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도종환, “아름다운 사람은, 자기 생의 겨울에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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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명문장] 도종환, “아름다운 사람은, 자기 생의 겨울에도 아름답다”

독서신문 2025-09-30 11:45:00 신고

도시 하늘에서 별이 지워지고 있는 걸

내가 눈여겨보지 않으면

먼제 속에서 내 영혼이 지워지고 있는 걸

별들도 눈여겨보지 않으리라

-『별』 전문

 

내가 해야 할 일을 경전은 거룩하게 기록했으나

이승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비린내 나는 세상을 끌어안고 버티는 일

버티다 녹아 없어지는 일

오늘도 몸은 녹아내려

옛 모습 지워지는데

그걸 보고 사람들은 저게 무슨 소금이야 한다

-『소문』

 

성취 앞에서 저렇게 절제할 수 있을까

시련 앞에서 저렇게 겸허할 수 있을까

나무 가득 꽃 피워놓고

교만하지 않는 백매화처럼

단 한잎도 붙잡지 못하고 날려 보내면서

비통해하지 않는 산벚나무처럼

-『꽃나무』 전문

 

진정으로 아름다운 산은

겨울에 더 아름답다

아름다운 사람은

자기 생의 겨울에도 아름답다

-『겨울 산』 전문

 

초저녁별은 알고 있었을까

꿋꿋하게 산다고 외롭지 않은 게 아님을

근원적인 질문 끝에는

늘 쓸쓸한 시간이 오는 것임을

-『초저녁별』 전문

 

아직도 할 일이 있다는 것

어려울 때마다 상의할 사람 있다는 것

아직도 마음이 뜨겁다는 것

간절할 때마다 달려갈 곳 있다는 것

아직도 별을 우러러본다는 것

외로울 때마다 바라볼 곳 있다는 것

-『고마운 일2』 전문

 

높은 산에서는 연꽃이 피지 않는다

연꽃은 낮은 곳에서 핀다

우리 너무 높은 곳에 있으면서

속으로는 연꽃 같기를 바라는 건 아닐까

흙물 뛸까봐 조심조심 걸으면서

상식의 영역으로 많이 넘어와 있으면서

썩은 냄새도 물벌레도 불편해하면서

향기만 취하려는 건 아닐까

-『연꽃』 전문

 

■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도종환 지음 | 창비 펴냄 | 156쪽 |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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