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구글이 한국 정부가 요구한 정밀지도 국외 반출 조건 일부를 수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위성 이미지에서 보안 시설을 흐림 처리하고 한국 지역의 위도·경도 좌표를 사용자에게 표시하지 않는 방식이다. 정부의 안보 우려에 일정 부분 대응하며 한국 내 길 찾기 서비스 도입을 위한 시장 진출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지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요구사항 일부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구글 크리스 터너(Cris Turner)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은 “한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위성 이미지 블러 처리와 좌표 비표시 등 보안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며 “국내 파트너사와 협력해 관광과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구글은 지난 2월 국토지리정보원에 축척 1:5000 지도 데이터를 해외 데이터센터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 안보 및 국내 공간정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구글은 이번 발표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의 서비스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구글 측은 반출 요청 대상인 국가기본도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제작한 것으로 이미 민감한 군사·보안 정보가 제거된 공개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또 국내 지도 서비스 업체들도 동일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며 위성 이미지는 상업 이미지 공급업체로부터 구매한 자료로 지도 반출 신청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구글코리아 유영석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한국은 길찾기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며 “우리가 요청한 지도는 이미 보안 심사를 마친 공개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구글은 국내 공간정보 산업 생태계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 SPH, NICE, 아로정보기술 등 오랜 파트너사와 함께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도 데이터 길찾기 서비스가 관광산업과 한국 경제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정부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보안 시설 가림 처리를 구글 지도 및 구글 어스에 적용할 예정”이라며 “필요시 국내 업체로부터 이미 가림 처리된 이미지를 구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글은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는 지도 서비스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유지했다. 구글은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짓더라도 전 세계 동시 접속을 처리하려면 해외 서버로도 보낼 수 있다며 정밀 지도 반출 문제를 여전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총괄은 “구글 지도는 전 세계 20억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하고 활용하기 때문에 방대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에 분산된 데이터센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에 데이터센터가 설치된다면 충분히 로컬에서도 기술적 구현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를 거부하는 것은 법인세 회피 등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슈를 계기로 정부의 공간정보 관리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희대 지리학과 황철수 교수는 총리실 또는 대통령실 직속의 ‘국가공간정보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공간정보가 디지털 트윈,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의 핵심 기반이라면 단순한 협의체를 넘어서 법적·제도적 체계를 갖춘 국가 차원의 기구가 필요하다”며 “현재는 공간정보관리기본법의 측량성과 국외 반출 금지 조항 하나로 대응하고 있는데 이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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