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의 산호초 지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려한 색채를 뽐내는 물고기들이 부지런히 산호를 갉아 먹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산호초를 파괴하는 행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다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한다. 이 물고기의 이름은 바로 패럿피시다. 앵무새 부리를 닮은 단단한 이빨을 가진 패럿피시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지만, 여전히 태평양 산호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성체 한 마리가 1년에 섭취하는 산호의 양은 무려 5톤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의 먹이활동은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산호초 생태계 다양성을 높이고 퇴적물을 생산해 새로운 섬을 만들어낸다. 연구에 따르면 특정 군도에서는 패럿피시의 배설물이 퇴적물의 85%를 차지한다. 이는 물고기가 섬을 만든다는 놀라운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례로, 바다의 건축가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산호초를 관리하는 초식성 물고기
패럿피시는 열대 산호초 생태계의 ‘정원사’ 역할을 한다. 단단한 부리 형태의 치아는 산호 표면의 조류와 부착생물을 긁어내는 데 특화돼 있다. 성체 한 마리가 매년 5톤 이상을 섭취할 만큼 활동량이 크다. 패럿피시는 산호를 덮고 성장 속도를 늦추는 남조류를 제거해 산호가 빛을 받고 자라도록 돕는다.
또한 천천히 자라는 산호는 잘 건드리지 않고, 상대적으로 빠르게 번식하는 산호를 선별적으로 먹어 어린 산호들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선택적 섭식 덕분에 산호초는 다양한 종이 공존하는 복잡한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몰디브와 하와이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패럿피시가 풍부한 지역일수록 산호 군락의 생존율이 높고, 조류의 과잉 증식이 억제돼 산호초가 형성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결과는 산호초 생태계 전반에 변화를 불러온다. 패럿피시는 산호의 적이 아니라 오히려 생존을 돕는 관리자로 평가된다.
섬을 만드는 모래 생산자
패럿피시의 또 다른 특별한 기능은 모래 생산이다. 산호를 갉아먹는 과정에서 단단한 석회질 구조가 잘게 부서지고, 소화기관을 거친 뒤 미세한 모래 알갱이 형태로 배설된다. 이렇게 배출된 모래는 산호초 주변에 퇴적돼 해변과 섬을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
과학자들은 패럿피시 한 마리가 매년 약 90kg의 모래를 만들어낸다고 추정한다. 특정 산호초 군도의 퇴적물 가운데 80% 이상이 패럿피시 배설물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와이에서는 패럿피시가 매년 생산하는 모래가 수백 톤에 달해 해변 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오아후 섬의 하나우마 베이 같은 유명 해변은 사실상 패럿피시가 만든 모래로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몰디브 연구진도 패럿피시 퇴적물이 산호초 섬의 형성과 유지에 핵심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육상에서 공급되는 퇴적물이 부족한 열대 군도에서는 이들의 활동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하얀 모래사장이 존재하기 어려웠다.
기후변화 시대에 더 중요한 존재
패럿피시는 현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다. 어획 압력과 해양 오염,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가 겹치면서 개체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패럿피시가 줄어들면 산호를 덮는 조류가 급속히 번성하고, 이는 산호 성장과 산호초 회복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동시에 모래 생산량도 줄어들어 산호초 섬의 유지가 어려워진다. 결국 패럿피시가 사라진다면 한 종의 물고기를 잃는 것이 아니라, 열대 섬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특히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 산호초는 백화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패럿피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산호를 깨끗하게 유지해 회복을 돕고, 새로운 퇴적물을 공급해 섬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은 기후 위기 시대에 그 가치가 커지고 있다. 태평양 여러 지역에서는 패럿피시 보호구역을 지정해 어획을 제한하고, 서식지를 보전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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