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원 칼럼] 감정 탐지 모델이 창작자의 의도를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까?①에 이어
[문화매거진=정규원 작가] 앞선 칼럼에서 연구의 실험 결과는 꽤 흥미로웠다. 감정 중심 프롬프트로 만든 그림들이 사건 중심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미성, 창의성, 새로움, 재미, 깊이, 그리고 감정 정합성 모두에서 감정 중심 조건이 더 우수했다. 즉, 단순히 사건을 묘사한 그림보다 감정을 반영하려 한 그림이 더 예술적이고 의미 있게 평가된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AI의 한계 또한 드러났다. ‘노래방’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그림이 온통 노래방 간판과 마이크로 도배되는 식의 객체 과잉(object overrepresentation)이 나타났고, 맥락상 희망적인 내용이더라도 ‘우울하다’ 같은 단어가 들어가면 전체 분위기를 어둡게 표현하는 현상인 부정 감정 과잉(negative bias)이 보였다. 또 ‘한국에서 여행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이 중국풍 거리나 건물로 표현되는 오류인 문화적 편향(cultural bias) 같은 문제가 나타났다.
다시 말해 AI가 감정을 반영할 수는 있지만, 아직은 피상적이며 데이터 편향에 크게 좌우되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 논문은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 AI가 감정을 반영하려는 시도 자체가 창작 과정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이다. 단순히 ‘사실적인 그림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매개로 인간의 자기표현을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예술뿐 아니라 정신건강, 교육, 치료 영역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둘째, AI와 인간의 해석 방식 차이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인간은 사건과 감정을 종합적으로 이해하지만, AI는 키워드와 패턴을 중심으로 해석한다. 이 차이는 한계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인간이 놓칠 수 있는 감정의 단면을 AI가 과장해 드러내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 논문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AI가 단순한 창작자가 아니라 ‘해석자’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아직은 많이 서툴고 때로는 과장스럽기도 하지만, 분명 AI는 인간의 감정을 시각화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평가자의 수가 적고(5명), 실험 데이터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 큰 규모와 다양한 문화권에서 반복된다면 훨씬 더 설득력 있는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AI의 편향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예술의 영역에서조차 편향이 드러난다는 건, 우리가 AI를 사용할 때 반드시 비판적 시선을 유지해야 함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AI는 인간의 감정을 어디까지 반영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반영은 창작자의 의도를 충실히 담은 것일까, 아니면 데이터의 잔상일 뿐일까?” 이 질문은 앞으로 예술, 심리학, 인공지능 연구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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