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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쌀의 구조적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규모 시장격리로 쌀이 부족한 영향이다. 쌀값 상승세자 지속되면 다음 달부터 나올 햅쌀의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쌀값 상승세를 끌어내리기 위해 정부 양곡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나, 이 같은 움직임에 쌀값이 널뛸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시장격리와 물량 공급에 보다 신중하게 나서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 1년 전 대비 27.3% 오른 쌀값…정부 시장격리 영향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일자 산지 쌀값은 20kg에 5만 5810원으로 집계됐다. 한 가마(80kg)로 계산하면 22만 3240원으로, 지난달 25일(5만 4630원)보다 2.2% 올랐다. 1년 전(4만 3842원)과 비교하면 27.3% 오른 수치다. 지난해 쌀값이 낮았음을 고려해도 높은 증가세다.
통상 한 해 농사가 끝나는 시기인 단경기(6~9월)에 쌀값이 오르긴 하지만, 올해는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5월까지 4만 8000원대였던 쌀값은 6월 5일(4만 9919원)으로 오른 뒤 6월 15일(5만 420원) 처음 5만원대를 돌파했다. 7월 들어서는 전 조사일 대비 두자릿수 상승률을 지속하며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6월 초와 비교하면 3개월 만에 쌀값이 11.8% 뛴 셈이다.
쌀값이 상승하는 이유는 쌀이 부족해서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28만 5000t(톤)으로 수요량(352만 9000t)보다 5만 6000t이 많았다. 쌀값 방어를 위해 정부는 햅쌀 초과 생산분의 4배가량이 많은 26만 2000t을 사들였다. 지난해 수확기 평균 쌀값이 4만 6175원으로 낮았기 때문에, 쌀값을 일부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경기로 갈수록 산지 유통업체들의 쌀 재고 확보 경쟁이 심화하며 쌀 가격 상승세가 가속화됐다.
농식품부는 결국 쌀값 안정을 위해 공급을 풀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정부는 양곡 3만t을 대여방식으로 시장에 공급했다. 기존 공매(판매) 방식과 달리, 정부가 공급한 물량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 2025년산 쌀을 내년 3월까지 정부 창고에 반납받는 구조다. 올해 쌀값을 잡으면서도 신곡 쌀 수급 관리도 동시에 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가공업체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 5일에는 가공용 쌀 5만t을 추가 공급하기도 했다.
◇햅쌀 가격마저 오를라…물량 풀었다가 급락할까 또 우려
문제는 수확기(10~12월)를 앞두고 쌀값 상승세가 지속하면 햅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신곡 가격을 매길 때, 생산량과 더불어 시중에 팔리는 구곡의 가격도 연동되기 때문이다. 통상 첫 수확기 쌀값은 산지 쌀값보다 5~10%까지 뛰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들은 물론 쌀을 사용하는 가공업체의 부담으로 이어져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산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10월 중순 햅쌀이 나오기 전까지 부족한 쌀 수요량을 파악해, 대여방식으로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값 오름세가 가파른만큼 안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쌀값 급락 가능성도 열어두고 신중하게 물량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장 쌀값을 낮추려고 물량을 지나치게 풀면 오히려 쌀값이 급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애초 정부는 올해 쌀 재배면적 8만ha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2만ha에 불과했고, 쌀 작황도 좋아 올해도 초과 생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에서 또 쌀값 안정을 위해 세금을 들여 남는 쌀을 시장격리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정부가 남는 쌀을 위해 들이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정부가 초관 쌀을 매입·관리하고 되판 뒤 부족한 차액을 메우기 위해 들인 정부 재정은 2조 343억원에 달했다. 전년(1조 7700억원)보다 14.9% 늘어난 수치로 2005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김한호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한 달 후면 햅쌀이 본격적으로 나올 텐데, 지금 재고를 잘못 파악해서 시장에 물량이 쌓이면 쌀값이 오히려 급락할 우려도 있다”며 “당장 부담이 되는 가공업체 등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재고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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