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서 벌이는 로비 활동 규모가 최근 5년 사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의 경우, 지난해에만 약 862만 달러(121억 원가량)를 로비 자금으로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대미 로비가 늘어난 배경에는 트럼프 정부가 정책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과 미국 내 사업을 확장하려는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미국 상원에 제출된 로비 공개법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쓴 로비 자금은 2020년 1,553만 달러에서 2023년 2,492만 달러, 그리고 2024년엔 3,532만 달러로 꾸준히 늘어났다.
2024년의 경우 2023년에 비해 41.8% 증가한 수준이다. 2025년 상반기까지 집계된 금액도 1,966만 달러로, 전년 동기(1,747만 달러) 대비 12.6% 증가했다. 로비 건수 역시 2020년 127건에서 2024년 288건으로 대폭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161건이 제출됐다.
2023년 기준, 로비에 100만 달러 이상을 사용한 한국 기업은 삼성, SK, 한화, 현대차, 쿠팡, LG, 영풍 등 7곳이었다. 삼성은 간접지출 256만 달러와 직접지출 606만 달러를 합쳐 총 862만 달러를 썼으며, 이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SK는 총 708만 달러를, 한화는 605만 달러, 현대차는 478만 달러, 쿠팡은 331만 달러, LG는 134만 달러, 영풍은 100만 달러를 지출했다.
특히 한화는 2020년 45만 달러에서 2024년 605만 달러로 대폭 뛰어, 1,244%에 달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삼성도 같은 기간 504만 달러에서 862만 달러로 약 71% 늘어났다. 2020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누적으로 보면, 삼성(3,964만 달러), SK(3,598만 달러), 현대차(2,357만 달러), 한화(1,298만 달러), 쿠팡(799만 달러) 순으로 집계된다.
CEO스코어는 이런 로비 증가세가 세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첫째, 트럼프 정부의 초기 정책 변화 위험에 미리 대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크고 둘째, 미국 내 투자와 사업 확장 전략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은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셋째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그리고 반도체·배터리·신재생에너지 등 첨단산업 정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적 필요성이다.
특히 한화는 태양광 사업을 확장하고 방산 및 우주 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대미 로비 비용을 크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로비는 정책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몇 가지 쟁점도 부각된다.
우선 미국 내 로비는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만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이나 로비 활동의 구체적 내용, 정책 수혜 정도 등에서는 보다 높은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기업과 정부 모두가 로비 활동의 건전성과 제도적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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