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미 칼럼] 아트 컬렉팅에 관심이 생겼습니다①에 이어
[문화매거진=권선미 작가] 나의 첫 번째 아트페어였던 ‘브리즈 아트페어 2022’에서는 그림 2점을 판매했다. 개인적인 판매가 아닌 증명서가 발급되는 꽤나, 나에게는, 큰돈이 주어지는 첫 회화 작품의 판매였다.
당시 아트페어에 참가했던 나의 마음가짐은 이러했다. ‘값이야 어떻든 그림이 팔리지 않는다면 내 그림이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먹히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증명이겠지’, ‘그러니 그림의 크기나 가격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거야. 그림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멋진지만 이 중요해’라고.
그리고 제일 큰 그림(80호)에는 250만 원인가 300만 원이라는 딱지를 붙여놓았었다. 물론 팔리지 않았고, 그 당시 처음으로 80호짜리 그림을 그려봤는데 그걸 들고 낑낑거리며 서울과 부천을 왔다 갔다 하느라 제법 고생했다. 아니 내가 뭐 박서보나 김환기도 아니고 첫 아트페어 참가에 대체 왜 거기에 80호를 들고 간 건지 지금에야 좀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첫 아트페어 참가가 마무리된 후에 누군가의 그림은 많이 팔렸는데, 내 그림은 왜 그다지 많이 팔리지 않았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첫째로는 인지도의 차이였다. 나는 정말 귀여운 팔로워 수를 가진 ‘방구석 인스타그래머’였다가 참가한 첫 아트페어였고, 그림이 잘 팔린 작가님들은 이미 탄탄한 이력을 쌓아가는 중이었다. 두 번째로는 그림의 완성도와 그림의 연작 구성 방식이었다. 내 그림은 통일성이 없고 (여전히 그렇지만) 작품이 마치 다른 나라처럼 다른 이야기를 지니고 있어서 마치 세계지도를 펼쳐놓은 것마냥 덩어리는 있지만 이야기가 없었다. 세 번째는 작품 크기와 가격 자체가 처음 만난 신진작가를 믿고 살만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네 번째는 (핑계가 많기도 하다.) 나의 마음가짐대로 그림이 그렇게 썩 좋지 않았던 것에 대한 증명이다.
만약 성공적인 아트페어 참가를 해내길 원했더라면, 나는 조금 더 신진작가로서 컬렉터들이 구매하기에 마음이 편한 작은 작품들로 완성도를 높여 적당한 값으로 들고 나갔어야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을 했을 땐 이미 아트페어는 끝나있었다. ‘출제자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라는 후회가 들었다. 혹시라도 아트페어에 처음으로 참가하게 된 신진작가가 있다면 충고해 주고 싶다. 큰 작품보다는 적당한 크기의 작품을 가져가자.
물론 정말 자신 있고 정말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싶은 커다란 작품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작품이 있다면 되도록 ‘공모전’에 출품을 해보자. 아트페어는 말 그대로 컬렉터와 작가를 연결해 주는 행사이기 때문에 작가의 영혼을 쏟아 부어버려 팔기에도 아깝다고 느껴지는 작품보단, 적당한 값으로 인해 작품의 판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며, 내 그림과 함께 성장할 컬렉터들을 만나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좋다.
당시 아트페어에서 신진작가임에도 내 작품을 구매해가셨던 컬렉터 2분이 계시는데, 나는 그날 그분들한테 미안해서라도 괜찮은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만일 작품 활동을 하다가 말면 그분들은 정말 이름도 경력도 무엇도 없는 누군가의 취미 미술을 비싼 값에 사간 꼴이 되어버리니까.
작품을 그리는 ‘예술가가 되고 싶은 나’도 있지만, ‘작가로서의 생계’를 위해 작품 판매를 지속시켜야 하는 ‘현실의 나’도 있는 법이다. 신진작가의 작품을 컬렉팅하며 같이 성장을 지켜보고 즐거워하는 컬렉터도 있는 법이고.
만일 내 작품이 정말 좋은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판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 작품이 알맞은 곳에 걸려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만약 내 작품이 내가 생각한 정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완벽한 작품이라면 지금은 작품을 더 그리는 것보다도 중요한 것이 내 작품을 보여줄 곳이 어디인지를 찾는 것이다. 아트페어인지, 공모전인지, 또는 또 다른 내 작품을 돋보이게 할, 작품이 누군가에게 소장될 가능성이 높은, 내가 모르는 좋은 장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들을 고려해가며 매 전시마다 작품 구성을 한다면 아마 신진작가로서 나보다 더 일찍 더 성공적인 전시와 작품 판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컬렉팅 초보자가 신진작가의 작품을 살 만한(신진작가가 참가할 만한) 아트페어를 소개하자면,
- 브리즈 아트페어
- 아시아프
- 벙커 아트페어 (이는 내가 사는 부천에서 진행하는 아트페어인데, 각 지역마다 지원을 해주는 아트페어가 하나씩은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지역의 홈페이지에 예술에 관한 공지가 있는지 한 번씩 확인해 보자.)
가 있다. 대표적인 아트페어인 프리즈나 키아프가 아니더라도 소정의 금액으로 작품을 판매하고 구매할 수 있는 곳들이니 컬렉팅에 관심이 있는 초보 컬렉터이거나, 작품 판매에 관심이 있는 신진작가라면 한 번쯤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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