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중 흐느낌에 실종자 구한 관광객도…생명 구한 용감한 시민들
(인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동네에서 할머니 한 분이 실종됐다고 해서 내내 걱정했어요. 이튿날 산에서 사람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해서 철책을 넘어갔더니 사라진 할머니가 몸을 덜덜 떨고 계시더라고요."
강원 인제에서 잇따라 발생한 실종 사건과 관련해 시민들이 실종자 구조에 크게 기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0일 오후 6시 38분께 인제군 기린면 서리 한 마을 뒷산에서 A(77) 할머니가 사라졌다.
"뒷산에 올라간 뒤 내려오지 않는다"는 할머니 가족의 신고로 경찰과 소방대원들은 마을 곳곳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는 치매가 있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산속에서 탈 없이 귀가하기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실종 24시간에 가까워진 지난 1일 오후 5시 30분께 마을에 8년 가까이 살던 네팔 외국인 노동자 카렐 뷔살(33) 씨는 산속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사람 소리를 들었다.
작업장 인근에서 산을 향해 힘껏 짖는 개의 모습도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이에 그는 곧장 작업장 인근에 설치된 철책을 넘어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 산속으로 뛰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몸을 떨며 잔뜩 움츠러든 A 할머니를 발견했고, 철제 사다리를 이용해 할머니를 구조한 뒤 곧장 등에 업어 작업장으로부터 150m가량 떨어진 외국인 노동자 숙소에 할머니를 데려왔다.
수십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할머니를 위해 카렐 뷔살 씨는 음료수와 빵을 건네며 할머니의 이름을 물었고, 119에 실종자를 발견했다고 신고했다.
A 할머니 발견 소식에 가족들은 버선발로 나서 할머니 상태를 확인하는 한편 카렐 뷔살 씨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카렐 뷔살 씨는 "할머니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머릿속에서 줄곧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며 "하루 가까이 찾지 못해 영영 돌아오지 못하실 줄 알았는데 살아계셔서 감사하고 다행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앞서 A 할머니가 사라진 당일 인제에서는 장애가 있는 주민이 실종돼 이튿날 관광객에 의해 구조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4시 48분께 인제군 북면 용대리 한 야산에서 버섯을 따러 입산한 B(64)씨가 실종됐다가 1일 오후 1시 18분께 구조됐다.
당시 B씨 실종 지점으로부터 5.4㎞ 떨어진 곳에서 캠핑하던 한 관광객이 물가에서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이상함을 느껴 주변을 수색하면서 B씨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광객의 도움으로 B씨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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