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는 데 대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년 내내 하청노조와 교섭할 것이란 것은 재계의 지나친 기우"라고 일축했다.
김 장관은 2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정치쇼> 에 출연해 "하청 대부분은 노조가 없다. 재계에서는 '하청이 300개, 1000개씩 되는데 일일이 교섭해야 하느냐'고 걱정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300인 미만 사업장은 노조 조직률이 5%가 안 되고 30인 미만은 0.1%"라고 말했다. 김태현의정치쇼>
그는 "노조가 있어야 교섭할 것 아닌가. 하청 대부분은 노조가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1년 열두 달 하청노조와 교섭할 것이란 것은 지나친 기우"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란봉투법 통과 다음 날 원청 사용자와의 협상을 요구한 것에 대해선 "노란봉투법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 불법 파견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직접 고용 의제가 생긴 당사자들이 나오라고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장관은 "노란봉투법에서 말하는 사용자란 교섭을 해야 할 의제의 당사자이다. 노란봉투법에 따라 원·하청이 같이 산업안전에 대해 교섭한다면 원청에도 결코 나쁜 게 아니기 때문에 '노사 상생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란봉투법 하나로 원·하청 간의 격차가 하루아침에 해소될 것이란 것도 지나친 기대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등이 더해질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격차가 해소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계 우려에 대해서도 듣고 있다. 법문이 가지는 추상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줘야 대비할 것 아닌가 하는 호소인데 충분히 공감한다. 6개월 동안 저희들이 전문가들과 노사관계 의견을 들어 매뉴얼이나 지침을 통해 불명확성을 제거해 드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산업재해와 관련해 김 장관은 "산재의 문제는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 잉태돼 있다. 불법 다단계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산재가 줄지 않을 것"이라며 "'생명 안전 감수성'이 있어야 하고 사람 목숨 귀한 줄을 알아야 한다. 다음 달 중순 전에는 범정부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불법하도급 구조 깨야…"직 걸겠단 각오로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산재대응시스템에 대해선 "먼저 산재가 줄어들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주무장관으로서 너무 국민들께 송구하다. 변명은 아닙니다만 한 달 만에 산재가 갑자기 없어진다면 그것도 약간 좀 비정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국무회의에서 "직을 걸 각오"로 산재를 없애겠다고 밝혔고 현재도 같은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밝히며 "산재는 구조적 문제다. 급격한 산업화의 이면을 보면 경제의 기적은 있었지만 사회발전에 비약은 없었다. 그림자 중 하나가 산재 문제인데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산재는 잉태됐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를 너무나 참혹하게 보지 않았나.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 발주자가 원청에 내렸던 원청 사업대금이 한 단계 내려오면서 줄어들었고, 단계적으로 내려오면서 원래 100이었다면 밑에는 30도 안 되는 비용으로 짧은 공기를 맞추다 보니 무리한 공사를 하게 되고 중대재해로 이어졌다"며 "이 불법 다단계구조를 고치지 않고는 산재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햇고 주무장관인 제가 직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그런 마음이다. 앞으로 불법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해나가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로 가고 있다고 한 김 장관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또 위험한 일들이 몰리고 있다. 대부분 50인 미만 하청업체 노동자, 고령자, 이주노동자인데 맞춤형 대책을 세우겠다. 결국 불법 하청구조, 하도급구조를 깨야 한다"고 피력했다.
산재 발생 시 면허 정지는 예방적 차원의 제재
국무회의에서 나왔던 여러 의견 중 산재가 발생한 사업주 처벌과 건설업 면허정지 등의 제재에 대해 근본 해결책은 아니란 지적에 대해선 "그런 지적은 타당하다. 절대 제재만 갖고 산재가 사라지지 않는다. 대통령 말씀은 형사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기업들에게 형사처벌은 과도하다는 말도 했다. 그런 차원에서 경제적 제재는 기업하는 사람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데 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하지 말고, 산재사고가 났을 때 비용이 더 든다는 것들을 인지시켜줘야 스스로 고칠 것 아닌가 하는 예방적 차원에서 제재"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께서는 산재가 빈발하고 있는 하청이라든지 영세업체에 대한 지원책도 강조했다. 일방적인 형사처벌만 강조하신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동일가치-동일임금' 추진 위한 '임금정책국' 만들 예정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추진에 대해서도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 장관은 "제일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해야 된다는 건 헌법적 가치이고 임금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제도인데, 이 전제는 과연 동일가치노동이 무엇인가를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되는데 그런 근거가 상당히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원칙적으로 선언적으로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는 노사의 동일가치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임금분포공시제나 직무분석 등을 나라가 해야 한다"며 "노사가 이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교섭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예산도 반영했고 노동부 안에 가칭 임금정책국이라고 해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전담할 부서도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우리 사회에 최소한 비슷한 일을 하고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동관계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특수고용직에 대해 김 장관은 "제 표현대로 한다면 권리 밖의 노동자다.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중요하고, 저는 일터기본법이라고 해서 고용과 자용의 구분을 짓지 않고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기본법 제정도 해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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