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담그고 인생 황금기 찾아왔다"…'장금이'로 취업한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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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담그고 인생 황금기 찾아왔다"…'장금이'로 취업한 노인들

이데일리 2025-10-03 12:10: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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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종로구 이화동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도심 풍경과는 사뭇 다른 공간이 나타난다. 100여 개의 장독대가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발효를 이어가는 곳, 바로 종로노인종합복지관 5층 ‘장마당’이다. 이곳엔 회색빛 빌딩 숲을 배경으로 널찍한 옥상 마당에 옹기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뚜껑을 열자 켜켜히 쌓인 다시마 사이로 콩 알갱이가 층층이 자리한 된장이 황금빛을 드러냈다.
노인 일자리 사업 ‘종로&장금이’ 참여자 조용숙(왼쪽)씨와 구문임씨가 지난 9월 30일 종로구 이화동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장마당’에서 자신들이 담근 된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이곳에서 장을 담그고 관리하는 이들은 모두 60세 이상 ‘장금이’들이다. 장금이가 되기 위해선 전통 장 담그기부터 고객 서비스 교육까지 체계적으로 수료한 뒤 선발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를 통해 ‘장 전문가’로서의 활동 자격을 얻는다. 이날 만난 장금이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장독에서 장을 퍼올리며 염도와 곰팡이 등 자신들의 숙성 노하우를 귀띔했다. 포장 용기에 스티커를 붙이는 마지막 작업까지 시연하며 “이 일이 우리를 다시 젊어지게 만든다”고 입을 모았다.

‘종로&장금이’는 2013년 소규모 자원봉사 활동에서 시작됐다. 당시 몇몇 어르신이 복지관 마당에서 장을 담가 지역 주민과 나눈 것이 계기였다. 이후 주민참여예산과 공모사업을 거쳐 2017년 장체험관과 장카페가 마련됐고, 2023년부터는 공동체형 노인일자리 사업단으로 본격 확대됐다. 올해는 20명의 어르신이 참여해 전통 방식으로 된장·간장·고추장·과일청 등을 제작·판매하고 있다. 어린이집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장 담그기 체험과 지역 주민 장독 분양 등 장 문화를 전수하는 활동도 주요 업무다. 사업 참여자들은 일주일에 4시간씩 두 번, 평균 주당 8∼9시간 일하고 35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는다.

참여자들의 삶에는 분명한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 13년간 활동하며 최장수 장금이가 된 조용숙(88)씨는 “음식을 만드는 걸 좋아해 시작했는데, 활동을 하다 보니 활력이 생겨 치매도 안 오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30년 공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한 구문임(77)씨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장을 직접 담가본 적이 없었지만, 교육을 받고 장금이로 활동을 시작했다. 구씨는 “예전에는 생업을 위해 배워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여기서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배우다 보니 정말 즐겁다”며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사업 매출은 시니어 마켓 입점, 쿠팡 등 주요 온라인 쇼핑몰 덕분에 1억 1500만원 규모까지 증가했다. 다만 과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수행 주체가 사회복지사들이다 보니 홍보와 판로 개척 등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성장지원컨설팅의 연간 운영, 시니어마켓 입점 제한 완화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인 일자리 사업 ‘종로&장금이’ 참여자 조용숙(왼쪽)씨와 구문임씨가 지난 9월 30일 종로구 이화동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장체험관’에서 자신들이 담근 된장을 포장용기에 담고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정부도 노인 일자리의 질적 성장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참여 인원 확대에 그치지 않고, 전문성과 지속성을 갖춘 우수 모델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고령 참여자의 안전을 책임질 전담 인력을 확대 배치하고, 건강 상태와 업무 역량을 반영한 근로 능력 평가 지표를 마련해 개인 맞춤형 일자리 제공에 나선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수 사업단 평가 대회를 통해 아이템을 선발하고 표준 매뉴얼을 제작할 계획”이라며 “참여자가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개선 조치를 시행하는 등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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