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25일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강모 전 중대장(28·대위)과 남모 전 부중대장(26·중위)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강씨는 징역 5년6개월, 남씨는 징역 3년의 형이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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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군장 45분 훈련 중 열사병 사망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23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연병장에서 벌어졌다. 강씨와 남씨는 전날 저녁 점호 시간에 대화를 나눈 훈련병 6명에게 군기훈련을 지시했다.
입소 9일차인 훈련병들은 책을 넣은 약 25㎏의 군장과 소총 등 총 32㎏의 완전군장을 착용했다. 기온 28.1도의 연병장에서 45분간 보행, 팔굽혀펴기, 뜀걸음, 선착순 달리기 등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체력등급 6급인 박모(21) 훈련병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박씨는 2일 후인 지난 5월 25일 강릉의 병원에서 열사병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군기훈련 규정 중대 위반’ 확인
법원은 피고인들이 군기훈련 관련 규정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육군규정에 따르면 군기훈련은 구두 교육 후에도 시정되지 않거나 동일한 잘못을 반복한 경우에만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훈련병들이 최초 적발된 상황에서 확인서 작성 등 절차를 생략하고 군기훈련을 결정했다.
또한 완전군장 상태에서는 1㎞ 이내 보행만 허용되지만 팔굽혀펴기와 뜀걸음까지 지시했다. 훈련대상자의 신체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도 무시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완전군장 상태에서 규정을 위반한 혹독한 군기훈련을 지속했고 피해자들이 고통스러워했는데도 멈추지 않았다”며 “병사들의 생명과 신체를 침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실체적 경합범으로 2심서 형량 가중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각 피해자별 범행을 실체적 경합범으로 판단했다. 1심은 동일 장소·시간에 이뤄진 행위로 보아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했지만, 2심은 “각 피해자별로 구체적인 가혹행위 태양이 달랐고 침해된 법익이 일신전속적”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강씨의 형량이 1심 징역 5년에서 6개월 늘어났다. 남씨는 1심과 동일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군내 사망사고 첫 외부수사 사건…‘학대치사’ 판단 기준
이 사건은 해병대 채상병 사건을 제외하고 군내 사망사고 중 최초로 경찰에서 조사하고 재판으로 진행된 사례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군기훈련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한 ‘학대치사’ 판단 기준이 명확해졌다. 특히 군기훈련 관련 규정 위반과 신체상태 고려 의무 소홀이 학대치사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향후 군내 유사 사건의 처리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간부들의 책임 범위와 처벌 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500년도 부족” 유족의 분노
항소심 과정에서 박씨 어머니는 “군대가 젊은이를 데려가 죽였는데 500년을 선고한들 부족하다”며 엄벌을 호소했다. 검찰도 항소심에서 강씨에게 징역 10년, 남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씨는 최후진술에서 “안타깝게 하늘의 별이 된 고인의 명복을 빌고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했다. 남씨도 “숨진 훈련병과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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