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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비상장 기업 가운데 기업가치 1000억 달러(약 140조원)를 넘어서는 ‘헥토콘(hectocorn)’이 전 세계에서 6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1조4000억달러(1952조원)으로 한국 국가예산의 3배에 달한다. 특히 6곳 중 4곳은 모두 인공지능(AI) 기업으로 ‘AI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일본경제신문이 22일 미국 조사회사 CB인사이츠 자료와 각사 발표를 집계한 결과, 헥토콘은 스페이스X(4000억달러), 바이트댄스(3000억달러), 오픈AI(3000억달러), 앤스로픽(1830억달러), xAI(1130억달러), 데이터브릭스(1000억달러) 6곳이었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을 ‘유니콘’, 100억 달러 이상을 ‘데카콘’이라고 부르는데, 기술혁신 기대가 커지면서 1000억 달러를 넘는 헥토콘이 등장했다.
세계 최초의 헥토콘은 2020년 동영상 공유앱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차지했다. 2021년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뒤를 이었다. 그리고 최근 세계적 유동성 과잉과 생성AI 열풍으로 최근 1년 사이 오픈AI, 앤스로픽, 데이터브릭스, xAI 등 AI 기업들이 잇따라 헥토콘 반열에 올랐다.
특히 오픈AI는 챗GPT의 인기에 힘입어 2025년 3월 기준 기업가치가 3000억 달러로 2년 만에 10배 뛰었다. 현재 투자자들과 5000억 달러 평가액 협의도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는 이달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기업에 빅테이터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이터브릭스도 8월 헥토콘에 진입했다. 생성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정리 수요가 늘면서 연간 매출 5000억 엔을 달성했다.
스타트업 투자는 AI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미국 조사회사 피치북에 따르면, 전 세계 투자액 중 AI 관련 비중은 2022년 20%에서 2025년 1~6월에는 53%로 상승했다. 과열된 투자가 버블이라는 시각도 늘고 있다. 헥토콘의 높은 기업가치는 소수의 비상장 주식 투자자가 결정하는 것으로, 주식시장과 같은 객관성이 부족하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지난 8월 “일부 투자자는 큰돈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 화려한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4곳의 AI 헥토콘은 모두 적자 상태다. 반도체·서버 조달 비용 등 막대한 개발비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닛케이는 “헥토콘의 등장은 비상장 시장의 자금 규모가 커지고, 유력 기업일수록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2004년 상장할 당시 시가총액은 약 250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이후 성장으로 폭넓은 시장 참가자가 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AI 유력 기업들이 비상장 상태를 유지할 경우, 가치 상승의 이익은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일부 투자자에만 집중될 우려가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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