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에도 일하니 즐거워" '연매출 1억' 장 담그는 할머니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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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에도 일하니 즐거워" '연매출 1억' 장 담그는 할머니사업단

연합뉴스 2025-10-03 12: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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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자리사업 '종로&장금이'…어르신들 담근 장 판매·강의로 年매출 1억 돌파

"70살 넘어 일자리 시작…'무리하지 말라'지만 활력 생겨 즐거워요"

"장이 잘 돼서 기분이 좋네!" "장이 잘 돼서 기분이 좋네!"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종로노인종합복지관 노인일자리사업 '종로&장금이' 참여자 조용숙씨와 구문임씨가 30일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장마당에서 직접 담근 장이 담긴 장독대를 열어보고 있다. 2025.9.30. fat@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잘 치대야 돼. 너무 뻑뻑하면 안 되니까 간장 더 넣어서."

87세 조용숙 할머니가 1년 가까이 소중하게 담근 된장 장독대 뚜껑을 열어 메주를 섞었다.

"이제 12월이 되면 완전히 숙성되는데, 올해는 더워서 그랬는지 간장이 아주 색깔이 곱고 된장도 굉장히 맛이 들었어요. 아이구, 장이 부드럽게 잘 돼서 기분이 좋네."

지난달 30일 방문한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 5층 '장마당'에는 우리 전통 방식으로 담근 장이 익어가고 있는 장독대 100여개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복지관의 노인일자리 사업 '종로&장금이'에 참여하는 20명의 종사자가 지난 1년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애지중지 보살펴온 장독대다.

조씨와 함께 장독대를 연 구문임(76)씨가 신중하게 장을 한 주걱 펐다. 올해 담근 장도 사업 초기부터 13년 동안 장을 만들어 온 조 할머니의 마음에 든 모양으로, 둘의 얼굴이 환해졌다.

"벌레 같은 게 안 들어가게 뚜껑을 잘 닫아야 돼. 뚜껑을 닫아도 우리나라 항아리는 유리나 플라스틱이랑은 달라서 다 숨을 쉬어요." 조씨가 장독대 뚜껑을 조심스레 닫았다.

"간장 색깔이 곱다" "간장 색깔이 곱다"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종로노인종합복지관 노인일자리사업 '종로&장금이' 참여자 조용숙씨와 구문임씨가 30일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장마당에서 직접 담근 장이 담긴 장독대를 열어보고 있다. 2025.9.30. fat@yna.co.kr

복지관이 수행하는 종로&장금이 노인일자리 사업은 2013년 노인 자원봉사단 형태로 출발했다. 전통문화가 깊게 남아 있으며 동시에 시장 상권과 대기업 본사가 밀집해 있다는 종로구의 특성을 살려 어르신들을 다양한 세대에게 전통 장 문화를 전승하는 생산자로 육성한다는 취지다.

이후 2017년 종로구청과의 협업으로 복지관에 장마당과 장 체험관·카페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서울시 노인일자리 사업에, 2023년부터는 복지부의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사업 참여자들은 일주일에 4시간씩 두 번, 평균 주당 8∼9시간 일하고 35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는다.

사업에 참여하는 20명의 '장금이'들은 직접 전통 방식으로 고추장·간장·된장·수제청 등을 담가 판매하는 활동 외에도 방문객이나 외부 기관을 대상으로 전통 장 담그기·요리 강의를 진행한다.

시니어 마켓 입점, 쿠팡 등 주요 온라인 쇼핑몰 판촉 전략에 힘입어 2020년 1천700만원에 그쳤던 연 매출액은 지난해 1억1천500만원으로 6배가량 뛰었다.

또 적극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체험코스를 기존 3종에서 19종으로 확대 운영하고 이를 젊은 세대가 이용하는 원데이 클래스 앱 등에서 예약할 수 있게 했다. 기업·기관 등 단체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강의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의 체험 인원은 2천400명에 이른다.

'1대 장금이' 로서 13년간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씨는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고 나서 "일상이 즐거워졌다"고 말한다.

"70이 넘어서 이걸 시작했는데, 아이들은 '무리하지 마시라'고 했지만 나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게 너무 즐겁고 활력이 생겼어요. 이 나이에 어디서 뭘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내가 얼마든지 배우고 일할 수가 있더라고요."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장체험관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장체험관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종로노인종합복지관 노인일자리사업 '종로&장금이' 참여자들이 30일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장체험관에서 장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5.9.30. fat@yna.co.kr

노인일자리는 65세 이상 노인(일부 유형은 60세 이상)이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수 등을 전액 또는 일부 지원해 제공하는 일자리다.

크게 취약계층 노후 소득 보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공익활동형과 자아실현·사회활동 기회 제공 등을 목표로 하는 사회 서비스형, 정부가 취업 알선 등 마중물 역할을 하는 민간형으로 나뉜다.

정부는 초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전체 노인 인구의 10% 이상 규모로 일자리를 공급한다는 목표에 따라 이 같은 노인일자리를 2030년까지 130만개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늘어나는 수요에 맞춘 재정 조달과 안전 관리 문제는 부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자리 수가 130만개로 올해보다 약 18% 늘어나면 예산은 최소 4천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노인일자리 안전사고는 2022년 1천658건에서 지난해 4천36건으로 사업량 증가에 따라 계속 늘고 있다.

이에 박문수 복지부 노인지원과장은 "늘어나는 안전사고에 대응해 올해 노인일자리 안전 전담 인력 613명을 확보한 상태"라며 "안전사고 위기도가 높은 수행 기관 위주로 먼저 인력을 투입한 후, 2028년까지 모든 수행 기관에는 전담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구용역을 통해 노인 근로능력 평가 지표를 개발한 후 개인별 능력에 따라 안전성 면에서 적합한 일자리를 매칭하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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