
- 운영시간: 화, 수, 목, 금. 토, 일 AM 09:00~PM 09:00, 월요일 정기 휴무
-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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