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향의 책읽어주는 선생님'
2025년 8월2일(토)
오늘의 일정은 <퀴라잉> 트래킹이다. 스카이섬을 가장 대표하는 코스로, 우리 숙소에서는 20분 거리다. 가까운 곳에 잡은 이유다. 오늘은 Y언니가 운전을 시작했고, 좁지만 통행량이 적어 도전에 적당한 구간이다. 지평선 지역이라 멀리서 오는 차도 바로 보이고, 대기 공간이 친절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퀴라잉>
그런데 고도가 높은 벌판 지역이라, 퀴라잉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 것 만으로도 장엄함이 시작되었다. 카파크에서 주차요금 지불을 하고, 트래킹을 시작했다.
이 시간을 위해 우리는 방수등산복은 물론 우비와 패딩까지 준비했다. 잠시 맑아지던 하늘은 빗방울을 뿌리고, 해가 다시 나고, 바람이 몰아치고 그랬다. 변덕스런 날씨는 대자연 앞에 선 마음을 긴장하게 했다. 무엇보다 바람이 너무 세서 잠시 서있기도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다. 저 앞산은 기이한 모양으로 장엄한데, 가느다란 실선 등반로를 따라가면 그 언덕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아래로는 광활한 초록 벌판이 또 펼쳐져 있는데 그 또한 장엄하다.
트래킹을 시작하고 좀 지났는데, 난이도 높은 구간이 나타났다. 좁은 길이 끊겼다 이어지는 실선 구간이다. 물이 흐르는 곳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 물론 경사가 가파르다. 아무래도 무릎이 시원찮은 나는 과감하게 포기했다. 이미 정상뷰와 다름없는 곳에 위치해 있고, 하산길에 무리하면 여행 초반부터 안될 것 같았다. 용감한 친구들은 계속 길을 갔고, 나는 상대적으로 평평한 반대편을 걷기로 했다. 선택은 옳았던 것 같다. 세시간에 걸친 등반 후 친구들은 보람차지만 바람 때문에 힘들었고, 나는 운전으로 그 피로를 나누었다.
나는 완만한 건너편 트래킹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 올랐고, 바람 부는 벌판 그 자체를 누렸다. 지나던 분들께 부탁해 사진도 찍고, 친구들을 기다리며 주변을 탐색하는 걷기를 했다. 그 사이 바람이 잦아들고 파란 하늘이 열렸다. 정상에서도 이 시간은 아주 귀했다고 한다.
노르웨이와 뉴질랜드 트래킹이 기억났다. 모두 함께한 멤버들 아닌가. 자연의 숭고함에 매료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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