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가 30일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최악의 가뭄에 직면한 강원도 강릉 지역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강릉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를 둘러본 뒤 가뭄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라"며 이같이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강릉 지역에는 범정부 차원의 재난 대응이 이뤄지게 됐다.
한편, 이 대통령은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과 같은 재난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해수 담수화 등 보다 장기적인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李대통령, 오봉저수지 현장 점검 후 대책회의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극심한 가뭄 상황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으로 향해 상황을 점검하고 장·단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강릉은 최근 6개월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가뭄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강릉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29일 기준 15.7%(평년 71.0%)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상태다.
이에 강릉에서는 저수율이 25% 이하로 떨어진 지난 20일부터 각 가정 계량기 50%를 잠금 하는 제한 급수를 실시해왔고, 저수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계량기 75%를 잠금 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강릉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를 둘러본 뒤 강릉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가뭄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가뭄 상황 및 대응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회의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및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김홍규 강릉시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갑) 등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라"면서 "장단기 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급수난 해소를 위해 다른 지자체의 지원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식수 확보를 위해 전국적인 지원이 필요한 만큼 여유가 있는 지자체에서 공동체 의식을 갖고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생수를 지원할 때 소형 말고 대형 병으로 해달라고 권유해달라. 나중에 쓰레기 치우기 골치 아플 것"이라고 깨알 지시도 덧붙였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급수난 해소를 위해 군·소방 급수차도 적극 활용할 것도 함께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소방탱크차량 50대를 지원해 하루 약 2000톤을 가능한 추가 급수할 예정"이라며 "이 대통령이 식수 확보를 위해 전국적인 지원이 필요한만큼 여유가 있는 지자체에서 공동체의식을 갖고 도와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해수 담수화 검토" "하늘만 믿으면 안돼"…예산도 꼼꼼 체크
이날 이 대통령은 장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혹시 바닷물을 담수화할 생각은 해본 적 없느냐"면서 '담수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김홍규 강릉시장이 "얻는 양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물 부족 문제는 저수지를 계속 만든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닷물은 무한대로 있고 수질도 좋다. 바다 인근에 지으면 원수를 확보할 필요는 없고 정수시설만 필요하지 않나. (비용이) 더 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중동 나라들은 나무에 물을 주는 것도 해수 담수화로 한다. 계산해서 보고드리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김 시장에게 저수지 증설 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원수 확보 사업비는 얼마인가, 원수를 정수하는 사업비는 얼마인가" "필요한 예산이 얼마인가" 등을 꼼꼼히 물었다.
하지만 김 시장이 이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이 대통령은 허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오봉저수지 시찰에서 김 시장이 "9월엔 비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하늘 믿고 있으면 안 된다. 안 올 경우 사람 목숨 갖고 실험할 수는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경포대 근처 횟집 거리 상가를 찾아 급수 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전은수 부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근처 경포대 횟집 거리 상가를 방문했다"며 "이 대통령이 상인들에게 '가뭄 때문에 물 공급은 잘 되나, 장사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나'라고 물었고 '최선을 다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행안부, 강릉에 재난사태 선포…국가소방동원령 발령
이날 김진태 강원지사는 이 대통령에게 "보셨듯이 우려되는 상황이니 종합적으로 살펴 재난 사태를 선포해달라"고 건의했고, 회의를 마칠 때도 "재난 사태 선포가 되면 고맙겠다"고 재난 사태 선포를 거듭 요청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가능하고 필요하면 그렇게 하시죠. 처리해달라"고 말한 뒤 김 지사에게 "좋은 제안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행안부는 30일 오후 7시를 기해 강릉 일원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재난 사태는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피해 최소화를 위해 선포하는 긴급조치다. 선포 시 인력·장비·물자 동원, 응급 지원, 공무원 비상소집 등 조치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다.
앞서 2005년 5월 양양 산불, 2007년 12월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2019년 4월 강원 동해안 산불, 2022년 3월 경북 울진·삼척 산불 등에 재난사태가 선포된 바 있다.
정부는 주요 상수원에 추가 급수를 할 수 있도록 인근 정수장의 물을 군·소방 보유 물탱크 차량 등을 활용해 적극 운반하기로 했다.
관련 기관이 협업해 인근 하천수 등 가용한 수원을 확대 공급하고, 관련 설비도 추가 설치해 대체 수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먹는 물 공급 확대를 위해 전 국가적 물나눔 운동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범정부 차원의 '강릉 가뭄 대응 현장지원반'을 구성해 강릉 가뭄 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피해를 신속히 지원하는 등 가용한 행정력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소방청은 이날 강릉시 급수 지원을 위해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이에 따라 전국서 물탱크차 50대와 급배수지원차 1대가 31일 오전 9시 강릉 연곡면 강북공설운동장에 집결해 본격적인 급수 지원 활동에 들어간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릉 시민의 일상이 회복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릉 지역, 재난사태 선포에 "걱정 덜어…장기 대책 마련해야"
권성동 "정부 결정에 시민 대표해 감사"
자연 재난으로는 처음으로 강릉에 재난 사태가 선포되자 주민들은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재난 선포 이후 입장문을 내고 "오늘 대통령이 직접 강릉 오봉저수지 현장을 와서 살펴보신 뒤 신속하게 재난 선포해 주신 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역대급 가뭄에 사상 처음으로 제한급수를 시행해 시민들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 상황에서 신속히 재난사태를 선포해 주신 데 대해 저를 비롯한 강릉시민 모두가 깊이 감사드린다"며 "범정부 차원의 가뭄 대응이 본격화된 만큼 하루빨리 시민 불편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릉을 지역구로 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의 결정에 대해 강릉 시민을 대표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강릉을 방문해 현장 목소리를 듣고, 즉각적인 재난 사태 선포와 국가 차원의 동원령을 지시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며 "특검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강릉시 국회의원으로서 저는 정부의 조치가 현장에서 차질 없이 집행되도록 꼼꼼히 챙기겠다"고 했다.
이어 "수도권 중심으로 설계된 상수도 체계 또한 재점검하고, 방재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이 자연재해로 인해 지역경제 전체가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계신 강릉시민 한 분 한 분께 진심 어린 위로를 드린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은 장기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이상무 강릉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극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요식업을 포함한 지역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재난사태 선포로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게 된 만큼 무엇보다 가뭄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 이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운 시기에 강릉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김봉래 강릉시농민회 회장은 "정부가 가뭄 문제에 신경 써주는 것을 환영한다"며 "다만 일시적인 지원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가뭄으로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피해가 크고, 병충해까지 겹쳐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부가 강릉지역 농업을 더 세심하게 보살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與 "정부와 협력해 중장기 대책 마련"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가뭄 극복과 중장기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30일 서면브리핑에서 "전국의 지자체와 시민들이 성금과 생수지원에 동참하고 있고, 정부도 관계부처와 기관이 '합동 가뭄TF 대책 회의'를 긴급 개최하고 정부 차원의 총력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강릉 가뭄 극복에 더 많은 국민적 응원과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도 정청래 당대표를 비롯해 지도부가 현장을 방문하고 실질적인 지원과 근본적 해결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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