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컬럼] 이재명 대통령이 블랙록 회장을 만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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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컬럼] 이재명 대통령이 블랙록 회장을 만나는 까닭은?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09-22 12:13: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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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래리 핑크 회장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래리 핑크 회장

뉴욕행의 숨은 메시지

대한민국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3일부터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22일 미국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일정표에는 외교 무대의 굵직한 연설과 양자 회담들이 빼곡히 들어있지만, 유독 눈길을 끄는 만남 하나가 있다. 바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회장과의 회동이다.

전통적으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정상회담과 교민간담회, 투자설명회(IR) 성격이 강했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글로벌 금융 자본의 수장과 1대1로 마주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왜 지금, 왜 블랙록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이는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경제·금융 정책의 향후 방향과 직결된 문제다.

블랙록이라는 ‘거인’

블랙록은 운용자산(AUM)만 10조 달러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펀드, ETF, 연기금 자산 운용까지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래리 핑크 회장은 단순한 금융인의 차원을 넘어, 글로벌 자본의 흐름과 ESG 투자 트렌드를 주도하는 ‘월스트리트의 목소리’로 불린다.

한국 시장에서도 블랙록의 존재감은 적지 않다. ‘iShares MSCI Korea ETF’ 같은 상품을 통해 해외 자본이 한국 증시에 접근하는 창구가 되고, 국내 기업 지배구조와 배당정책에 영향을 주는 글로벌 투자자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이 직접 만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경제의 현주소와 미래 전략을 설명하고, 동시에 글로벌 자본을 붙잡기 위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다.

긴박한 국내 경제 상황

한국 경제는 지금 구조적 과제와 단기적 어려움이 교차하는 국면에 서 있다. 저성장과 고령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한계,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압박은 구조적 도전이다. 여기에 더해 증시 부진, 자본 유출 우려, 재정적자 확대 같은 단기 과제도 산적해 있다.

특히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오랜 문제다. 기업가치가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을 저평가된, 동시에 불안정한 투자처로 본다. 이 대통령이 최근 ‘코스피 5000’ 구상을 제시한 것도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블랙록과 같은 글로벌 자본의 ‘신뢰투표’가 필요하다.

예상되는 논의 의제

이번 만남에서 논의될 핵심 의제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첫째, 자본시장 개혁과 투자환경 개선이다. 상법 개정, 주주권 강화, 배당 확대 같은 제도 개혁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불만을 줄이고, 한국 시장의 매력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될 것이다.

둘째, AI와 에너지 전환 투자다. 이재명 정부가 역점 추진하는 AI 국가전략, GPU 데이터센터 구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은 해외 자본이 참여할 여지가 크다. 블랙록은 ESG와 기후금융에 특히 민감하기 때문에, 탄소중립 로드맵과 민관합작 프로젝트를 주요하게 다룰 가능성이 있다.

셋째, 디지털 자산·가상화폐 제도화다. 블랙록은 이미 미국에서 비트코인 ETF를 승인받아 시장을 흔들었다. 한국에서도 암호자산 ETF,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STO) 같은 새로운 금융상품이 제도권에 편입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정책 변화 가능성

이번 회담은 단순히 “투자해 달라”는 요청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후속 정책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자본시장 측면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외국인 투자세제 개편, ETF 확대가 본격화될 수 있다. 에너지·AI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 민관합작 투자, AI 인프라 개방, ESG 공시 의무화 같은 제도 강화가 예상된다. 가상자산 분야에서는 스폿 암호자산 ETF 허용,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토큰증권 활성화가 후속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

블랙록의 조건

블랙록은 한국 정부에 단순한 투자 약속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 정부가 지켜야 할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는 규제 안정성이다. 정권 교체나 정치 상황에 따라 정책이 뒤바뀌는 위험을 줄여야 한다. 둘째는 투자 수익성이다. 기업 배당성향 확대, 자본시장 심화는 글로벌 투자자의 기본 요구다.셋째는 ESG와 지속가능성이다. 국제 기준에 맞춘 탄소중립 로드맵과 공시제도 강화 없이는 대규모 자본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넷째는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이다. 블랙록은 “명확한 규제와 안 세 가지 정책 시나리오

향후 한국 정부가 어떤 길을 택하느냐에 따라, 정책 변화는 세 갈래 시나리오로 나눌 수 있다. 1) 자본시장 중심 시나리오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지배구조 개혁, ETF 확대를 통해 글로벌 자본의 신뢰를 확보하는 길. 단점은 단기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2)에너지·AI 중심 시나리오이다. AI 데이터센터, 수소·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 미래산업을 글로벌 자본과 함께 추진하는 길. 한국을 AI+에너지 투자 허브로 만드는 대신, 재정 부담과 정책 혼선이 불가피하다. 3) 가상자산 중심 시나리오이다. 암호자산 ETF,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을 제도화해 금융혁신을 선도하는 길. 젊은 세대와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을 끌지만, 투기 과열과 규제 충돌이 위험 요인이다.

이 세 가지 시나리오는 배타적이지 않다. 오히려 한국 정부가 균형 있게 추진하며, 블랙록 같은 글로벌 자본을 적절히 참여시킬 때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표 참조>

전망과 과제

결국 이번 회담은 “한국 경제가 글로벌 자본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는가”라는 시험대다. 블랙록 회장은 대통령의 설명을 경청하겠지만, 당장의 투자 약속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정책 안정성 확보 → 제도 개혁 → 투자 확대”라는 단계적 로드맵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이 뉴욕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향후 5년 한국 경제정책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증시 회복, 산업 전환, 금융 혁신이라는 세 갈래 과제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글로벌 위상이 결정될 것이다.

정치의 시간은 짧지만, 자본의 시간은 길다. 대통령과 블랙록 회장의 만남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대화다. 이재명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글로벌 자본의 신뢰 없이는 한국 경제의 도약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번 만남이 ‘투자의 신호등’을 녹색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표> 예상되는 정책의 3가지 방향

[사이드박스] 블랙록은 어떤 회사인가

블랙록(BlackRock)은 운용자산(AUM) 규모만 약 10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100여 개국에 걸쳐 연기금·보험사·국부펀드 등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굴린다. 대표 상품인 ‘아이셰어즈(iShares)’ ETF 시리즈는 글로벌 증시 투자자들에게 가장 널리 활용되는 투자 수단이다.

블랙록은 한국 시장에서도 주요한 투자자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의 지분을 일정 부분 보유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 왔다. <표> 에서 보듯이 블랙록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LG화학 등 한국 대표 기업의 주식을 일정 비율 보유하고 있다. 단일 기업 지분율은 2~5% 수준이지만, 글로벌 자산운용사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특히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 가운데 블랙록 계열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아, 경영 감시와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 신뢰의 척도로 여겨진다. 카카오·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업에도 참여해 한국 신산업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래리 핑크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강조하는 인물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성장에 대한 투자 방향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한국 정부와의 협력 역시 이러한 맥락 위에서, AI·에너지 전환·지배구조 개혁 같은 주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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