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조망하며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는 공간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자연휴양림이라고 하면 으레 서울 이외의 다른 지역을 떠올렸다.
이제 서울 도심 숲에도 처음으로 자연휴양림이 생겨났다.
조경을 갖추고 트리하우스를 포함한 객실을 만들어 손님을 맞았다.
올해 7월 개장한 수락산 동막골 자연휴양림 '수락 휴(休)'를 보고 왔다.
◇ 도심 수락산 숲속 나들이
서울 북동쪽에 있는 노원구에선 전체 면적 대비 녹지 비율이 62.9%를 차지한다.
서울 한강 이북 14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것이라고 한다.
이 지역에는 수락산, 불암산 등 자연 친화적인 곳이 많다.
수락산은 노원구, 경기 의정부시,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에 있다.
수락산 숲에 있는 수락 휴는 올해 7월 17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개장 전달에 진행된 7월 치 숙소 예약은 3분여 만에 마감됐다. 8월 치 예약 화면에서도 빈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연휴양림의 인기를 반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휴식에 대한 갈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어떤 곳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이곳은 서울 도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자가용 이용자가 방문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1.6㎞ 정도 떨어진 곳에는 지하철역이 있다.
취재팀은 지하철로 4호선 불암산역까지 이동했다.
근처에 이르자 차창 너머로 아파트 단지가 스쳐 지나갔다.
흰 구름이 떠 있는 파란 하늘이 계절감을 더했다.
불암산역 1번 출구로 나가자 보도에 수락 휴까지 몇m 남았는지를 알려주는 파란색 표시가 보였다.
◇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정원
주변 환경을 찬찬히 살필 겸 수락 휴까지 걸어갔다.
처음에는 완만한 도로였다가 약간 경사진 길을 20∼30분 걸었다.
시원한 바람을 느낄 때면 점점 숲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풍경도 푸른빛이 넓어지고 짙어지는 것 같았다.
계곡에 이어 주차장을 지나는데, 가족 단위 이용객들이 차량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밝은 표정의 아이들은 뛰어가고 뒤따르는 부모는 짐을 들었다. 시계를 보니 수락 휴의 객실 체크아웃 시간대였다.
앞쪽 데크길 주변 분홍과 노란빛의 화사한 나리꽃이 눈에 띄었다.
이어 '모든 것은 숲으로부터 온다'라는 문장이 크게 적힌 다리가 보였다.
왠지 공감이 될 것 같은 이 문장의 의미를 잠시 되뇌어 봤다.
시선을 옮기니 키 큰 나무들 아래 간결한 지붕 모양을 한 갈색 벽면의 숙소가 자리 잡고 있다.
건너편에는 트리하우스 3개가 보였다. 객실은 이를 포함해 총 25개다.
이곳에는 방문자센터가 별도로 있다.
센터의 회색 벽을 배경으로 심어놓은 계절 꽃과 초본류 등이 잘 어우러졌다.
무심한 듯 꾸며놓아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관목류인 남천, 주홍빛 에키네시아, 흰색과 연두색의 나무수국 등을 볼 수 있었다.
수락 휴에는 햇살정원, 하늘정원, 별빛정원 등 세 개의 정원이 있다.
잔디밭에는 목재를 이용한 조형물들이 배치됐다.
근심 걱정을 없애주는 샘이라는 의미의 '없샘', 나무로 만든 '요정의 집'도 있다.
데크길로 이뤄진 무장애 숲길을 따라 산책하며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
◇ 트리하우스 풍경…객실에는 TV 없어
객실 내부가 궁금했다. 먼저 트리하우스로 향했다.
수락 휴는 노원구가 직영한다. 취재팀에 시설을 설명해 준 휴양림관리팀의 장동진 주무관은 "트리하우스의 전체 높이는 14m"라며 "내진 설계가 돼 있다"고 소개했다.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여니 유리창 너머로 멀리로는 숲의 전체 풍경이, 가깝게는 우거진 나무들이 보였다.
발코니를 열고 나가면 이웃한 트리하우스의 외관이 보였다.
침대 쪽 천장 일부는 하늘을 볼 수 있게 유리로 만들어졌다. 트리하우스보다 키 큰 나무가 유리에 비쳤다.
다른 일반 객실도 살펴봤다. 바깥 풍경을 보느라 트리하우스에선 몰랐는데, 내부에 TV가 없다.
현재까지 이 때문에 불편하다는 이용객은 거의 없고 가족과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LP를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이 책상에 놓여있다. 이용객은 방문자센터에서 LP를 골라 갖고 올 수 있다.
방문자센터에 갔을 때 어떤 LP가 있을까 들춰봤는데 송창식, 이적, 콜드플레이, 테일러 스위프트 등 국내외 가수들의 다양한 음반이 있었다.
일부는 지역주민에게 기부받았고, 일부는 새로 구매했다고 한다.
객실에는 조리도구가 없다.
소형 냉장고와 커피포트가 있다. 방문자센터에 공용 전자레인지가 있고, '씨즌 서울 바이 홍신애'라는 식당이 있다.
점심 메뉴로는 쌈 채소를 곁들인 제육볶음 정식과 소갈비 정식 메뉴가 나온다. 바로 옆은 카페인데, 이들 시설은 개인이 위탁 운영한다.
◇ 잠시 쉬어감과 재충전
이곳을 둘러보는 동안 '잠시 쉬어감'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떻게 쉬어야 할 것인가 하는 정말 단순한 질문도 떠올랐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 때 자신이 행복해했던가를 돌이켜 보기도 했다.
숙박시설 내부에 놓여있던 방명록에는 어쩌면 필자와 같은 질문을 했을 이용객들의 감상이 적혀있었다.
그중에서도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외부 자극을 줄이고 자연을 관조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휴식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소중함, 내려놓음에 대해 적은 글도 있었다.
이용객들이 이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득, 자연이 인간에게서 멀리 떨어진 '은신처'라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 다시 휴양림 밖 일상으로
떠나기 전 정원을 다시 한번 살펴봤다.
오밀조밀하면서도 공간감이 느껴졌다.
키 큰 나무들도 고개 들어 다시 쳐다봤다.
자연과 사람의 손길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휴양림 내부는 고요하고 안온해 보였다.
왔던 길을 되돌아 지하철역까지 걸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동차 소리가 귀에 크게 들리고, 다시 일상으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숲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리라 생각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5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