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는 시원한 과일만 한 음식이 없다. 얼음을 동동 띄운 수박화채, 냉장고에서 막 꺼낸 달콤한 참외, 향긋한 복숭아는 갈증을 풀어주고 기력을 되살려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육만 즐기고 씨앗은 버린다. 수박을 먹을 때마다 씨앗을 뱉고, 참외를 먹을 때는 수저로 씨를 긁어내며, 복숭아를 먹고 난 뒤에는 씨를 바로 쓰레기통에 넣는다.
그러나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과일의 씨앗까지 귀하게 여겨왔다. 농가에서는 여름 과일 씨앗을 모아 볶거나 말려 차로 즐겼고, 한방에서는 약재로 다루며 생활 속 지혜로 여겨 왔다.
최근에는 씨앗에 풍부한 단백질과 미네랄, 불포화지방산 같은 영양 성분이 알려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물론 무턱대고 날것으로 먹어서는 안 된다. 씨앗의 단단한 껍질 때문에 소화가 어렵거나, 경우에 따라 독성 성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손질과 가공을 거쳐야만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1. 볶으면 고소한 간식, 차로 끓이면 갈증 해소 '수박씨'
수박은 대표적인 여름철 과일이다. 시원하게 먹으면 갈증이 단번에 풀리지만, 씨앗이 많아 불편하다는 이유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수박씨는 사실 영양 덩어리다.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철분, 마그네슘이 풍부해 견과류와 비슷하다.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수박씨를 볶아 소금에 간을 해 먹거나, 가루로 빻아 죽과 빵에 섞어 먹는다.
집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수박씨를 모아 깨끗이 씻은 뒤 채반에 널어 햇볕에 바싹 말린다. 마른 씨앗을 기름 두르지 않은 팬에 넣고 중약불에서 천천히 볶으면 은은한 고소함이 살아난다. 여기에 소금을 살짝 뿌리면 땅콩이나 호박씨처럼 술안주나 간식으로 훌륭하다.
수박씨는 차로도 먹을 수 있다. 볶은 씨앗을 절구에 살짝 빻아 물에 넣고 끓이면 구수한 차가 완성된다. 이 차는 이뇨 작용을 돕고 수분 대사를 원활히 해 더위로 인한 부기와 갈증 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더위에 땀을 많이 흘려 몸이 무겁게 느껴질 때 수박씨 차를 마시면 한결 개운하다.
주의할 점도 있다. 단단한 껍질이 소화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날것으로 삼키지 말고 반드시 볶거나 빻아서 섭취해야 한다. 또 하루에 한 줌 정도면 충분하다.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처음에는 소량만 시도하는 것이 좋다.
2. 여름 갈증을 잡아주는 '참외씨'
참외는 여름철 냉장고 속 단골손님이다. 시원하게 먹으면 입안 가득 퍼지는 단맛과 향이 청량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과육만 먹고 씨앗은 긁어내 버린다. 사실 참외씨와 씨앗을 감싸는 하얀 부분인 태좌에는 식이섬유와 수분, 미네랄이 풍부하다. 예로부터 농가에서는 이 부분을 함께 먹거나 씨앗을 모아 차로 끓여 마셨다. 여름철 갈증을 해소하고 위장을 편안하게 하는 민간 지혜였다.
참외씨는 먼저 씨앗을 모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채반에 올려 햇볕에 말린 뒤, 프라이팬에 약불로 살짝 볶는다. 준비한 씨앗을 물에 넣고 은근하게 끓이면 구수한 향이 배어든 참외씨 차가 완성된다. 달지 않고 담백해 여름철 음료로 부담이 없다.
태좌까지 함께 사용하면 더 좋다. 참외를 먹을 때 씨앗과 함께 붙어 있는 부분을 그대로 갈아 스무디에 넣으면 섬유질이 더해져 포만감이 높아진다. 농가에서는 이 부분을 잘라 김치에 섞어 넣기도 했다. 풋풋한 단맛이 김치의 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씨앗 껍질이 단단해 소화가 어려우므로 생으로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섭취하기보다 차로 끓여 조금씩 마시거나, 곁들임 식재료로 소량 사용하는 게 좋다.
3 한방에서 쓰인 행인, 생활 속에서도 사용 가능한 '복숭아씨'
복숭아는 향긋하고 달콤해 여름철 인기 과일이다. 하지만 씨앗은 단단해 먹을 수 없다고 여겨 곧바로 버린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한방에서는 복숭아씨를 ‘행인’이라 부르며 귀한 약재로 써왔다. 행인은 기침과 가래를 줄이고 기관지를 편안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씨앗 속에는 아미그달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가공을 통해 약효를 내도록 조절해 사용했다.
하지만 복숭아씨에 있는 아미그달린은 체내에서 분해되면 독성물질을 만들 수 있어, 가공하지 않은 생 씨앗을 그대로 먹으면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에서 씨앗을 직접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행인 가루, 행인 차처럼 시중에서 가공된 제품만 섭취해야 안전하다.
복숭아씨를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려 두면 방향제로 만들 수 있다. 특유의 은은한 향이 공간에 퍼져 여름철 실내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된다. 씨앗을 빻아 곱게 갈아 팩 재료로 사용하는 때도 있다.
씨앗 속 기름 성분이 피부 보습과 각질 제거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다만 피부에 직접 사용할 때도 반드시 소량만 시험해 보고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처럼 복숭아씨는 식용보다는 약재와 생활용품 쪽으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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