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명절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가족들이 마음을 나누고, 삶의 온도를 되짚는 계기다. 그런 의미에서 공연장은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명절 공간이 될지도 모른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 이 가을, 극장에서 만나는 공연은 기억에 남을 ‘감정의 유산’이 된다.
추석, 세대별로 공감할 수 있는 공연 3편을 소개한다. 각기 다른 감성과 메시지를 지닌 이 무대들은, 명절의 풍경을 더욱 깊고 따뜻하게 물들일 것이다.
■가족 모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첩보 액션 뮤지컬 '코드네임X'
2025.09.06 ~ 10.19 /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시간 여행, 비밀 조직, 그리고 첩보 액션. 다소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소재지만, '코드네임X'는 이를 경쾌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가족 뮤지컬이다.
11세 소년 ‘강파랑’이 엄마의 오래된 노트를 통해 과거로 이동하고, 비밀 요원 ‘바이올렛’과 함께 세계를 위협하는 음모에 맞서 싸운다는 설정은, 어린이들에게는 짜릿한 모험을, 어른들에게는 가족에 대한 뭉클한 울림을 안긴다.
음악과 무대, 조명이 조화를 이루는 박진감 넘치는 연출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빠져드는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문화 속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얽힌 이 작품은, 박물관이라는 장소와도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청춘의 낭만과 유쾌한 인연의 만남 '운빨로맨스'
오픈런 / 대학로 컬쳐씨어터
로맨스와 코미디, 그리고 약간의 미신. 연극 '운빨로맨스'는 제목부터 톡톡 튄다.
운명을 맹신하는 여자 ‘점보늬’와 운명 따위는 믿지 않는 남자 ‘제택후’가 펼치는 좌충우돌 러브스토리는, 일상의 가벼운 터치 안에 청춘의 고민과 웃음을 절묘하게 녹여낸다.
기분 좋은 BGM처럼 잔잔하게 이어지는 유머와 감정선, 단순한 연애담을 넘어 ‘믿음’과 ‘자기 확신’이라는 키워드를 짚는 깊이가 인상적이다.
연휴 기간 중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기에 적당한 거리감과 정서적 포인트를 갖춘 작품으로, 가벼운 티타임 이후 극장으로의 산책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3대를 아우르는 웃음과 눈물, 시골집 마당 같은 무대 '보물찾기'
추석 연휴 포함 상시 공연 / 대학로 올림아트센터
소박한 시골집, 충청도 사투리, 그리고 숨겨진 갈등과 애정. 연극 '보물찾기'는 명절 연휴의 정서와 가장 깊숙이 닿아 있는 작품이다.
농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겉으로는 유쾌하지만, 그 속에는 ‘가족의 진심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이 담겨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대사,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웃음 속에 가끔 뭉클한 침묵이 찾아온다. 마치 명절날 식탁에서 불쑥 튀어나온 오래된 이야기를 들으며 느끼는 감정처럼.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 이보다 더 따뜻한 연극은 드물다. 특히 세대 간 소통을 원한다면, 이 무대가 훌륭한 매개가 되어줄 것이다.
한 편의 연극, 한 장면의 노래가, 오랜 시간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대신 전해줄 수도 있다.
이번 추석, 차례상 앞에서의 짧은 인사보다 조금 더 깊은 소통을 원한다면, 극장을 찾아보자. 가족과 함께 앉아 무대를 바라보는 그 시간, 잊지 못할 명절의 풍경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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