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오현규가 결승골을 넣었음에도 전반적으로 아쉬웠던 경기력에 대해 반성했다.
26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아이브록스 스타디움에서 2025-2026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1차전을 치른 헹크가 레인저스에 1-0으로 이겼다. 오현규는 유로파리그 본선 데뷔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결승골을 넣었다.
오현규는 이번 경기 변함없이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 시즌에는 톨루 아로코다레에게 밀려 후보에 머물렀지만,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아로코다레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의 울버햄턴원더러스로 향하면서 오현규에게 주전 기회가 찾아왔다. 오현규는 이 기회를 잘 잡아내 이번 경기 전까지 헹크가 치른 10경기 중 8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2골 1도움으로 입지를 다졌다.
다만 이번 경기 활약은 대단히 아쉬웠다. 오현규는 결정적인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치며 쉽게 풀어갈 수 있었던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다. 전반 18분에는 자카리아 엘 우아디가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오현규가 달려들며 처리했는데, 골문 가까운 거리에서 시도한 슈팅이었음에도 힘이 너무 실려 공이 골문 위로 날아갔다. 전반 31분에는 파트리크 흐로쇼프스키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향해 달려들었고, 수비와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았지만 슈팅을 정확하게 가져갈 만큼 좋은 위치를 선점하지는 못해 득점 기회가 무산됐다. 전반 33분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수비와 경합에 밀리지 않았음에도 슈팅을 온전히 가져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앞서나갈 수 있는 결정적 기회였던 페널티킥도 실패했다. 전반 추가시간 2분 야이마르 메디나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제임스 태버니어에게 밀려 넘어졌고, 주심은 최초에 문제 없는 상황으로 인식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오현규는 키커로 나서 왼쪽 골문으로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고, 이 공이 구석으로 가지 않아 방향을 정확하게 읽은 잭 버틀란드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다. 오현규는 자신의 옆으로 흘러가는 세컨볼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후반 초반까지도 좀처럼 오현규의 득점혈이 뚫리지 않았다. 후반 6분 후방에서 날아온 롱패스를 흐로쇼프스키가 오른쪽으로 빠지며 받아낸 뒤 낮은 크로스를 올렸고, 오현규가 문전에서 이 공을 향해 다리를 쭉 뻗었지만 제대로 건드리지 못해 공이 왼쪽 골대 바깥으로 나갔다. 상기한 다섯 번의 기회에 대한 기대득점값을 합치면 무려 2.5가 나온다. 오현규가 2골 이상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며, 실제로 이날 오현규는 큰 기회를 4번 놓친 걸로 집계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오현규는 팀에 승리를 안기는 득점을 할 수 있었다. 후반 10분 잔 스튜커스가 하프라인 바깥에서 절묘하게 수비 사이로 빠지는 스루패스를 공급했고, 오현규는 정확한 타이밍에 쇄도해 이 공을 받아낸 뒤 저돌적인 드리블로 페널티박스까지 들어가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수비가 달려드는 걸 확인하고 슈팅 각도를 만든 뒤 정확하게 골문에 꽂은 기술적인 슈팅이었고, 갖은 고난 끝에 마침내 득점에 성공한 오현규는 유니폼 상의는 물론 GPS 추적 장치까지 벗어던지며 기쁨을 만끽했다.
오현규는 후반 24분 흐로쇼프스키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침착하게 밀어넣어 추가골을 기록하는 듯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흐로쇼프스키의 오프사이드가 확인돼 멀티골에는 실패했다. 오현규는 후반 36분 교체돼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헹크는 오현규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다사다난한 경기였던 만큼 오현규도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경기 후 헹크가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오현규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라커룸 근처 바닥에 주저앉아있었다. 이를 확인한 구단 관계자가 오현규에게 다가갔고, ‘힘든 경험이었을 것’이라며 위로를 남겼다. 그러자 오현규는 “내가 만약 감독님이었다면, 전반이 끝나고 나를 교체아웃시켰을 것”이라며 허탈한 웃음을 짓고 탄식을 내뱉었다.
이어 카메라를 든 관계자가 다가오자 “이게 내 일이다. 정말 힘들다. 스트라이커로서 기회를 많이 놓쳤지만 팀을 위해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리 팀이 이겼다”라며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자신이 놓친 기회들이 계속 생각나는 듯 관계자와 하이파이브를 한 뒤에는 머리를 매만지며 생각에 골똘히 잠기는 모습이었다.
사진= 헹크 X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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