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한국은 호랑이의 나라라고 불렸다. 민화 속에서는 집을 지켜주는 수호자로, 설화 속에서는 인간과 대화하는 영물로 등장했다. 산을 오르내리던 나그네가 어둠 속에서 맞닥뜨린 커다란 그림자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존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한반도의 호랑이는 아시아 다른 지역의 호랑이와 비교해도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겨울이 길고 눈이 깊게 쌓이는 환경에 적응해 털이 길고 빛깔이 옅었다. 몸집도 거대해 ‘백두산 호랑이’라 불리며 산군의 위엄을 드러냈다.
조선시대에는 호랑이 사냥 기록이 관리 문서에 남아 있을 정도로 사람들의 삶과 밀접했다. 호랑이는 두려움과 숭배가 동시에 뒤섞인 상징이었다. 농경지 피해와 인명 피해가 이어지면서 포획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민속 신앙에서는 집터를 지켜주는 수호신으로서의 의미를 부여받았다.
지금은 한국 땅에서 야생 호랑이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그 존재감은 여전히 사람들 마음에 깊게 남아 있다.
한국호랑이 외형적 특징과 해외 호랑이와의 차이
한국호랑이는 학명으로 Panthera tigris altaica라 불리는 아무르호랑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로부터 ‘조선 호랑이’, ‘백두산 호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한반도 전역에 분포했다. 몸길이는 수컷 기준으로 약 3미터에 달했고, 체중은 200킬로그램을 넘기도 했다.
털빛은 다른 아시아 호랑이에 비해 옅고 붉은 기운이 덜했으며, 대신 두껍고 긴 털이 있어 추운 겨울에도 적응할 수 있었다. 이는 인도나 동남아 지역의 호랑이가 짙고 붉은빛을 띠며 짧은 털을 지닌 것과 뚜렷한 차이점이다.
줄무늬의 형태도 조금씩 달랐다. 한국호랑이는 몸통 옆으로 퍼지는 줄무늬가 굵고 간격이 넓은 편이었다. 눈빛은 둔탁하면서도 예리해 ‘산군’이라 불리던 이유가 잘 드러난다. 현재 한국 땅에서 야생 개체는 보이지 않는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소수 개체가 남아 있으며, 그 혈통이 한국호랑이와 같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호랑이 서식 환경과 생태
예전 한국호랑이는 백두대간을 따라 남한과 북한 전역의 깊은 숲과 산악 지대에 서식했다. 먹이가 풍부하고 은신할 수 있는 숲이 필수적이었는데, 한반도는 울창한 활엽수림과 침엽수림이 고루 섞여 있어 호랑이가 살기에 적합했다. 계절 변화가 뚜렷한 지역이라 겨울에는 두꺼운 설피 모양의 발바닥으로 눈밭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였다.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 주변을 따라 활동하며 노루, 멧돼지, 사슴 같은 중대형 초식동물을 주요 먹이로 삼았다.
수컷은 보통 500제곱킬로미터가 넘는 넓은 영역을 차지했으며, 나무나 바위에 발톱 자국을 남기거나 오줌으로 영역을 표시했다. 암컷의 영역은 이보다 좁았지만, 새끼를 키우기에는 충분한 숲과 은신처를 확보했다. 봄과 가을은 번식과 먹이 활동에 가장 활발한 시기였고, 겨울철은 주로 활동량을 줄이며 큰 사냥에 집중했다.
한반도에서 호랑이가 사라진 뒤 생태계 균형에도 변화가 있었다. 멧돼지나 고라니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농경지 피해가 늘어났다는 보고가 많다. 이는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졌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으로, 한국호랑이가 가진 생태적 역할을 보여준다.
한국호랑이의 육아와 먹이 습성
호랑이는 혼자 사냥하고 생활하는 습성이 강하지만, 육아에 있어서는 세심하다. 암컷은 임신 기간 약 3개월을 거쳐 보통 2~4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눈도 뜨지 못한 채 태어나며, 생후 2주가 지나서야 시각이 발달한다. 이 시기 암컷은 거의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은신처에서 새끼를 지킨다. 약 두 달이 지나면 새끼에게 고기 먹이를 물어다 주며 젖과 함께 단백질을 공급한다.
새끼는 생후 6개월 무렵부터 어미와 함께 사냥을 따라나선다. 처음에는 잡은 먹이를 옆에서 지켜보다가 점차 작은 동물을 직접 노려본다. 2년이 지나면 독립이 가능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새끼가 굶거나 다른 포식자에게 희생되기도 한다. 어미의 교육과 보호가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호랑이 육아는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다.
먹이 습성은 계절과 서식지 환경에 따라 달랐다. 한반도의 호랑이는 멧돼지, 노루, 사슴뿐 아니라 산양, 오소리, 때로는 집 근처 가축까지 공격했다. 대형 먹이는 하루에 20킬로 이상 먹기도 했으며, 사냥에 성공하면 몇 날 며칠을 한 장소에 머물며 고기를 뜯었다. 물을 좋아해 여름철에는 강가나 계곡에서 흔히 발견됐고, 필요할 경우 수영을 통해 강을 건너기도 했다.
현실 속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존재지만, 세계적 보전 활동과 함께 한반도에서도 복원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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