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공간의 작은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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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공간의 작은 불빛

문화매거진 2025-08-31 11:43:24 신고

▲ 작업을 둘러싼 작은 불빛들. 작은 전구를 테스트 삼아 계속 구매해보고 있다 / 사진: 구씨 제공
▲ 작업을 둘러싼 작은 불빛들. 작은 전구를 테스트 삼아 계속 구매해보고 있다 / 사진: 구씨 제공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불 꺼진 어두운 방 안에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는 작은 불빛들을 바라보다 보면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 있던 괘종시계가 떠오른다. 나무로 된 괘종시계는 반질반질한 원목이 조각된 듯 보였는데, 반질반질한 나무의 결만으로도 그것이 값비싼 물건이라는 것쯤을 알 수 있었다. 괘종시계가 놓여있던 그곳은 각 방 사이의 거실 겸 로비 같은 곳이었고 한쪽 선반에 정말 많은 골동품이 놓여있었다. 

괘종시계를 단순히 묘사해 보자면 네모난 기둥 위에 동그란 시계가 달린 구조였다. 긴 기둥 아래는 멋진 문양의 좌대가 여러 턱과 함께 멋드러지게 조각되어있었고 기둥에는 유리문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무거워 보이는 금색 추가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항상 보여줬다. 괘종시계의 바로 옆이 화장실이어서 새벽 어두운 거실 속에서 종종 마주쳤지만 1년에 3번 정도 방문하던 할머니 집은 그래도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볼 때마다 인상적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어느 날 그 공간에서 상을 펴놓고 밥을 먹을 때는 시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뒤를 돌아 시계를 확인했을 때 시계추는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시계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순간, 혼자 걸어 화장실을 가던 새벽의 공간과 밥상 두 개를 펴놓고 밥을 먹던 공간이 합쳐지는 것을 느꼈다. 아주 미세한 차이와 하나의 매개로 두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며 나는 내 상상이 곧 어떠한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도 나는 하나의 매개체를 통해 공간들, 그 이상의 순간들을 연결하는 상상을 진행한다. 2025년 어느 날 밤, 방의 스위치를 끄면 맥북의 충전 선에서 초록색 동그란 불빛이 빛나고 있다. 그 옆에 있는 보조배터리는 완충이 되었는지 네 개의 불빛이 온전히 들어와 있고 책상 아래에 있는 5구 멀티탭에는 사용 중인 네 개의 불빛만이 들어와 있다. 작은 빛들을 보며 작업실을 나서며 정리하던 노트북의 불빛과 공연을 보러 가서 만난 멀티탭의 불빛을 떠올린다. 또 다른 공간으로 들어가고 나가기를 반복한다. 그 작은 불빛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생생히 떠오르지는 않지만 지금의 내가 연결을 드러내는 매개체를 통해 과거와 현재 등을 이어 볼 수 있다는 무모한 생각을 한다. 

어두운 공간에서 보이는 작은 불빛이 내 방의 작은 불빛들과 연결될 수 있을까?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전시장이라는 공간에서 보여주는 작업에 속한 작은 불빛들이 전시장이 문 닫고 나서 누군가의 공간과 연결성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상상하는 것이 결국 미래와 과거에 그리고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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