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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임상 진입을 목표로 신약을 개발하면서 매 단계마다 큰 자금이 필요해진 A사는 코스닥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을 기대했지만, 최근 한국거래소의 상장 문턱이 높아진 탓에 상장도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 고금리가 계속되고 투자시장에 유동성 자금이 줄어들며 VC들의 추가 투자도 급감하자 A사는 가지고 있던 자산을 매각하고 직원들을 내보냈고, 특허와 연구 데이터만 가지고 기술 이전만을 시도하며 버티고 있다. VC들로부터 받은 자금도 상당해 회사 간판을 내리는 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경제 성장을 수 십년 동안 이끌어온 벤처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전체 벤처기업 수는 몇 년째 제자리 걸음 중이고, 스타트업 투자 역시 급감하는 양상이다. 20대 젊은 청년들의 창업도 줄어들며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내 벤처 생태계가 조성된 지 올해로 30년이 됐지만, 지속적 투자와 정부 지원 확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벤처기업 상황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10일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협회 인증을 받은 벤처기업 수는 총 3만8200개를 기록해 전년(4만100개)대비 4.7% 줄었다. 2019년 3만7000개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간 겨우 3.2% 증가하는데 그쳤다. 직전 5년인 2014년~2019년 벤처기업 수가 23.7% 늘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위축됐다. 특히 신규 벤처기업 수는 지난 2020년 6079개를 기록한 이후 2021년 5345개, 2022년 4895개, 2023년 4782개, 2024년 4708개로 4년째 감소하고 있다.
스타트업 통계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 중 올해 1~7월 중 폐업한 스타트업은 100곳에 이른다. 작년(95개)은 물론 2023년(65개), 2022년(40개) 같은 기간에 비해 폐업 스타트업 수는 매년 늘고 있다. 창업하는 벤처기업은 줄고, 문을 닫는 벤처는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은 “고금리 지속과 주식시장 상장(IPO) 위축 등으로 투자 환경이 악화하면서 후속 투자가 잘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소수 기업에만 자금이 집중되는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며 벤처기업 수가 정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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