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피가 흐르는 풀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줄기를 꺾으면 진액이 나오는데, 그 색이 붉은 피가 아니라 노란빛을 띤다. 그런데도 ‘피 냄새가 난다’라는 이야기가 퍼져 이름은 피나물이다.
보기에는 평범한 들풀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곱슬한 털이 달린 잎자루, 톱니가 깊게 패인 잎, 선명한 노란 꽃이 어우러져 독특한 인상을 준다. 꽃잎만 보면 무해한 야생화 같지만, 안에는 강한 독성을 가진 즙액이 숨어 있다.
피나물은 이름부터 생김새, 그리고 이용법까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름과 달리 피가 흐르지 않는데도 피나물로 불리고, 겉보기에는 작은 들꽃 같지만 사실은 양귀비과에 속한다. 나물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가 하면 독성 때문에 위험하다는 말도 있다. 흔히 산이나 숲에서 발견되지만 제대로 알고 보면 함부로 다가가기 어려운 풀이다.
피나물 설명
피나물은 쌍떡잎식물 양귀비목 양귀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Hylomecon vernalis Maxim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만주,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 식물은 봄이 되면 지하 뿌리줄기에서 줄기가 올라와 약 30cm 정도 자라며, 짧고 굵은 뿌리줄기에서 많은 뿌리를 뻗는다.
잎은 깃꼴겹잎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작은 잎은 넓은 달걀 모양이다. 가장자리에는 깊게 파인 톱니가 있어 멀리서 보아도 구분할 수 있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길게 자루를 가지며, 줄기에서 난 잎은 어긋나면서 보통 5개의 작은 잎으로 구성된다. 표면에는 다세포 곱슬 털이 나 있어 만지면 까슬까슬한 느낌이 든다.
꽃은 4~5월 사이에 피고, 산형꽃차례를 이루며 13개의 꽃이 달린다. 꽃잎은 노란색으로 윤채가 있으며 지름 2.5cm 정도다. 그 안에는 많은 수술과 하나의 암술이 자리 잡는다. 꽃자루는 길게 뻗어 끝에 꽃이 달리는 모습이다. 7월쯤이면 열매가 익는데, 길이 3~5cm의 원기둥 모양 삭과 안에 많은 종자가 들어 있다.
피나물은 독성을 지니고 있어 무심코 입에 넣으면 위험하다. 그러나 봄철 아주 어린 순은 데쳐 먹을 수 있어 민간에서는 나물로 먹기도 했다.
어디서 볼 수 있는지
피나물은 원래 경기도 이북 산지에서 자생한다고 알려져 왔다. 실제로는 남부 지역에서도 비교적 쉽게 발견된다. 숲속의 부식질이 많은 점질양토에서 잘 자라며, 숲 그늘진 곳이나 계곡 주변에서 흔히 눈에 띈다. 북쪽 산지뿐 아니라 남부 지방 산림, 심지어 낮은 구릉지에서도 발견 보고가 있어 서식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매미꽃과 닮아 ‘노랑매미꽃, 봄매미꽃, 선매미꽃, 하청화’ 등 여러 이명으로 불린다. 하지만 매미꽃이라는 정명을 가진 식물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나물’이라는 정명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매미꽃과 비슷한 꽃 모양 때문에 지역에 따라 혼용된 것으로 보인다.
피나물은 꽃이 피는 시기에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노란색 꽃잎이 선명해 숲속에서 한눈에 띄며, 산책로 주변이나 나무 사이 그늘에서도 군락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여름철로 접어들면 꽃은 지고 열매가 맺히기 때문에 형태를 알아두어야 구분할 수 있다.
재배와 주의할 점
피나물은 독성을 가진 식물이므로 일반 가정에서 재배용으로 키우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어린 순을 먹을 수 있다는 기록이 있으나, 정확한 조리법과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것은 위험하다. 알칼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진액은 피부에 닿을 때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과거에는 이 즙액을 사마귀나 티눈 제거에 바르는 민간요법이 알려졌으나 부작용 위험이 높다.
재배 자체는 어렵지 않다. 부식질이 풍부한 점질양토에서 잘 자라고 그늘에서도 생육한다. 그러나 관상용으로 기르기에는 꽃이 피는 기간이 짧고, 독성 문제 때문에 어린아이와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에서는 더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관상 가치보다는 자연 속에서 관찰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말한다.
약용 측면에서는 예로부터 전초와 뿌리를 약재로 썼다. 특히 뿌리줄기를 ‘하청화근’이라 하여 약재 시장에서 쓰였으며, 일부에서는 간 기능 개선이나 해열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현대 의학적으로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하기보다 연구된 범위 내에서만 다루는 것이 안전하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