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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를 ‘강력한 경고장’이라고 표현했다. 일터에서 사고로 숨지는 노동자 생명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반면 기업들은 “산업 안전을 빌미로 한 과징금 장사”라며 반발이 거세다.
대기업일수록 사고 발생 시 과징금 부담이 폭증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1월 울산공장에서 차량 테스트 중 직원 3명이 질식사하는 참사가 있었고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한 해 동안 협력사까지 포함해 6명이 사망했다.
자동차나 철강, 조선 등 상대적으로 사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언제든 수천억대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회사에서 만일 사고가 발생하면 과징금 규모는 조 단위가 넘는다.
산업재해 종합안전대책 사전 브리핑에서 “과징금이 과하지 않냐”는 질문에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사고가 나지 않게 사전에 잘 예방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지만 산재사고가 나길 바라는 기업은 없다.
산재 사고 사망자 집계는 두 가지 통계가 있다.
‘유족급여승인 기준 사고 사망자’와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다. 유족급여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가 숨진 경우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하는 급여로 공단이 산재 사망사고로 인정하면 유족급여가 지급된다. 지난해 827명이다.
또 다른 통계가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 사고 통계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 중 사업주의 ‘법 위반 없음’이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 집계한다. 지난해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589명이다.
단순 계산하면 이 두 통계 사이에 있는 238명은 사업주의 법 위반 사항이 없는데도 산재 사고로 숨진 이들이라는 얘기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고용노동부가 처벌 위주 대책으로는 산재 사고를 줄이기 쉽지 않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같은 대책을 추진한 배경을 의아해 한다.
지난해 일터에서 숨진 근로자는 총 2098명이다. 사고로 827명이, 질병으로 127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중 5인 미만 사업장에서 526명, 5인 이상 49인 이하 사업장에서 773명 등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1299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재 사망자 10명 중 6명 꼴이다.
그러나 이번 종합대책에서 산업안전 사각지대인 소규모사업장에 대한 재정 지출은 430억원 늘린 게 고작이다. 매년 늘고 있는 산업재해 질병 사망자 대책은 아예 빠졌다.
정상적인 이성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가질 수 있는 이유 있고 논리적인 의심을 ‘합리적 의심’이라고 한다. 법조계에서 주로 쓰는 용어다.
영업이익 5%라는 과징금은 사실상 ‘준 세금’이다.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산재 예방’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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